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코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1
존 치버 지음,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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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잡다한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은 글입니다. 줄거리, 주요 장면, 결말 등의 언급이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으니 부디 유의해 주세요!^^)

열흘 간 G시에 내려갔다가 왔습니다. :) 집에 있는 동안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재독하자는 마음이었는데요.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소리와 분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가면의 고백>, <묵시> 등 다시 읽고 싶던 책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서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루에 한 권 씩, 열 권을 읽고 오자! 다짐하면서 다녀왔는데 고작 두 권 읽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으,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요... 열흘 동안 전 뭘 했을까요? 부모님도 바쁘셔서 저를 거의 놀아주지 않으셨는데 말이지요... 참회하며 이실직고 해보자면 역시 핸드폰을 많이 만졌던 거 같습니다.ㅠㅠ 요즘 asmr에 푹 빠져서 영상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어요. ㅋㅋㅋ 해외 어느 분께서 도서관 사서 역할놀이? 컨셉으로 asmr을 진행하시던데 어쩌면 책 내용 보다도 책 자체나 도서관을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저는 그 컨셉에 완전히 반해버려서 혼자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내내 새벽까지 시청했답니다. ㅋㅋ 이번 학기부터는 저도 도서관에서 근로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내일이 첫 출근인데 아주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방학 동안 저희 학교 도서관이 공사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전보다 퀄리티가 떨어져 있지는 않을지 (설마 개선하려고 한 공사인데 그럴 리는 없겠지요?;;;) 걱정되고 약간 울적하기도 하네요.

<팔코너>는 집에서 재독한 책 두 권 중 한 권이에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꽤나 오래전인데... <팔코너>가 저에게 좀 특별한 것이, “내가 발견한 책!”이라는 인식이 있답니다. ㅋㅋㅋ 저는 거의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블로그의 서평이나 알라딘의 추천글을 읽으면서 책을 고르는 편인데요. <팔코너>는 아무 정보 없이, 어쩌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는 재밌겠다! 생각하고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내가 발견했다”는 유치한 마음이 드는 (ㅋㅋㅋ) 그런 책이에요. :) 처음 읽었을 때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소장하려고 했더니 절판 상태였기 때문에, 구하기 위해서 얼마나 갖은 노력을 했던지... 결국 문학동네 출판사로 재출간 계획이 없는지 문의를 넣었는데, 문학동네 측에서 해 줄 거라고 답변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정말로 재출간 해 주셨습니다! :) 해외의 소중하고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 주시는 모든 출판사, 많은 번역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느껴요.

제가 첫번째로 읽을 때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서 그런가ㅋㅋㅋ 두번째 독서는 감회는 새로웠지만 꼭 그만큼의 재미는 찾아오지 않더라고요. 훌륭한 작품임에는 변함 없지만! 그리고 제 기억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어요. ㅋㅋㅋ 제가 팔코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주인공 패러것이 지인들과 요트를 타면서 휴가를 즐기는 도중에 옆에 있던 요트에서 불이 나는 장면인가, 그랬어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요트를 타면서 휴가 즐기는 장면 따로, 요트가 아닌 유람선에 불이 붙는 장면 따로더라고요. ㅋㅋㅋ 둘 다 물 위에 떠다니는 탈것이라는 점 때문인가... 왜 멋대로 합쳐서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ㅋㅋㅋ 지인들과 요트를 타는 장면에서는 패러것이 표지판을 훔쳐서 주인에게 갖은 원망 섞인 호통을 듣지요. 과거 회상 장면입니다. 유람선에 불이 붙는 장면은 패러것이 꾸는 꿈속 한 장면이고요. 그리고 저는 이 장면들이 패러것의 동성 애인 조디를 만나기 전에 서술되어 있다고 또(ㅋㅋㅋ) 왜곡 기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디가 99페이지부터 등장하거든요, 그래서 99페이지 앞부분을 계속 들척이고 있었습니다. ㅋㅋㅋ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왜 안 나오지? 왜 안 나오지? 혹시 놓쳤나? 하면서요. ㅋㅋㅋ 끝까지 읽어봤더니 제법 뒤쪽에 나오는 장면들이더군요. ㅋㅋㅋ 재미있지 않나요? 혹시 여러분들은 무언가를 그리움에 휩싸여서 왜곡된 채 두는 게 좋으세요? 아니면 찝찝한 것은 견딜 수 없으니 교정을 필요로 하세요? :)

