병원은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곳이다. 돌봄을 받는 사람은 환자이고, 돌보는 사람은 의료인이다. 시장 논리로 볼 때 병원 수익 창출의 핵심은 환자가 돈을 많이 쓰게 하고 의료인을 적게 고용하는것이다. 그 의료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간호사다. 다시 말해, 시장에 맡겨진 병원은 수익 창출을 위해 착취를 강화하고 그 착취는 권위주의를 조장하며 그 권위주의는 간호사들에게, 특히 가장 약한 고리인 신규 간호사들에게 ‘태움‘이란이름으로 쏟아진다.
그렇지만 이런 분석을 내놓는다고 해서 한국 사회에 대단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간호사들이 갑자기 각성해 들고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실제 간호사들이 어떤 현실에 놓여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들을 그렇게 방치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의미를 갖는지 자분자분 고민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간호사들스스로도 값싼 ‘힐링‘을 넘어 진정 ‘태움‘의 울타리를 걷어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가 김수련 간호사의 책을읽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