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니 큐큐클래식 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조동섭 옮김 / 큐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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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저는 학교 도서관에서 열심히 근무 중입니다.<: 자화자찬은 민망하지만! 도서관에서 제가 제일 일을 잘 하는 것 같아요.ㅋㅋㅋㅠㅠ 그래도 다른 근로학생들에 비해서는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서이기 때문이겠죠...?ㅎㅎ

 신간코너에 새로 책이 들어왔는데, 서가에 책들을 꽂아 넣다가 화려한 표지에 이끌려서 살펴보고는 저자가 오스카 와일드임에 깜짝 놀란 책, <텔레니>입니다! 저는 오스카 와일드를 제법 좋아하는 독자예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인상깊게 읽었고 작년에는 동화 <캔터빌의 유령>을 읽은 독서경험이 있지요.(: 어렸을 때는 <행복한 왕자>와 <별에서 온 아이>를 만화책으로 읽었었어요! 그림체가 너무나 예뻐서 황홀해하면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ㅎㅎ <별에서 온 아이>는 저희 집에 있는 펭귄클래식 출판사 문고로 다시 접하기도 했는데 만화책에서는 생략되어 있던 결말에 충격과 비탄을 느꼈던 감각이 선명하군요.ㅜㅜ '모두들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결말로 지어주면 안 되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사고방식이 단순한 독자여서 마냥 해피엔딩만을 바라고 있군요.ㅜㅜㅎㅎㅎ

 

 <텔레니>는 상당히 에로틱한 소설이어서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랐어요! 기발하고 아름다운 성적인 묘사도 돋보였고 지나치게 단어 선택이 적나라해서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면서ㅋㅋㅋ 웃음을 자아냈던 묘사도 있었습니다.<: 저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소설을 나름 적지 않게 접한 편인데요. 동성과의 성관계를 이렇게 많은 페이지에 걸쳐서 거리낌없이 드러낸 소설은 처음이네요! 제 기준에서 <텔레니>의 가장 야한 장면을 읽을 때-사실 거의 전부 야하기는 합니다.ㅎㅎㅎ-광화문에서 버스를 기다리느라고 벤치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는데요. 바람이 제법 불어서 덜덜 떠느라 얼굴을 붉힐 법한 순간들을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다지 부끄럽다거나 거부감이 든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동성애에 아무 반감을 느끼지를 않아서!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오스카 와일드가 쓴 소설이 맞나?! 하는 생각은 계속 들더군요! 찬란하고 화려한 묘사와 섬세한 필치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도 느꼈던 오스카 와일드 특유의 미적 감각에서 비롯된 것임이 틀림없어 보였지만, 실제로 동성 연인까지 있었다고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가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드러내보이면서 책으로 간행하기에 마저 개의치 않았다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의심스러웠거든요! '옮긴이의 말' 부분에서 역시 지적하고 있는 점이더군요! 하지만 또한 지적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텔레니>에서 나타나는 아포리즘의 색깔은 오스카 와일드 고유의 것임에 분명했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의문점을 막론하고라도 그가 쓴 글이로구나, 친밀하고 애틋하며 퍽이나 그리운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저는 오스카 와일드의 글은 멋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물론, 더부룩하거나 질리는 느낌 없이 가독성 좋게 죽죽 뻗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에 글을 읽는 속도가 더딘지라 특별히 두껍지도 않고 책 전체의 크기도 작은 편인 <텔레니>를 전부 읽는데 사흘이나 걸리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지치는 일 없이 즐겁게 정독할 수 있었네요.(: 매력적인 남자 '텔레니'는 깊게 얽히지는 못할지라도, 언젠가는 스쳐 지나가는 일로나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들게끔 하는 캐릭터였습니다! 현실에서는 그다지 많은 사람들을 곁에 두지 못한 저지만, 책을 읽을 때마다 동경심을 품게 하거나 진솔하고 사랑스러운 진심으로 꼭 껴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많은 인물들을 엿볼 수 있어서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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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바로우어즈 -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원작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3
메리 노튼 지음, 베스 크러시, 조 크러시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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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의 저는 도덕관념이 매우 투철했기 때문에ㅋㅋㅋ 초등학교 3학년 땐가, 이 책을 읽으려고 시립 도서관에서 훑어보다가, 여기 이 사람을 닮은 조그마한 존재들이 물건을 훔쳐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반감에 덮어버렸답니다.ㅋㅋㅋ 거기다가 훔치는 게 아니고 빌리는 것이며, 빌리는 것은 예술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까지! 당시의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지금 읽어도 아리에티의 엄마이자 팟의 아내인 호밀리는 확실히 좀 얄밉더군요.ㅋㅋㅋ 속물적인 캐릭터라고 할까요? 대신에 팟과 아리에티보다 톡톡 튀는 도드라지는 존재감은 있었습니다. ㅋㅋ 이게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제가 그걸 안 봐서 잘은 모르지만, 책은 만화 영화에서만큼 샘과 아리에티의 감정선이 도드라지거나 둘의 비중이 많거나 하지는 않은 느낌이었어요. 책에서는 마지막 작별 인사마저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던데요? 만화 영화에서는 쇼우(샘)가 아리에티에게 넌 내 심장의 일부 어쩌고 하지 않나요?ㅋㅋㅋㅋㅋ 책에서는 성격 괴팍한 가정부와 정원사를 피해 달아나느라 인사할 겨를이고 뭐고 없습니다. 아리에티는 샘을 까다롭게 굴기도 하지만 악하지는 않은 거인 남자애, 샘은 아리에티를 (팟과 호밀리도 포함) 신비롭고 재미있는 요정 가족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동화책을 읽으면 온전하게 행복했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서, 대학생이나 되어서도 곧잘 찾아 읽습니다. 추억을 들춰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제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밝고 단단한 사람 그대로이고 싶었는데, 별로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샘은 몸이 허약한 소년이라 일찍이 세상을 떠난 아이죠. 누나들에게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줘서 골려먹길 좋아했던 아이, 'ㅎ'을 쓰는 방식이 아리에티와 똑같았던 아이... 바로우어즈는 순전히 샘의 상상 속 존재일수도 있을 뿐임을 은근하게 암시하는 대목으로 책은 마무리를 맞이합니다. 순수하고 깜찍한 소년이 그 모습 그대로 하늘나라에 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몹시 이상해졌어요. 사실 저의 유년은 샘 만큼이나 빠르게 스러져서, 하나의 동화처럼 저에게 남아있을 뿐이라는 서글픈 생각이 왜 자꾸 들던지요. 궁상맞은 20대가 되어서 동화책을 읽으니까, 별 게 다 슬픈 모양입니다.<:

