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코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1
존 치버 지음, 박영원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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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잡다한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은 글입니다. 줄거리, 주요 장면, 결말 등의 언급이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으니 부디 유의해 주세요!^^)

열흘 간 G시에 내려갔다가 왔습니다. :) 집에 있는 동안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재독하자는 마음이었는데요.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소리와 분노>,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가면의 고백>, <묵시> 등 다시 읽고 싶던 책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서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루에 한 권 씩, 열 권을 읽고 오자! 다짐하면서 다녀왔는데 고작 두 권 읽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으,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요... 열흘 동안 전 뭘 했을까요? 부모님도 바쁘셔서 저를 거의 놀아주지 않으셨는데 말이지요... 참회하며 이실직고 해보자면 역시 핸드폰을 많이 만졌던 거 같습니다.ㅠㅠ 요즘 asmr에 푹 빠져서 영상을 하나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어요. ㅋㅋㅋ 해외 어느 분께서 도서관 사서 역할놀이? 컨셉으로 asmr을 진행하시던데 어쩌면 책 내용 보다도 책 자체나 도서관을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저는 그 컨셉에 완전히 반해버려서 혼자 집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내내 새벽까지 시청했답니다. ㅋㅋ 이번 학기부터는 저도 도서관에서 근로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내일이 첫 출근인데 아주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방학 동안 저희 학교 도서관이 공사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전보다 퀄리티가 떨어져 있지는 않을지 (설마 개선하려고 한 공사인데 그럴 리는 없겠지요?;;;) 걱정되고 약간 울적하기도 하네요.

<팔코너>는 집에서 재독한 책 두 권 중 한 권이에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꽤나 오래전인데... <팔코너>가 저에게 좀 특별한 것이, “내가 발견한 책!”이라는 인식이 있답니다. ㅋㅋㅋ 저는 거의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블로그의 서평이나 알라딘의 추천글을 읽으면서 책을 고르는 편인데요. <팔코너>는 아무 정보 없이, 어쩌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는 재밌겠다! 생각하고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내가 발견했다”는 유치한 마음이 드는 (ㅋㅋㅋ) 그런 책이에요. :) 처음 읽었을 때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소장하려고 했더니 절판 상태였기 때문에, 구하기 위해서 얼마나 갖은 노력을 했던지... 결국 문학동네 출판사로 재출간 계획이 없는지 문의를 넣었는데, 문학동네 측에서 해 줄 거라고 답변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정말로 재출간 해 주셨습니다! :) 해외의 소중하고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 주시는 모든 출판사, 많은 번역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느껴요.

제가 첫번째로 읽을 때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서 그런가ㅋㅋㅋ 두번째 독서는 감회는 새로웠지만 꼭 그만큼의 재미는 찾아오지 않더라고요. 훌륭한 작품임에는 변함 없지만! 그리고 제 기억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어요. ㅋㅋㅋ 제가 팔코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주인공 패러것이 지인들과 요트를 타면서 휴가를 즐기는 도중에 옆에 있던 요트에서 불이 나는 장면인가, 그랬어요.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요트를 타면서 휴가 즐기는 장면 따로, 요트가 아닌 유람선에 불이 붙는 장면 따로더라고요. ㅋㅋㅋ 둘 다 물 위에 떠다니는 탈것이라는 점 때문인가... 왜 멋대로 합쳐서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ㅋㅋㅋ 지인들과 요트를 타는 장면에서는 패러것이 표지판을 훔쳐서 주인에게 갖은 원망 섞인 호통을 듣지요. 과거 회상 장면입니다. 유람선에 불이 붙는 장면은 패러것이 꾸는 꿈속 한 장면이고요. 그리고 저는 이 장면들이 패러것의 동성 애인 조디를 만나기 전에 서술되어 있다고 또(ㅋㅋㅋ) 왜곡 기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디가 99페이지부터 등장하거든요, 그래서 99페이지 앞부분을 계속 들척이고 있었습니다. ㅋㅋㅋ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왜 안 나오지? 왜 안 나오지? 혹시 놓쳤나? 하면서요. ㅋㅋㅋ 끝까지 읽어봤더니 제법 뒤쪽에 나오는 장면들이더군요. ㅋㅋㅋ 재미있지 않나요? 혹시 여러분들은 무언가를 그리움에 휩싸여서 왜곡된 채 두는 게 좋으세요? 아니면 찝찝한 것은 견딜 수 없으니 교정을 필요로 하세요? :)