항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책 속에 한 명쯤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조디가 그러했네요. 직설적이고, 능글맞고, 쾌활하고 소탈하지만 무심한 구석도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습니다. 추기경 일행 속에 뒤섞이어 탈출을 감행할만큼 대범한 구석도 있고요! 또 말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ㅋㅋㅋ 패러것한테 미소에 대해서 말할 때 너무 웃기지 않나요. ㅋㅋㅋ 패러것의 얼굴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한 견해를 남발해대는데 너무 웃겼습니다. ㅋㅋㅋ 저의 기준 최고 미덕인 유머감각이 있는 사내예요! 붉은 예복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이 궁금하네요. ;) 그리고 이 캐릭터는, 커콜드의 추억 속 인물인 마이클은, 비중은 굉장히 짧았는데 꽤나 충격적인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역시 살인에 의한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인물들은 비극적이고도 통렬한 여운을 남겨요... 마이클의 죽음을 확인 후 커콜드가 술을 마시면서 울었다는 고백도 좀 마음을 우울하게 하기도 했고요. 패러것은 커콜드를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던데, 저는 밉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ㅋㅋㅋ 늘 하는 오에 겐자부로 이야기를 하면서 말씀드렸지만 작품 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캐릭터들이 저는 잘 싫어지지가 않아요. :) 그리고 커콜드 이름 예쁘지 않나요?ㅋㅋㅋ 패러것이라는 이름도 어감이 너무 예뻐요.ㅠㅠㅠ 패러것의 어감이 좋아서, 특히나 더 읽을 맛이 났네요... 재독하면서 형의 이름도 다시금 재확인을 했는데, 에벤이라는 이름도 예쁘고ㅠㅠㅠ 어렸을 때부터 해외소설을 좀더 좋아했던 이유 중에 인물들 이름의 어감이 예쁘다는 것도 있었지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애슐리, 멜라니,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 정작 제루샤는 본인 이름이 맘에 안 들어서 주디라는 이름을 고집하기는 했지만ㅋㅋㅋ 그런데 요즘 보니까 국내소설 중에도 예쁜 이름이 참 많더라고요. 발음하고 싶은. :)

작품 내에서 패러것은 마약 중독자로 나오는데 두번째로 읽을 때에는 금단증상을 보이는 패러것의 묘사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팔이 저절로 올라가서 다른 팔로 잡아내리면 다리가 올라가고ㅋㅋㅋ 마약에 중독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책을 저는 제법 읽은 것 같아요. 윌리엄 버로스 책에는 거의 다 등장하는 것 같고, 고등학생 때 접했던 조이스 캐럴 오츠의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는 아직 어린 십대 소녀가 마약 중독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읽으면서 놀라고 슬펐던 기억이 나네요.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에서는 이녕이 환각 증상으로 환상적인 느낌의 고래를 보지 않습니까? 마약을 하면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 걸까요? 절대 접하지 않겠지만 그냥 궁금하기는 하네요. 패러것이 마약에서 벗어나서 저는 무척 기뻤습니다. :)

제가 앞서 언급한 장면들 외에 또 좋아했던 장면이 결말 부분이에요. 기뻐하라, 마음껏 기뻐하라는 마지막 문장도 정말 좋아하고요. 어떻게 탈출에 무사히 성공 하려나 가슴 졸이며 읽다가 환희를 느꼈습니다. ㅋㅋㅋ 패러것에게 동요하고 이입하고 연민을 느꼈던 저는, 내내 패러것 편이었으니까요. :)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버스에서 내린 패러것의 가슴 벅차는 표정과 주위의 밤 풍경이 눈앞에 보이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전생이나 환생 같은 것을 별로 믿지 않고, 그 개념이 아름답기보다는 슬프고 지독하게 느껴져서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만, <팔코너>를 읽으면서 내가 전생에 교도소를 탈옥한 고독하지만 섬세한 미국 남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 왜 패러것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운 마음이 압도적으로 저를 장악했을까요? :) 제가 정말로 전생에 많은 패러것 중의 한 명이었다면 아직 마약에 중독되지도 형제 살해라는 죄악을 범하지도 않은 현생의 저에게 자유를 잃고 나서야 그리워하지 말고, 지금 “마음껏 기뻐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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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지음, 하윤숙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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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품에 대한 잡다한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은 글입니다. 줄거리, 주요 장면, 결말 등의 언급이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으니 부디 유의해 주세요!^^)