 

 누구나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겠지요! 바로우어즈가 빌려갔노라고 여긴다면 위안이 조금이나마 되려나요?(: 가장 최근에 잃어버리고 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했던 물건은 저의 이어폰입니다.ㅜㅜ 저는 이어폰을 잘 고장내는 편이기 때문에, 멀쩡한 것을 잃어버리고 마음이 어찌나 아팠던지...ㅋㅋㅋㅋ 바로우어즈는 제 이어폰을 어디에 사용하려고 빌려 갔을까요?(: 역시 높은 선반이나 책상에서 미끄러져 내릴 때 노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빌려간 것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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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가 방학 때부터 정말 읽고 싶어했던 책이었는데... 읽고 싶은 책 20권 남짓 중에서도 1순위였죠...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서도 구비가 되려면 한참 멀었기에, 그냥 내 돈 주고 사서 읽을까 하면서도 참은 책인데, 참길 정말 잘 한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 개학 하자마자 사실 이 책부터 읽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읽고 싶은 책 2순위였던 <위폐범들>을 병행해서 읽기 시작했죠. 그나마 <위폐범들>이 매우 제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위폐범들>마저 재미가 없었다면 속상해서 모든 독서를 중단해버렸을지도 몰라요.ㅜㅜㅋㅋ

 

 아무튼 저에게는 맞지 않았던 책이었기에 뭐라 쓸 얘기도 없네요... 중반부터는 말 그대로 글자 자체만 읽는 식으로 해나가서 기억에 남아 있는 내용도 없습니다.; 주인공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름 파란만장하게 뒹굴었던 것 같기는 한데...주인공의 여자친구 이름 하나는 되게 예쁘더군요, 이레네...

