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루 밑 바로우어즈 -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원작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23
메리 노튼 지음, 베스 크러시, 조 크러시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의 저는 도덕관념이 매우 투철했기 때문에ㅋㅋㅋ 초등학교 3학년 땐가, 이 책을 읽으려고 시립 도서관에서 훑어보다가, 여기 이 사람을 닮은 조그마한 존재들이 물건을 훔쳐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반감에 덮어버렸답니다.ㅋㅋㅋ 거기다가 훔치는 게 아니고 빌리는 것이며, 빌리는 것은 예술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까지! 당시의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지금 읽어도 아리에티의 엄마이자 팟의 아내인 호밀리는 확실히 좀 얄밉더군요.ㅋㅋㅋ 속물적인 캐릭터라고 할까요? 대신에 팟과 아리에티보다 톡톡 튀는 도드라지는 존재감은 있었습니다. ㅋㅋ 이게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제가 그걸 안 봐서 잘은 모르지만, 책은 만화 영화에서만큼 샘과 아리에티의 감정선이 도드라지거나 둘의 비중이 많거나 하지는 않은 느낌이었어요. 책에서는 마지막 작별 인사마저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던데요? 만화 영화에서는 쇼우(샘)가 아리에티에게 넌 내 심장의 일부 어쩌고 하지 않나요?ㅋㅋㅋㅋㅋ 책에서는 성격 괴팍한 가정부와 정원사를 피해 달아나느라 인사할 겨를이고 뭐고 없습니다. 아리에티는 샘을 까다롭게 굴기도 하지만 악하지는 않은 거인 남자애, 샘은 아리에티를 (팟과 호밀리도 포함) 신비롭고 재미있는 요정 가족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동화책을 읽으면 온전하게 행복했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서, 대학생이나 되어서도 곧잘 찾아 읽습니다. 추억을 들춰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제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밝고 단단한 사람 그대로이고 싶었는데, 별로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샘은 몸이 허약한 소년이라 일찍이 세상을 떠난 아이죠. 누나들에게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줘서 골려먹길 좋아했던 아이, 'ㅎ'을 쓰는 방식이 아리에티와 똑같았던 아이... 바로우어즈는 순전히 샘의 상상 속 존재일수도 있을 뿐임을 은근하게 암시하는 대목으로 책은 마무리를 맞이합니다. 순수하고 깜찍한 소년이 그 모습 그대로 하늘나라에 갔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몹시 이상해졌어요. 사실 저의 유년은 샘 만큼이나 빠르게 스러져서, 하나의 동화처럼 저에게 남아있을 뿐이라는 서글픈 생각이 왜 자꾸 들던지요. 궁상맞은 20대가 되어서 동화책을 읽으니까, 별 게 다 슬픈 모양입니다.<:
누구나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겠지요! 바로우어즈가 빌려갔노라고 여긴다면 위안이 조금이나마 되려나요?(: 가장 최근에 잃어버리고 귀신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했던 물건은 저의 이어폰입니다.ㅜㅜ 저는 이어폰을 잘 고장내는 편이기 때문에, 멀쩡한 것을 잃어버리고 마음이 어찌나 아팠던지...ㅋㅋㅋㅋ 바로우어즈는 제 이어폰을 어디에 사용하려고 빌려 갔을까요?(: 역시 높은 선반이나 책상에서 미끄러져 내릴 때 노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빌려간 것 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