 

 설 연휴를 맞이하여서 <우리는 거짓말쟁이>를 두번째로 정독하였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었던 때가 작년 봄인가 여름으로 기억하는데요...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야지, 다시 읽어야지 벼르고 있었답니다. 다 아는 내용인지라 처음 접하였을 때처럼은 확실히 반전에 대한 궁금증도 추리 의욕도 없었지만 여전히 내 마음에 드는 소설이다... 생각했네요. 여느 분들은 주인공 캐디가 진실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지루하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방식(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추억, 목가적인 풍경과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시간들에 대한 묘사)으로 질질 끄는 것(?)이 취향이기 때문에 흡족한 마음으로 독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조건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서 읽어본 다음 소장 욕구가 생기면 제 돈을 지불해서 책을 구하는 편인데... 이 책은 알라딘 사은품 때문에(ㅋㅋㅋ) 처음부터 사비로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인데, 실패하지 않아서 너무 기뻤답니다! 아주 큰 기대 없이, 혹은 다른 목적 때문에 샀을 뿐인 책이 읽어보니 취향에 꼭 들어맞는 순간만큼 뿌듯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ㅎㅎ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을 아름답고 환상적인 섬과 그곳에서 아이들이 보내는 낭만적이고 달콤한 시간에 대한 서술(퍼지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그래프 용지에 그림을 그리고 스크래블 단어 게임을 하고 보트를 타고 독서를 하고) 때문에도 그렇지만, 캐디의 사촌 조니와 미렌 때문이었습니다.ㅠㅠ 주인공 캐디와 캐디를 사랑하고 그녀의 사랑을 받는 겟보다도 조니와 미렌에게 훨씬 매력을 느끼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어요.ㅜㅜ 특히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거짓말쟁이들이 스크래블 게임(이 게임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최근에 읽은 책 <거짓말 규칙>에서도 이 게임 언급이 돼 있었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어요.ㅜㅜ 영어도 못하지만ㅋㅋㅋㅜㅜ)을 하는 장면인데요. 캐디가 격언 이야기를 하느라고 단어를 빨리 만들어주지 않자 조니가 답답해하면서 하는 말이 너무 웃겼습니다.ㅋㅋㅋ 조니는 참 유쾌하고 명랑하고 제가 인간의 가장 큰 덕목으로 생각하는 유머감각을 소유하고 있으며 따스한 마음을 가진 아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반전을 알게 되었을 때 더더욱 가여웠지요... 물론 미렌도 겟도... 세 아이 모두 잠재력이 있고 훌륭한 친구들이었으니까요. 봄인가 여름에 처음 읽었을 때는 조니가 제일 좋았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니까 미렌이 가장 좋더라고요. 원래 이 두 캐릭터를 비등비등하게 좋아하기는 했습니다.ㅋㅋㅋ 미렌, 이름도 너무 예쁘고 마음씨도 아름답지 않나요.ㅜㅜㅜ 사랑스러워요. 책에서는 긴 머리를 올려묶었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던데,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받아들인 이미지를 사용해서 멋대로 모습을 형성하거든요, 자꾸만 미렌이 웨이브 진 단발머리의 아가씨라고 상상되었습니다. 질투하면서도 진심으로 캐디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미렌의 솔직하고 다정한 속마음이 좋았고 노란 장미 결혼식을 원하는 미렌이 너무나 가여웠어요. 설탕, 호기심, 비, 미렌에게 아주 어울리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디와 겟은 주연 중에서 특히 주연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저는 이제 더이상 정의롭지도 순수하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입 다물기를 원하지 않으며 가만히 있는 것을 거부하고 세상을 바꾸려고 드는 성격의 겟이 저는 어찌나 초조하게 느껴지던지요. 겟이 백 번 천 번 옳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저 자신을 싱클레어 집안의 일원으로 상상하면서 읽고 있으면 그의 쓴소리가 성가시고 불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역시 저는 얕고 좁고 모자란 인간이 틀림없나 봅니다. 제가 경애하는 작가 오에 겐자부로도 겟 과라고 볼 수가 있겠지요...? 훌륭한 인물을 존경하면서 왜 당최 닮으려는 시도는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제가 캐디라면 재물욕에 눈이 멀고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으로 정신력이 허약해진 할아버지의 농락에 이리저리 놀아나서 가족의 파탄 방향으로 이끌리는 엄마에게 맞설 수 있을까요?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할아버지를 향해 가식적인 애정을 갈구하라는 엄마의 명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감히 거짓말쟁이들과 공모하여 '우리 손으로 일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저희 어머니 아버지를 제외하면 정말 돈이 최고인 것 같아요... 돈만 있으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요. 저희 엄마가 원하시는 미술 교육도 시켜드릴 수 있을 거고 제주도에 집을 지어드릴 수도 있을 거고 아빠가 원하시는 캠핑 카와 오토바이도 사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요즈음 그런 생각들이 특히나 절박해서, 헛된 욕심과 이기심에 분노하는 거짓말쟁이들에게 당연지사라는 듯 공감하기는 힘들었네요.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을지... 캐디의 엄마와 이모들의 허위와 허영심이 아주 이해되지 않지는 않았어요...ㅜㅜ