 

 편견은 아닙니다만, 소설가가 아닌 영화감독이 주된 직업(?)인 분이 쓴 소설임을 간과했다는 생각도 들기는 들었어요. 그냥 장면을 카메라로 찍듯이 늘어놓기만 한 느낌? 제일 머리 아팠던 것은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가 얼마나 어색하게 느껴졌던지... 저는 다른 것은 다 참아도 인물들 간의 대화가 설득이 안 된다 싶으면 짜증나더라고요. 그래도 마지막에 안녕, 톰마소, (이렇게 끝나던가요?) 할 때는 마음이 좀 아프긴 했습니다.

 

 사강의 책은 두 번째인데요, 처음으로 읽었던 책은 <마음의 파수꾼>입니다.ㅋㅋ <마음의 파수꾼>은 제가 아주 재밌게 읽었어서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나중에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소장용으로 구입도 했습니다.ㅋㅋ 루이스라는 매력적이지만 무서운 놈이 등장하는데요, 어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한 사람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성격의 캐릭터의 시초가 루이스일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들더군요.ㅋㅋ 다 죽여버리는 것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마음의 파수꾼>을 읽지 않았다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조금은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까요?(: 두 권의 책이 느낌이 비슷한 데가 많아서 아쉽더라고요. <마음의 파수꾼>을 순화시킨 느낌? 아름다운 연하남, 연하남을 좋아하지만 남자로는 바라보지 않는 여주인공, 여주인공의 진짜 애인...ㅋㅋㅋ 이러한 삼각구도와, 반항적인 구석이 있지만 여주인공에게는 강아지처럼 순종적인 연하남의 성격, 자신의 삶에 만족할 줄 알고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줄 아는 쾌활한 여주인공의 성격, 권위적인 진짜 애인의 성격, 이런 성격들마저도 거의 그대로였습니다.ㅋㅋㅋ 그리고 제가 사강의 소설을 두 권밖에 못 접해봤지만, 확실히 사강의 책은 여성 독자를 타깃으로 한 것 같아요.(:

 젊고, 잘생긴 데다가 자기만 바라봐주는 시몽이 있는데 결국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떠오르더군요.ㅋㅋ) 로제에게 되돌아가는 폴을 보면서 참...ㅋㅋㅋㅋㅋ 그런데 또 폴의 모습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의 선택뿐만이 아니더라도 남들이 보기에는 어리석기 짝이 없지만 본인은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는 멍청한 많은 선택들을 하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교훈(?!)처럼 들었습니다.ㅋㅋ

 저는 은근히 책의 제목이 얼마나 멋지냐에 집착하는데, 사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멋진 제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ㅋㅋㅋ 오히려 좀 웃긴 제목 같다고 생각...ㅋㅋㅋㅋ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제목이 내용과 제법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답니다! 폴은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지만 바보 같은 여자지요. 시몽이 그녀에게 카드로 물었던 브람스를 좋아하냐는 질문... 그것이 귀여운 폴을 향해서 안타까운 한숨처럼 흩어집니다. 

  더하여 이것은 좀 쓸데없는 소리지만, 저는 자꾸 폴이 남자 이름 같고 로제가 여자 이름 같더라고요.ㅋㅋㅋ 그래서 읽는데 조금 헷갈렸습니다.ㅋㅋ

  그래도 제가 사강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좀 좋아지는 이유는, 주인공의, 자신의 삶을 판단내리는 태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폴이나 도로시나, 태양은 빛나고 내 인생은 찬란하다,(ㅋㅋㅋ) 약간 뭐 이런 느낌으로 개운해하는 태도가 있어서 ㅋㅋㅋ 읽고 있는 저도 '인생이 아름답기는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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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컬렉션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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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희 작가는 제가 참 좋아하는 한국작가인데요, 1학년 때인가 2학년 소설 수업시간 때 오정희 작가님의 <저녁의 게임>이라는 단편을 읽고 반하게 되었습니다. 앞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유년의 뜰>도 참 인상깊게 읽었었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 <유년의 뜰>에, 젊었던 시절 뛰어난 미모를 자랑했던 할머니 캐릭터가 등장할 것입니다... 왜인지 그 할머니가 잇몸을 드러내며 웃으면서 강물에서 멱을 감던가 몸을 씻던가, 하여튼 그러던 장면이 뇌리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노랑눈이'가 맞던가요? 위험하고 신비로운 고양이 요괴를 연상시키는 이름 같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노랑눈이는 비대한 소녀로 등장하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노랑눈이가 교장실에서 훔쳐 먹은 케이크를 몽땅 토해내던 모습이 은은한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녁의 게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이 한때 사랑했던 소년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부분인데요. 아슴푸레한 첫사랑의 기억이 전형적인 분홍빛이 아닌 시리고 사늘한 푸른빛을 띨 수도 있는 거구나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책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매력과 문체라고 생각합니다... 에쿠니 가오리(청아한 문체), 와타야 리사(가벼워 보이지만 무게가 있는 발랄한 문체), 미시마 유키오(화려한 문체), 오스카 와일드(화려한 문체), 신경숙(서정적인 문체, 표절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좋아하는 국내 소설가 중 한 분이었습니다.) 등 문체가 탐나는 많은 작가들이 있는데 저에게 있어 오정희 작가도 그 중 한 분입니다.

