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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인생의 판을 뒤집는 아들러의 가르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살림 / 2016년 10월
평점 :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실천편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아들러 저 `인생의 의미와 심리학`을 발췌, 해설한 요약서다. 대화로 이루어진 미움받을 용기와는 다르게 챕터를 나눠 작가의 해설과 함께 `인생의 의미와 심리학` 본문의 일부를 실었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은 목적론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행동은 그 원인이 되는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귀결되는 것이 아니고, 그 경험은 그저 개인이 원하는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할 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엔 잠을 자고 방화 후엔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는 학생 A를 가정해 보자. A는 자신을 돌아볼 때마다 항상 한탄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귀감이 될만한 부모가 없었고, 가정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에 이제와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보육받지 못한 과거가 원인이 되어 현재 자신의 상태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러의 인식은 이와 반대선상에 있다. A가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공부를 하기 싶지 않기 때문, 다시 말해 놀고 싶기 때문이고, 과거에서 찾는 원인은 결국 자기 정당화, 핑계라는 것이다.
A의 마음에 드는 이성 B가 있다고 치자. B가 눈썹을 찡그리며 A를 지나쳤을때 A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A를 보고 눈썹을 찡그렸기 때문에 B가 A를 싫어한다고 생각해 고백을 하지 못한다면, 눈썹을 찡그린 사실을 그 원인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러의 목적론은 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A는 단지 고백을 했을 경우 추가적인 행동들이 요구되므로- 거절을 당한다든지 사귀다가 차일 걱정이라든지- 그것을 회피하고자 고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정말로 고백을 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에 B의 눈에 티끌이 들어갔거나 렌즈가 빠졌기 때문에 눈썹을 찡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들러는 자아확립에서 인관관계까지에 있어서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현재의 행동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그에 따라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은 결코 결정요인이 아니라고 보았다.
심리학에서 정답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바, 일반 독자의 입장에선 여러 학설을 읽어보고 싶기 마련인데 저자는 독자의 이러한 욕구를 잘 반영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들러라는 심리학자를 친절하고 쉽게 소개해준다.
다만 아들러의 책 본문 일부를 그대로 싣고 기시미 이치로가 풀어서 해설해주는 형식은 별로 좋지 못한 편집같다. 아들러의 원문 자체가 쉽게 쓰여졌기 때문이다. 굳이 저자의 추가 해설이 들어감으로 인해 책 전체에 걸쳐 동어 반복이 계속된다. 게다가 아들러의 원문은 일부만 싣고 있기 때문에 일부의 원문만 읽고 나서 필연적으로 기시미 이치로의 해설에 의구심을 품게 되는 부분도 있다. 또한 기시미 이치로 본인 고유의 주장은 없고 오로지 아들러를 소개하는 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들러의 저서를 지나치게 일부만 발췌해 해설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러 심리학의 논리 흐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