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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먼저 이 글은 이 책을 본인에게 선물한 교우에게 보낸 답장을 옮긴 것입니다.
개인 정보 문제로 약간의 수정이 있습니다.
간만에 경험한 속독에 감사드리며...
SM형, 여전히 바쁘게 지내나? 통 연락이 없어서 어떻게 지내는지 무지 궁금하네^^
지하철 타기 무서웠던 여름의 절정이 이제 슬슬 사그라지는 시점에 형이 선물 준 ‘라틴어 수업’을 다 읽고 연락해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시작했던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너무 읽기 짜증스럽게 번역돼서 오래 걸렸어. 그러고 지난주에 이 책을 시작했는데 엄청 내용도 좋고 글의 뉘앙스나 저자의 의미전달 취향이 너무 좋아서 후딱 읽었어. 이 분의 인생이나 인생관도 배울 점이 많드만~ 그래서 그냥 읽은 걸로 끝내기가 아쉬워서 같이 공감도 해보고 생각할 부분이 있음 술 한잔 하면서도 이야기 해보고...좋자나??
일단 책표지의 연력이 인상적이고, 강의를 베이스로 책을 역었다는 점이 배움과 지식에 갈망하는 나의 자세에 맞았던 것 같아서 흥미 백배!! 진도 백배!!
서문에서 언급한 줄탁동시[啐啄同時] 에 대한 본인만의 해석이 너무 좋더라고. 마치 ‘책은 도끼다’의 박웅현 작가님이 떠오르는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승의 비범함을 내세우지 않고 결국 알은 병아리 스스로가 깨는 것으로 스승은 그러한 행위로써 제자에게 무언가 또 배움을 얻는다고 해석하는 부분이 좋았지. 이 사자성어는 이번 4년차 전공의 수료식 때 꼭 하고싶은 말이기도 하고, 그 정도로 나에게 피드백이 되었던 전공의도 물론 있고 ^^
Lectio X [Do ut Des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에서 일반적인 서양인들의 사고에 상호주의가 깔려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했는데 그 기원에 대해서 깔끔하게 이해했던 부분이 좋았어. 그런데 의역이 주는 의미는 조금 부정적이긴 한데,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작가가 [어쩌면 삶이란 자기 자신의 자아실현만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준비 속에서 좀 더 완성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서 자아실현은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요? p.122]를 이용한 선후관계의 중요성보다 상호주의 속에서 진정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를 더욱 강조했던 것이 기억에 남네...
그리고 Lectio XII [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에서는 두 가지!! 하나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무엇에 대한 집착의 경계를, 또 하나는 종교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어.
[열정적으로 고대하던 순간이 격렬하게 지나가고 나면, 인간은 자기 능력 밖에 있는 더 큰 무엇을 놓치고 말았다는 허무함을 느낀다는 겁니다. p.134] 이 문장은 요즘 특히 느슨한 내 머릿속에든 뇌세포들에 깜짝 놀랄만한 제세동이었지 않았나 평가되네...너무 강력했어...
[종교는 ··· 그 시대를 지배하는 냉혹한 체제와 부조리한 가치관으로부터 고통받는 삶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p.135] 내가 찾던 종교의 의미를 시원하게 해소시켜줬던 감사한 문장!! 물론 종교에 대한 접근은 워낙 많으니깐 거시기 하지만 내 상황에서는 이러한 문장이 큰 의미를 지니지...왜? 술자리에서 이야기 해볼까나?^^
Lectio XXV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여기서 상처에 관한 여러 라틴어를 나열하고 vulnerant는 사람에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상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해주는데...그런데 이 상처를 받는 사람은 언제 그러한 경험을 하는가에 대한 설명도 좋았지. 바로 내안에 감추고 싶은 것을 상대방이 들춰냈을 때라는 거지!! 너무 가슴에 와 닿지 않아?? 그러면서 마무리는 [분명한 것은 쉽지 않지만 상처가 꼭 피해야 할 어떤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상처는 나의 약점이나 단점을 확인시켜주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니까요. 마음의 분별, 마음의 선로 전환기,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때 우리는 무작정 상처받았다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p.259] 상처받는 사람의 자세를 겸손하게 풀이해내는 능력...감탄!!!
Lectio XXVII [Hoc quoque transibit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서 [“부처님 말씀에 본래 얻고 잃는 것은 없고 잠시 머물 뿐”이라 했습니다. 불가에서 완전이란 없어요. 진정한 완전이란 완전의 상태에 머물지 않는 것입니다. p.275] 라는 대목에서 얻어야 할 기본적인 점도 있지만 작가의 종교적 다문화주의 또는 상호존중에 대한 자세도 훌륭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너무 빡빡하게 굴지 않고 느슨함의 미학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도 들고...요즘 와이프도 요구하더라고...^^
이렇게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네...당직하면서 이런 걸 다 해본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