 소년에게서 마른 꽃잎 냄새가 났다고 서술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소년은 주인공을 푸르스름한 새벽녘에 찾아오지 않던가요? 주인공에게 있어 유일하게 행복했던 찰나의 기억처럼 묘사되는데, 짤막한만큼 안타깝고 애절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더라고요. 소년이 주인공에게 했던 리본이 안 어울려요, 라는 말도 참신한 충격으로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새>에서 역시 오정희 작가님의 문체는 빛이 나더군요. 그리고 예상은 했습니다만, 울적하고 서글픈 분위기의 소설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외로운 곁길의 밑바닥 사람들이지요. 읽는 내내 제 마음마저 고독해져서 조금 힘이 들더라고요. <새>의 주인공, 차가운 소녀 우미가 잠시나마 마음을 열었던 상담 아줌마, 그녀를 향해서 다시 마음을 닫아버리는 장면이 어찌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던지... 우미의 남동생 우일이가 겁많고 소심한 성격에서 반항적으로 뒤틀리는 듯한 낌새를 드러낼 때도 마음이 많이 괴로웠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우일이는 머리가 약간 돌아버린 사람처럼, 정신도 몸도 병을 앓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머리가 커다래 보일 정도로 마르고 가냘픈 소년으로 등장하는 우일이가 저러다 죽어버리기라도 하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하면서 읽었습니다.

 

 쓸쓸한 책이었어요.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왜인지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만들었던 문장을 좀 옮겨 보겠습니다. 

 '이 세상에 한번 생겨난 것은 없어지는 법이 아니라고,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고 연숙 아줌마는 말했었다.'

 하필 또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던 문장이라서 배로 마음이 음울해졌던...ㅠㅠ; 약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생각이 나는 것도 같고요. 저는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봤을 때는 솔직히 그냥 그저 그랬거든요. 굉장한 수작은 아닌데 거품 덕이 있는 느낌? 그런데 집에 와서 심심풀이처럼 한 번 두 번 생각해 볼수록 왜 그리 안타까운 마음이 들던지... 분명히 영화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거예요.ㅋㅋㅋㅋ 여운이라고 하나요? 우리 모두는 우리를 필요로 하는 존재를 위해서, 설령 그것이 몇 백, 몇 천년 이후의 존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태어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누구일까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일까 이름도 얼굴도 모르면서 하염없이 그리워하게 되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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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범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9
앙드레 지드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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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은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G시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 노트북 밧데리를 안 챙겨가는 바람에...ㅜㅜ 너무나 늦게 리뷰를 쓰게 되었네요! 읽자마자 바로 쓰는 것이 좋은데 안타깝습니다.ㅜㅜ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위폐범들>! 제 인식 속 앙드레 지드의 글 분위기하고는 조금쯤 상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앙드레 지드가 <위폐범들>을 가리켜 자신이 쓴 유일한 소설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네요. 반항적이고 자존심 강한 베르나르, 예술가의 혼을 지닌 에두아르,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의 올리비에 등 책 속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의 행보를 따라 나아가다 보면 은밀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독자를 홀리게 만드는 "소설"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앙드레 지드의 작품이라면 어릴 적에 어린이를 위한 고전소설 버전으로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두 책 모두 슬픈 결말을 맞이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들이 어린 저에게는 오묘한 비극들로 여겨져서, 앙드레 지드는 별난 사람이구나... 생각했더랬지요. <좁은 문>의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도 불안하게 느껴졌고 <전원교향곡>의 제르트뤼드가 자살을 시도했던 장면도 충격적이었어요. 두 작품에 비하면 <위폐범들>은 재기발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편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그보다는 발칙한 분위기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작중 유약하고 신경질적인 소년 보리스가 권총 자살을 하는 장면은 끔찍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보리스의 죽음은 냉정하고 잔혹한 세 소년의 몰이로 인한 희생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구원'이라든지 '희생'이라든지... 어쩐지 기독교적인(?!)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함께 연상되는 저의 사랑하는 작가 오에 겐자부로 생각을 어김없이 또 했답니다.^^; 소설 속 희생양의 죽음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이라고만 느꼈는데 오에 겐자부로 세계에 빠지면서 취향이 조금 바뀐 것 같기도 하네요.