 

 캐디와 겟은, 초콜릿과 책을 사랑하는 아이들이어서 맘에 들었습니다.ㅎㅎ 책과 초콜릿만큼 환상적인 것은 없을 거예요! 돈을 벌어서 부모님 호강을 시켜드리고나면 저 자신을 위해서는... 캐디의 소망처럼 집 안을 책과 초콜릿으로 가득 채우고 싶군요...^^ 제 명의로 된 도서관이 갖고 싶어요.ㅜㅜ 하다 못해서 저만의 서재라도! ㅎㅎ 겟이 스스로를 히스클리프라고 생각하는 대목도 좋았습니다. <폭풍의 언덕>은 제 유년시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들 중 한 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초등학생 시절 어린이를 위한 세계명작으로 읽은 것인 만큼 이래저래 축약된 상태의 작품으로 접한 것이었긴 하지만 워서링 하이츠의 혼란하고 애통한 전체적 이미지는 여전히 크나큰 신비로움으로 저에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번 년도 안에 문학동네 출판사 것으로 꼭 다시 읽을 계획입니다! 벌써 설레네요.^^

 

 두번째로 읽을 때는 아무래도 처음 놓친 것들을 되돌아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 않을까요? 첫번째 독서 당시에는 오에 겐자부로를 몰랐을 때인데요... <개인적인 체험>도 읽지 않았을 때고요. <우리는 거짓말쟁이>를 다시 읽으니 처음에는 가볍게 지나쳤던 '여러가지 변형'이 눈에 띕니다. 캐디가 조니와 미렌과 겟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인데요... 캐디는 무사히 바다에 잠수하면서, 여러 가지 변형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요. 자신이 안전하게 바다에 뛰어들지 못했을 변형, 앞서 뛰어내린 조니가 잠수에 실패해서 심하게 다쳤을 변형, 애초에 자신이 거짓말쟁이들을 따라서 바다로 나오지 않았을 변형... <개인적의 체험>에서 히미코인가, 버드에게 다원적 우주에 대해서 말하던 장면이 퍼뜩 생각났습니다. 히미코의 다원적 우주 개념을 좋아했거든요. 버드가 아기를 살리는데 동의한 지금 이 우주 외에, 동의하지 않은 또다른 우주에서는 또다른 상황과 결과가 진행 중이라는 그런 비슷한 개념이었는데... 캐디가 사지 멀쩡하게 뛰어들었던 바다에서 얼굴을 내미는 우주 외의, 바위에 머리가 깨져서 죽어가는 형태의 '변형된 우주'... 버드가 뇌헤르니아 상태의 아기를 살리고 받아들이는 우주 외의, 설탕물 주입을 끊어버리고 죽어가는 아기를 외면함으로서 거부하는 형태의 '변형된 우주'... 저의 변형된 우주들은 현재 각각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일찍이 죽어버린 결과를 맞이한 '변형된 우주'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아주 훌륭한 인간상으로 성장한 '변형된 우주'도 있을 거고요!:)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우주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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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 대한 잡다한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은 글입니다. 줄거리, 주요 장면, 결말 등의 언급이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으니 부디 유의해 주세요!^^)

 

