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의견이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 솔라리스 행성의 거의 전부를 감싸고 있는 ‘생각하는 바다‘는 우리 지구보다 수백만 년 이상 앞선 문명을 가진, 하나의 거대한 전자 두뇌라는 견해였다. 전지전능한 존재, 그러니까 ‘우주의 수행자‘이자 ‘현인(賢人)‘이라는 것이다. 그 현자는 이미 오래전에 모든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지금 우리 지구의 인간들을 향해 단호하게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솔라리스의 바다는 살아 있고, 여전히 활동을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관점에서 보자면, 활동이라는 개념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있었다. 솔라리스의 바다는 도시나 다리를 건설한 적도 없고, 비행 물체를 만들어 내지도 않았으며, 영토를 정복하거나 거리를 단축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없었다.(인간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바로 이런 요소들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대신 쉼 없이 자신의 모습을 무수한 형태로 바꾸고 변형하는 활동, 다시 말해 ‘존재론적인 자기 변형‘ (솔라리스의 연구 과정에서 이런 과학적 조어가 정말 많이 탄생했다.)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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