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대문호 산도르 마라이의 작품 <반항아>! 오래 전부터 얼마나 읽고 싶던 책인지 몰라요.ㅠㅠ 절판으로 뜨기에 알라딘 중고매장에 검색해보니 재고가 경기도권에만 있고... 저희 학교 도서관에도 산도르 마라이의 작품은 <열정>밖에 없고 말입니다... 어렸을 때는 남자애들 떼거리가 주인공인 책을 아주 싫어했었는데요. 주인공이 여자아이여야지만 자신을 이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ㅋㅋㅋ 지금은 물론 성별로 가리는 것은 없습니다.:) <반항아>라는 제목이 굉장히 시니컬한 매력으로 다가와서 궁금증을 품게 됐지요.ㅎㅎ 그러다 최근에야 가로수길점에 재고 한 권이 들어왔길래 황급히 달려가서 사 왔답니다! 가로수길점은 처음 가 봤는데 오며가며 길을 잃어서 조금 고생했네요...ㅠㅠ 책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중반까지는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는 감상이었어요. 특별히 재밌다고 느끼면서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가독성은 좋아서, 제가 원래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 100페이지, 200페이지 훅훅 넘어가고 있어서 깜짝 놀랐네요! 이런 게 작가의 필력으로 독자를 끌고간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반부는 (제 기준으로) 다소 특이한 사건성 때문에 얀네 텔러 작가의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이 좀 났어요. <아무것도 아니야>를 굉장히 독특한 소설이라고 받아들였거든요! 혹시 두 분 다 헝가리 작가님인가,,, 궁금해서 검색해보았더니 얀네 텔러는 덴마크 작가라고 나오네요.^^; 무지해서 헝가리는 어디고 덴마크는 어디고 지도상 위치도 모릅니다...ㅜㅜ 여하튼! 초반을 넘어서서는 헤르만 헤세 느낌이 정말 많이 난다고 느꼈어요.ㅋㅋㅋ 어느 글에서인가 언급했지만 저는 헤르만 헤세와는 별로 맞지 않습니다.ㅜㅜ 한 권을 겨우 완독했고 두 권은 중도 포기...ㅎㅎ 그런데 그런 저의 헤세 작품에 대한 얄팍한 견해에 비추어본다면 그의 작품 내에는 소년들끼리의 동경이라고 해야 하나, 사춘기 소년으로서 불안정한 심리와 감수성에 의거한 우정과 플라토닉한 사랑이 자주 그려진다고 느꼈거든요... 주인공 아벨과 벨라, 에르노의 아름다운 소년 티보르에 대한 애정과 질투와 집착 묘사 때문에 헤세 생각이 좀 났던 것 같습니다. 저는 티보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어감 때문에 우락부락하고 체격 좋은 마초 남학생을 상상했는데요.ㅋㅋㅋ 남자다운 면도 있으면서도 여성적인 부드러움도 엿보이는 미소년이라고 합니다.:> 배우가 주도하는 연극을 할 때에는 아가씨로 분장하기도 하지요... 저는 책 전체에서 약간 광기 들린 듯한ㅋㅋㅋ 이 연극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네요. 설정을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의 배 갑판으로 하였기 때문인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 생각도 좀 났고... 어렸을 때 <모모> 정말 좋아했거든요!ㅜㅜ 원형극장 터를 배로 상상하고 바다 괴물을 무찌르는 놀이를 하던 모모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추억처럼 떠올랐네요.:> 모모잔! ㅎㅎㅎ 그리고 티보르의 여장과, 연극이 점점 극적으로 치달아간다는(ㅋㅋㅋ) 분위기 때문에는 오에 겐자부로 생각도 좀 났어요.ㅋㅋㅋ 제가 무슨 책을 읽든지간에 오에의 생각을 항상 하고 있기는 하지요...ㅎㅎㅎ 연극 장면부터 흥미진진하게 봤네요! 배우가 많이 정신없었습니다.ㅋㅋㅋ

 저는 처음에는 이 책이 뼈대가 되는 줄거리가 있기는 하나, 계속 의구심이 들어서 괴로웠는데요. (못 참고 '옮긴이의 말' 들춰보다가 대형 스포까지 당하곸ㅋㅋ큐ㅠㅠ ) 저는 산도르 마라이에게 가장 감탄한 부분이, 현학적이고 예술적이지만 소모적인 조각들을 우매한 독자를 약올리듯이 툭툭 던지는 것뿐 아닌가?! 반발심이 느껴지게끔 하는 듯만 하다가 끝까지 읽어내면 그 조각들이 차르르륵! 맞아 떨어지는 전체적 서술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얘네가 무슨 얘기하나, 뭔 상황인가, 했어요.ㅋㅋㅋ 제 이해력이 원체 나쁜 탓도 있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전쟁이라는 혼란스러운 배경 속에서 교사나 아버지를 비롯한 모순적이고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기성세대에 반항하여 주인공 패거리는 거짓말과 절도를 하고 아라베스크라는 아지트에 화려하지만 실속없는 보물들을 채워넣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어른인 배우와 전당포 주인, 배신자였던 에르노에 의해서 세계는 깨어지고 만다는 것입니다. 벨라가 아버지의 금고를 털고... 그 돈으로 패거리는 자신들의 반항심과 알리바바 동굴(아라베스크)을 양껏 채우고... 그런데 벨라의 아버지가 돈이 줄어드는 것을 눈치채는 바람에 일하는 소년 하나를 범인으로 내세워 소년원에 집어넣기는 하는데요. 이대로 가다간 자신들의 소행임이 들통나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티보르의 아버지가 아끼시는 은그릇을 저당잡혀서 겨우겨우 돈을 메꾸기는 합니다. 그 돈 문제에는 패거리는 물론 배우도 포함되어 있고요. 배우가 받은 돈이 있으니... 티보르는 일찍이 자신에 대한 패거리의 사랑에 부담을 느끼고 진력이 났던 터라 전당포 주인에게 돈을 갚고 은그릇을 되받아 올 결심을 하지만 이미 패거리는 함정과 배반에 빠진 뒤라는, 비극적인 스토리입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책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인데, 절판이라니 안타깝습니다. 이 책뿐만이 아니라 산도르 마라이의 제법 많은 작품들이 절판, 품절 상태이던데... 오에 겐자부로의 책도 그렇고 흠 잡을 데 없는 명작들이 이리 쉽게 출판 중지가 되어버려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드네요. 저로서는, 그래서 겨우 구한 책인만큼 귀중하고 신비로운 매력이 가미되긴 합니다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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