 제가 이 책을 주문한 계기가 떠오르네요. 줄거리 소개글만을 대충 훑고는 법정, 변호인 등속의 단어가 보이기에 존 그리샴의 <의뢰인>같은 작품인가? 했습니다. <의뢰인>은 영화를 먼저 보고서 마크 역을 맡은 배우에게 마음을 빼앗겨 중학교 도서관에서 책으로 빌려 읽은 작품이지요... 영화와 소설의 내용 차이가 없었기 때문인가 먼저 접한 영화가 더 재밌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피아노 치는 여자>, <더 리더>도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나지 않는데, 그래서 먼저 본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졌답니다! 어느 작품이든 소설을 먼저 보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ㅜㅜ) 대담한 꼬맹이 마크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 깊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여변호사의 활약이 매력적이었는데요. <거짓말 규칙>도 의뢰인과 변호사 콤비가 이끌어가는 소설인가? 생각해서 주문했답니다. 물론 제이컵이라는 의뢰인과 올리버라는 변호사가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완전히 잘못 짚었다고 할 수 있지요. ㅋㅋ

 

 이 작품의 포커스는 제이컵의 누명을 어떻게 벗기느냐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는 새 아스퍼거인에 대한 편견으로 꽁꽁 뭉쳐있던 자신을 발견하고 번잡하게 밀려드는 고민으로 괴로웠네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설명을 읽을수록, 제이컵의 서술을 통해서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볼수록, 정말 미안하지만 사이코패스와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함께 울어주거나 달래주거나 끌어안아 주지는 못하는 아이, 자신에게는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자신 위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기적인 아이... 다른 분들은 이 책이 800페이지에 가까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단숨에 읽으셨다고 하는데 (잘 읽히기는 합니다! 문장이 적확하고 매끄럽고 장면 전환이 재빠르고 흥미진진해서 군더더기가 없어요.) 저는 어느 정도 읽다가 덮고 고민하고, 다시 읽다가 덮고 고민하느라 일주일이나 걸렸습니다.ㅋㅋㅋ 방학이라서 할 일도 없는데 하루에 고작 100페이지를 겨우겨우 읽은 셈...^^; 책 뒤표지를 보면 제이컵의 고독과 열망에 공감하게 된다고 적혀있던데 저는 대체 언제쯤...ㅠㅠ 그런 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한숨 푹푹 쉬면서 읽었네요... 그러다가 간신히 아! 제이컵도 감정이 있구나, 느낀 순간은 리치 형사가 제이컵의 방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갈 때... 크라임 버스터스 일지에 끼워져 있던 분홍색 메모지 글을 읽지 않습니까? 거기에 적혀있던 제이컵의 세상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울분... 적어도 저는 제이컵의 시점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진솔한 감정이었기 때문에 정말 제이컵이 쓴 메모가 맞기는 한가 깜짝 놀랐었네요... 그 메모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제이컵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 엄마와 동생 테오를 생각하는 제이컵의 마음보다 제스를 생각하는 제이컵의 마음에서 좀더 인상적이고 따스한 온기를 느꼈습니다. 제이컵이 졸업 파티에 함께 갈 파트너를 구하는 연습을 하면서 제스에게 더듬더듬 뱉어내는 대사는 제스에 대한 제이컵의 진심이지요. 제스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제이컵의 속내를 알고 있는 독자인 저로서는 그렇게도 애절한 사랑 고백이 없었기 때문에 눈물까지 핑 돌더라고요. 대인기술 수업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만 생각하여 기쁨을 참지 못하고 제스는 제이컵을 끌어안아버리는데 제이컵의 서술에 의하면 너무 좋아서 '거기'가 서 버렸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많은(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은) 책들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발기하는 상황도 못지않게 많이 봤습니다만... 그 상황 서술을 읽고 기뻐서 날뛴 적은 또 처음입니다.ㅋㅋㅋ 어느 새 저는 에마와 같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심정으로 제이컵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많이 느끼고, 사랑하고, 행복하기를 바랐어요.

