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렸을적 아버지에게 혼이 나 덜덜 떨면서도, 그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기억 속에 저장하는 내가 있었다. 어렴풋이 이것이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느끼면서,
언젠가 어떤 사정 때문에 앤솔러지에 본명과 필명으로 두 편의작품을 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쓴 책을 읽고 있는 줄도 몰랐던 어머니가 필명으로 쓴 작품을 짚으며 이것도 네가 쓴 것이 아니냐고물었다.
2.불편하지만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다.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 소설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비수처럼 박히는 이야기. 모든 것은 허구이자메타포라고 항변해보아도 이미 상처 난 가슴은 아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새벽 책상 앞에 앉은 소설가는 충분히 솔직하지 못했음을 자택한다. 여전히 가장 축축한곳,음험한 벌레와 사나운 야수들이 즐비한 밑바닥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음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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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버리호는 목적지를 향해 느리게 움직여 간다. 
즐거움의 도시는 승객들을 위해 준비된 완벽한 세계다. 
이제 우리는글로버리가 우리를 위한 곳이 아님을 안다. 
그래서 우리는 끔찍하게 따분한 방으로 서로를 숨긴다. 
잔잔한 바람을 맞고 시시한 농담을 나누며, 하품 나오는 카드 게임을 하고 세상에서가장 지루한 이야기를 쓰며 느린 혁명을 모의한다. 언젠가 한날한시에 모든 놀이터가 문을 닫는 상상을 하면서. 저 바깥에서 승객들이 지루함에 몸서리를 칠 때 그것을 보며 까르륵웃는 모습을 그리면서. 우리의 규칙이 글로버리를 지배하는꿈을 꾸면서.
그날은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그럭저럭 즐거울 것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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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게 낫다.
하고 싶은 말을 매번 속으로 삼키며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봤자,
남는 건 차마 내뱉지 못한 말로
속을 끙끙 앓고 있는 나일 테니까.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전부 하고 살면 몇 사람에게는
미움받을지 몰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진실한 모습을 봐주고,
내 곁에 있어 줄 사람들일 테니까.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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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삐 살아오기 바빠서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을 올려보기 시작하고 깨달은 게 있다.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조급함이 가득했던 것이구나.‘
하루에 세 번 하늘을 보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건,
바쁜 삶 속에서도 내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라는 뜻이구나.

우리 모두 가끔은 하늘을 올려보자.
바쁜 삶이지만 찰나의 순간 여유로움을 가져보자.
누군가는 삶이라는게 결국
바쁘게 살거나, 바쁘게 죽는 거라지만
난 그래도 한 조각 여유로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으니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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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의견이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 솔라리스 행성의 거의 전부를 감싸고 있는 ‘생각하는 바다‘는 우리 지구보다 수백만 년 이상 앞선 문명을 가진, 하나의 거대한 전자 두뇌라는 견해였다. 전지전능한 존재, 그러니까 ‘우주의 수행자‘이자 ‘현인(賢人)‘이라는 것이다. 그 현자는 이미 오래전에 모든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지금 우리 지구의 인간들을 향해 단호하게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솔라리스의 바다는 살아 있고, 여전히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관점에서 보자면, 활동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있었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도시나 다리를 건설한 적도 없고, 비행 물체를 만들어 내지도 않았으며, 영토를 정복하거나 거리를 단축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바로 이런 요소들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대신 쉼 없이 자신의 모습을 무수한 형태로 바꾸고 변형하는 활동, 다시 말해 ‘존재론적인 자기 변형‘ (솔라리스의 연구 과정에서 이런 과학적 조어가 정말 많이 탄생했다.)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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