항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책 속에 한 명쯤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조디가 그러했네요. 직설적이고, 능글맞고, 쾌활하고 소탈하지만 무심한 구석도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습니다. 추기경 일행 속에 뒤섞이어 탈출을 감행할만큼 대범한 구석도 있고요! 또 말이 참 많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ㅋㅋㅋ 패러것한테 미소에 대해서 말할 때 너무 웃기지 않나요. ㅋㅋㅋ 패러것의 얼굴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한 견해를 남발해대는데 너무 웃겼습니다. ㅋㅋㅋ 저의 기준 최고 미덕인 유머감각이 있는 사내예요! 붉은 예복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이 궁금하네요. ;) 그리고 이 캐릭터는, 커콜드의 추억 속 인물인 마이클은, 비중은 굉장히 짧았는데 꽤나 충격적인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역시 살인에 의한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인물들은 비극적이고도 통렬한 여운을 남겨요... 마이클의 죽음을 확인 후 커콜드가 술을 마시면서 울었다는 고백도 좀 마음을 우울하게 하기도 했고요. 패러것은 커콜드를 별로 안 좋아하는 눈치던데, 저는 밉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ㅋㅋㅋ 늘 하는 오에 겐자부로 이야기를 하면서 말씀드렸지만 작품 내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캐릭터들이 저는 잘 싫어지지가 않아요. :) 그리고 커콜드 이름 예쁘지 않나요?ㅋㅋㅋ 패러것이라는 이름도 어감이 너무 예뻐요.ㅠㅠㅠ 패러것의 어감이 좋아서, 특히나 더 읽을 맛이 났네요... 재독하면서 형의 이름도 다시금 재확인을 했는데, 에벤이라는 이름도 예쁘고ㅠㅠㅠ 어렸을 때부터 해외소설을 좀더 좋아했던 이유 중에 인물들 이름의 어감이 예쁘다는 것도 있었지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애슐리, 멜라니,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 정작 제루샤는 본인 이름이 맘에 안 들어서 주디라는 이름을 고집하기는 했지만ㅋㅋㅋ 그런데 요즘 보니까 국내소설 중에도 예쁜 이름이 참 많더라고요. 발음하고 싶은. :)

작품 내에서 패러것은 마약 중독자로 나오는데 두번째로 읽을 때에는 금단증상을 보이는 패러것의 묘사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팔이 저절로 올라가서 다른 팔로 잡아내리면 다리가 올라가고ㅋㅋㅋ 마약에 중독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책을 저는 제법 읽은 것 같아요. 윌리엄 버로스 책에는 거의 다 등장하는 것 같고, 고등학생 때 접했던 조이스 캐럴 오츠의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는 아직 어린 십대 소녀가 마약 중독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읽으면서 놀라고 슬펐던 기억이 나네요.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에서는 이녕이 환각 증상으로 환상적인 느낌의 고래를 보지 않습니까? 마약을 하면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 걸까요? 절대 접하지 않겠지만 그냥 궁금하기는 하네요. 패러것이 마약에서 벗어나서 저는 무척 기뻤습니다. :)

제가 앞서 언급한 장면들 외에 또 좋아했던 장면이 결말 부분이에요. 기뻐하라, 마음껏 기뻐하라는 마지막 문장도 정말 좋아하고요. 어떻게 탈출에 무사히 성공 하려나 가슴 졸이며 읽다가 환희를 느꼈습니다. ㅋㅋㅋ 패러것에게 동요하고 이입하고 연민을 느꼈던 저는, 내내 패러것 편이었으니까요. :)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버스에서 내린 패러것의 가슴 벅차는 표정과 주위의 밤 풍경이 눈앞에 보이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전생이나 환생 같은 것을 별로 믿지 않고, 그 개념이 아름답기보다는 슬프고 지독하게 느껴져서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만, <팔코너>를 읽으면서 내가 전생에 교도소를 탈옥한 고독하지만 섬세한 미국 남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멍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 왜 패러것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운 마음이 압도적으로 저를 장악했을까요? :) 제가 정말로 전생에 많은 패러것 중의 한 명이었다면 아직 마약에 중독되지도 형제 살해라는 죄악을 범하지도 않은 현생의 저에게 자유를 잃고 나서야 그리워하지 말고, 지금 “마음껏 기뻐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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