 

 보리스의 죽음은 확실히 강렬했지만 비중이 큰 캐릭터는 아닌지라 그의 등장이 잦지는 않습니다. 에두아르가 정말 많이 등장하고, ('에두아르의 일기'가 사건 진행을 꽤 많이 서술하지요.) 베르나르와 올리비에가 적당히 많이 나오는 편이랍니다. 세 인물 중에 저는 특히 올리비에에게 감정 이입을 많이 했어요. 올리비에는 언제나 에두아르의 환심을 얻길 희망하고 자칫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합니다. 어떠한 말이나 행동을 해서 에두아르를 성가시게 하거나 그에게 미움을 받느니 올리비에는 시종일관 목석같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쪽을 택하지요. 에두아르 역시 올리비에를 좋아하지만, 올리비에의 차가운 모습을 오해한 그도 마찬가지로 무뚝뚝한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엇갈리는 두 사람, 올리비에와 에두아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동성애 코드로 해석하는 케이스가 많은 것 같던데 저는 그런 것보다는 호감가는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공감을 깊이 느꼈네요. 글쎄, 제가 올리비에처럼 감수성이 풍부하고 자극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는 성격이라서 유별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애정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 일수록 뻣뻣하게 굴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순간 상대의 마음속에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나에 대한 호감이 뚝 떨어지면 어쩌나, 내가 지루하고 매력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키거나 다시 한 번 상기시켜버리면 어떻게 하나...' 그리하여 상대에게 품었던 애정을 발각 당하고 무참히 짓밟혀지는 것보다야, 처음부터 아무 관심 없었던 척 냉정을 가장하는 방향을 선택한답니다!ㅋㅋㅋ 이성이든 동성이든,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돼 버리는 것 같아요.ㅋㅋㅋ 언젠가 희곡 교수님께서 '우리는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평소에도 수시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말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표현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었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늘 제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는 소원해지기 쉽고, 새로운 만남에서 역시 자존심 따위를 앞세우느라고 딱딱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참 어리석고 부족해요.

 

 제가 제목부터 홀딱 반해버리는 책이 꽤 되는데요, <위폐범들>도 그런 책 중 한 권이 되었습니다. 위폐범들, 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제목부터 위엄과 도발이 느껴집니다.ㅜㅜㅋㅋㅋㅋ 이 멋진 제목이 어떻게 책의 전체 내용을 아우를까 참 궁금했어요. 정말 위폐를 만들어서 사기치는 아이들 이야기도 나오긴 하는데 (앞서 말한 냉정하고 잔혹한 소년 패거리에 주목해 주세요! 올리비에의 동생 조르주는 민감하고 세심한 제 형과 달리 발딱 까졌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성깔있는 놈입니다.ㅋㅋ) 자신의 감정을 위조해서 진심을 숨기는 이들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도 해석 가능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위폐범들이 정말 많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등장인물들이 문학에 대해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고 자신만의 문학관이 있고 글쓰기를 연구하고 문학 관련 모임을 도모하는 설정이라 좋았네요. 아무래도 제가 책을 좋아하다보니, 소설이나 시를 쓰거나 문학작품을 탐독하는 이들을 만나면 거리감이 급격히 좁혀지면서 행복해져요. 언젠가 문학 코드가 맞아떨어지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네요! 그 전에 제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지만요!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에는, 저는 더 이상 위폐범처럼 굴지 않을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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