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렸을적 아버지에게 혼이 나 덜덜 떨면서도, 그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기억 속에 저장하는 내가 있었다. 어렴풋이 이것이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느끼면서,
언젠가 어떤 사정 때문에 앤솔러지에 본명과 필명으로 두 편의작품을 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쓴 책을 읽고 있는 줄도 몰랐던 어머니가 필명으로 쓴 작품을 짚으며 이것도 네가 쓴 것이 아니냐고물었다.
2.불편하지만 쓸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있다. 기억을 공유한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 소설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비수처럼 박히는 이야기. 모든 것은 허구이자메타포라고 항변해보아도 이미 상처 난 가슴은 아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새벽 책상 앞에 앉은 소설가는 충분히 솔직하지 못했음을 자택한다. 여전히 가장 축축한곳,음험한 벌레와 사나운 야수들이 즐비한 밑바닥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음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