 

 제이컵 때문에 독서 내내 마음고생을 했다면, 작중 인물 중에서 제일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당히 이끌리는 기분으로 지켜보아온 캐릭터가 제이컵의 동생 테오인데... 곤두선 말투와 시크한 행동이 멋져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던 테오의 외로움과 반항심에 가장 많이 이입했기 때문임이 아닌가 합니다.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을 갈망하는 테오의 공허에 동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가택 침입과 도벽에도 쉽사리 비난할 수가 없었습니다... 없었습니다만, 하지만, 제 생각에는, 결말이 이런 식으로 나버리면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데요. 이렇게 되어버리면 제스를 죽인 사람이 결국 테오가 되는 것 아닙니까? 테오만 교수의 집으로 몰래 들어가지 않았다면 제스가 놀라서 넘어지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오에 겐자부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제스의 죽음의 책임은 온통 테오에게 있어버리는 게 됩니다.ㅋㅋㅋ; 그래서 저는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도 제이컵도 테오도 마크도 아닌 제3자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는데... 정말 테오 때문에 놀라 넘어져 죽은 것이었다니...; 오에 겐자부로가 이 책을 썼다면 아마 제이컵이 끝까지 테오 대신에 죗값을 떠안는 구원자의 형태로 끝맺어졌을 겁니다.ㅋㅋㅋ 이제 테오는 뭐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제가 법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지하기 때문에 테오 같은 케이스는 어떤 형이 내려지는지 알지도 못하겠네요. 테오를 무죄라고 보기에는 제스가 너무나 가엾지 않은가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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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헝가리의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작품 <반항아>! 오래 전부터 얼마나 읽고 싶던 책인지 몰라요.ㅠㅠ 절판으로 뜨기에 알라딘 중고매장에 검색해보니 재고가 경기도권에만 있고... 저희 학교 도서관에도 산도르 마라이의 작품은 <열정>밖에 없고 말입니다... 어렸을 때는 남자애들 떼거리가 주인공인 책을 아주 싫어했었는데요. 주인공이 여자아이여야지만 자신을 이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ㅋㅋㅋ 지금은 물론 성별로 가리는 것은 없습니다.:) <반항아>라는 제목이 굉장히 시니컬한 매력으로 다가와서 궁금증을 품게 됐지요.ㅎㅎ 그러다 최근에야 가로수길점에 재고 한 권이 들어왔길래 황급히 달려가서 사 왔답니다! 가로수길점은 처음 가 봤는데 오며가며 길을 잃어서 조금 고생했네요...ㅠㅠ 책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중반까지는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는 감상이었어요. 특별히 재밌다고 느끼면서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가독성은 좋아서, 제가 원래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 100페이지, 200페이지 훅훅 넘어가고 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이런 게 작가의 필력으로 독자를 끌고간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반부는 (제 기준으로) 다소 특이한 사건성 때문에 얀네 텔러 작가의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이 좀 났어요. <아무것도 아니야>를 굉장히 독특한 소설이라고 받아들였거든요! 혹시 두 분 다 헝가리 작가님인가,,,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더니 얀네 텔러는 덴마크 작가라고 나오네요.^^; 무지해서 헝가리는 어디고 덴마크는 어디고 지도상 위치도 모릅니다...ㅜㅜ 여하튼! 초반을 넘어서서는 헤르만 헤세 느낌이 정말 많이 난다고 느꼈어요.ㅋㅋㅋ 어느 글에서인가 언급했지만 저는 헤르만 헤세와는 별로 맞지 않습니다.ㅜㅜ 한 권을 겨우 완독했고 두 권은 중도 포기...ㅎㅎ 그런데 그런 저의 헤세 작품에 대한 얄팍한 견해에 비추어본다면 그의 작품 내에는 소년들끼리의 동경이라고 해야 하나, 사춘기 소년으로서 불안정한 심리와 감수성에 의거한 우정과 플라토닉한 사랑이 자주 그려진다고 느꼈거든요... 주인공 아벨과 벨라, 에르노의 아름다운 소년 티보르에 대한 애정과 질투와 집착 묘사 때문에 헤세 생각이 좀 났던 것 같습니다. 저는 티보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어감 때문에 우락부락하고 체격 좋은 마초 남학생을 상상했는데요.ㅋㅋㅋ 남자다운 면도 있으면서도 여성적인 부드러움도 엿보이는 미소년이라고 합니다.:> 배우가 주도하는 연극을 할 때에는 아가씨로 분장하기도 하지요... 저는 책 전체에서 약간 광기 들린 듯한ㅋㅋㅋ 이 연극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네요. 설정을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의 배 갑판으로 하였기 때문인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 생각도 좀 났고... 어렸을 때 <모모> 정말 좋아했거든요!ㅜㅜ 원형극장 터를 배로 상상하고 바다 괴물을 무찌르는 놀이를 하던 모모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추억처럼 떠올랐네요.:> 모모잔! ㅎㅎㅎ 그리고 티보르의 여장과, 연극이 점점 극적으로 치달아간다는(ㅋㅋㅋ) 분위기 때문에는 오에 겐자부로 생각도 좀 났어요.ㅋㅋㅋ 제가 무슨 책을 읽든지간에 오에의 생각을 항상 하고 있기는 하지요...ㅎㅎㅎ 연극 장면부터 흥미진진하게 봤네요! 배우가 많이 정신없었습니다.ㅋㅋㅋ

 저는 처음에는 이 책이 뼈대가 되는 줄거리가 있기는 하나, 계속 의구심이 들어서 괴로웠는데요. (못 참고 '옮긴이의 말' 들춰보다가 대형 스포까지 당하곸ㅋㅋ큐ㅠㅠ ) 저는 산도르 마라이에게 가장 감탄한 부분이, 현학적이고 예술적이지만 소모적인 조각들을 우매한 독자를 약올리듯이 툭툭 던지는 것뿐 아닌가?! 반발심이 느껴지게끔 하는 듯만 하다가 끝까지 읽어내면 그 조각들이 차르르륵! 맞아 떨어지는 전체적 서술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얘네가 무슨 얘기하나, 뭔 상황인가, 했어요.ㅋㅋㅋ 제 이해력이 원체 나쁜 탓도 있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배경 속에서 교사나 아버지를 비롯한 모순적이고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기성세대에 반항하여 주인공 패거리는 거짓말과 절도를 하고 아라베스크라는 아지트에 화려하지만 실속없는 보물들을 채워넣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어른인 배우와 전당포 주인, 배신자였던 에르노에 의해서 세계는 깨어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벨라가 아버지의 금고를 털고... 그 돈으로 패거리는 자신들의 반항심과 알리바바 동굴(아라베스크)을 양껏 채우고... 그런데 벨라의 아버지가 돈이 줄어드는 것을 눈치채는 바람에 일하는 소년 하나를 범인으로 내세워 소년원에 집어넣기는 하는데요. 이대로 가다간 자신들의 소행임이 들통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티보르의 아버지가 아끼시는 은그릇을 저당잡혀서 겨우겨우 돈을 메꾸기는 합니다. 그 돈 문제에는 패거리는 물론 배우도 포함되어 있고요. 배우가 받은 돈이 있으니... 티보르는 일찍이 자신에 대한 패거리의 사랑에 부담을 느끼고 진력이 났던 터라 전당포 주인에게 돈을 갚고 은그릇을 되받아 올 결심을 하지만 이미 패거리는 함정과 배반에 빠진 뒤라는, 비극적인 스토리입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인데, 절판이라니 안타깝습니다. 이 책뿐만이 아니라 산도르 마라이의 제법 많은 작품들이 절판, 품절 상태이던데... 오에 겐자부로의 책도 그렇고 흠 잡을 데 없는 명작들이 이리 쉽게 출판 중지가 되어버려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드네요. 저로서는, 그래서 겨우 구한 책인만큼 귀중하고 신비로운 매력이 가미되긴 합니다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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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도서로 늘 언급되는(제 기억에 의하면!) 작품,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저는 목록에서 <구토>라는 제목을 볼 때마다 명작이긴 하나보네... 하지만 나는 영원히 읽지 않아야지... 마음 먹었더랍니다.^^; 세계명작 중에서는 세월이 무색하도록 조금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세련되고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작품들이 아주 많은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계태엽 오렌지>라든가 <소리와 분노>라든가 <붉은 밤의 도시들>이라든가...사실 고전은 거의 다 재밌습니다, 선입견과는 다르게...) 이 <구토>만큼은 왠지 정말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ㅋㅋㅋ 강한 확신이 뇌리를 스쳐서ㅋㅋㅋ 욕심도 안 내고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이번 겨울방학 때 접하게 된 이유는ㅠㅠ 순전히 오에 겐자부로 작가님 때문입니다. 언제나 언급하지만 가장 경애하는 작가님입니다. 하, 제가 그 분을 아주 멀리서나마 실제로 뵙게 될 수는 있을는지ㅋㅋㅋ 오에 겐자부로가 대학교 졸업논문으로 사르트르의 작품을 가지고 썼더라고요... 오에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작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구토>를 모두 읽고 제가 생각한 것은, 오에 겐자부로는 이렇게 재미없는 책을 가지고 어떻게 논문을 쓸 생각을 했을까ㅋㅋㅋ 그리고 사르트르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서도 사르트르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책을 정말 재밌게 잘 쓰거든요... 물론 제 기준입니다만... 아, 솔직히 <구토> 진짜 재미없었습니다.ㅋㅋㅋ 초반은 나름대로 느낌 좋은데? 하고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지나치게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서술해가는 것 아닌가ㅋㅋㅋ 약간 그 작품 생각났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ㅋㅋㅋ 그것도 교과서에서 읽으면서 아..ㅎㅎ 재미없다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때 학습활동으로 저희들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을 쓰는 란이 있었지요. 생각없이 썼는데, 잘 썼다고 반 애들하고 국어 선생님께 칭찬받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네요.ㅋㅋㅋ 국어 선생님께서 확실히 글 쓰는 데 재능이 있다고 말씀해주셨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너무 감사했습니다.:> 하여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도 그때 저를 칭찬받게 했다는 점 말고는 좋았던 게 하나도 없던 걸로 기억합니다.ㅋㅋㅋ 지루하고 혼자 뭐라 하나 싶고...ㅋㅋㅋ <구토>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존재'에 대해서 숙고하고 사르트르의 분신인 듯한 '로캉탱'을 통해서 자신의 철학을 펼쳐나가는 것이 주된 서술 같은데요. 그런데 <구토>를 읽으면서 이 책 속의 거...의 주연 급인 어느 인물을 보면서는, 오에 겐자부로 느낌이 살짝 풍기기도 했습니다. 헛짚는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구토>의 '이 인물'을 보면서는 확실히 오에가 영향을 받았다는 말을 알 것도 같다, 싶더라고요. 사실 '이 인물'은 오에의 작품에서 언급되었던 적도 있고요. 저도 그 작품을 읽으면서 <구토>를 읽을까, 생각했으니... 그나저나 오늘은 오에 겐자부로 작가님의 생신인데요. 하루를 행복하게 잘 보내고 계신지 무척 궁금합니다. 케이크는 드셨는지(은근히 달콤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작품에서 초콜릿도 자주 나오는 편이고...) 가족끼리 중화요리를 드시러 가시지는 않았을지, (직접 중화요리를 가장 좋아한다, 고 하신 적은 없지만 오에의 책을 제법 읽었다 하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중식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ㅋㅋㅋ) 아니면 오에의 책이나 말을 통해서 짐작 가능한 식구들의 의연하고 차분한 태도에 어울리게 그다지 특별한 일정 없이 평소대로 보내셨을지... 오에는 주변에 지식인들이 많으니까 그 분들하고 어울리셨을지... 정말 궁금하네요. 안온하고 따뜻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을 텐데요. 서울은 눈이 참 많이 내렸습니다. 일본은 과연 어떠할지...? 민족감정을 떠나서 일본은 저와 상성이나 정서가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 느낌이라 (특유의 분위기가 불안하고 무섭습니다...반발심이 일게 하는 기괴함도 허세 같아서 보기 무안하고요.)거리낌이 찾아들 때가 제법 있는데요. 오에 겐자부로에 한해서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이 드네요. 노벨 문학상 연설 때인가, 자신을 일본 작가보다는 서양 작가로 인식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을 표했었지만 아무래도 환경이 환경인지라 오에의 작품에도 일본의 정취가 담뿍 묻어나는 편인데요. 아, 물론 오에가 말한 서양 작가로 인식되기를 희망함은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자국을 나무라고 그에 타협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가치관 측면으로써, 이겠지요? 어쨌거나 오에의 작품 내에서는 저는 무엇이든 비평 능력을 잃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ㅋㅋㅋ 언제나, 좋은 일만이 가득하시길... 참고로 <구토>에서 '만약 누가 프랑스의 일곱 번째 도시에, 정거장 근처에, 당신 생각을 하고 있는 사나이가 있다고 말해도, 그에게는 기쁘지도 언짢지도 않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나라면 기쁠 것이다. 그 자가 부럽다.'라는 문장을 읽었는데요. 오에 겐자부로를 떠올리는 저의 심경과 꼭 맞아떨어집니다. 오에 겐자부로 작가님, 생신 축하합니다. 당신은 저에게 있어 꼭 한 명의 가장 사랑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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