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p.137 ˝고이치는 독특해. 이런저런 소리를 듣는 이유는 주위 수준이 너무 낮아서야.˝

작품의 주인공인 고이치는 단순히 성격이 독특한 수준을 넘어, 사회적 신호를 읽지 못하거나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뚜렷한 어려움을 겪는 고등학생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잉 행동으로 또래들 사이에서 눈에 띄거나 몹쓸 짓을 하지는 않지만, 평소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고이치가 원하는 것은 그저 또래처럼 생각하고 또래처럼 행동하는 것. 평범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서 타인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다. 고이치 엄마 역시 고이치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지만 그냥 자신의 아이가 독특한 것뿐이라는 말로 고이치를 타이른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이치가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보다 타인을 밑으로 보며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한데 그래서일까, 고이치는 어머니의 말을 믿고 위안을 얻기보다는 자신에게도 뭔가 특출난 장점이 있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

고이치의 무료한 일상에서 유일하게 즐길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 서점에 나가 성인만화를 들여다보고, 몰래 훔쳐서 자신만의 아지트에서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 성인만화의 작가는 학교 미술 선생님인 니키. 고이치는 우연찮게 니키가 소아성애자인걸 알았고, 니키가 학교 선생님이라는 본업이 있음에도 성인만화를 연재한다는 사실이 괘씸하기도 하지만 자기 혼자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짜릿한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서점에서 성인만화를 훔친 것이 발각되어 담임선생인 니키가 서점으로 호출되고, 그 일을 계기로 그날부터 고이치와 니키의 팽팽한 대립과 신경전이 벌어진다.

서로의 약점을 하나씩 쥐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고이치가 니키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자, 니키는 머리를 짜내어 소설을 쓰고 고이치에게 자신의 소설이 어떠한지 평가받고자 한다. 그리고 니키는 고이치에게 정식으로 소설을 써 보라고 권한다. 소설 중반부는 고이치가 소설을 쓰는 일에 매진하며 고군분투하는데, 나는 이 부분이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고이치가 니키의 비밀을 까발릴지 말지 같은 갈등으로 초점이 맞추어질 줄 알았는데 내용이 약간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왜 고이치는 니키를 혐오하면서도 동경하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소설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난제이다. 고이치는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사는 인물이다.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범주에 들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연기하며 살아가는 반면, 니키는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논리와 세계관에만 충실한 인물이다. 이 지점에서 고이치는 자신이 갖지 못한 순수성과 확신을 니키에게서 발견하고 그에게 매료된 것이리라. 세상은 니키를 이상한 아이로 치부하지만, 고이치는 니키의 비범함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라는 자부심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즉, 니키에게 인정받음으로써 고이치는 지루하고 평범한 다수에서 벗어나 니키와 같은 특별한 소수로 격상되고 싶어 한 것이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어떤 식으로든 밝혀진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설 후반부는 니키의 비밀에 초점이 맞춰지며 긴장감이 더해진다. 고이치가 소설을 집필하고 있고 응모전에 도전할 거라고 니키가 반 아이들에게 말했기 때문에 고이치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니키의 비밀도 드러날 위험에 처한다. 니키는 왜 그런 말을 해서 고이치를 곤란하게 했을까.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흥미진진한 소설이라서 결말이 날 때까지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에나방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정통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적 추론보다는 한국 사회의 병폐와 인물들의 축축하고 어두운 심리 묘사에 치중한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래서 사건의 아귀가 딱딱 맞는 쾌감보다는 읽고 난 뒤의 찝찝하고 서늘한 뒷맛을 강조하다 보니 결말의 전개가 다소 비약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내가 특히 그렇게 느꼈던 부분은 담임 선생님과 미희의 관계였다. 이 둘의 관계가 이 소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결정적인 지점이 아닐까. 충분한 복선 없이 둘 사이의 관계가 결말부에서 폭로되듯 드러나다 보니 서사가 빈약하게 느껴졌고 촘촘한 빌드업을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이 지점이 개연성의 구멍으로 보일 수 있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영 엄마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체 저 여자는 소영 아빠와 소영에게 왜 저러는 건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었고, 끝부분 반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었기에 놀라움과 허탈감을 주었다. 누에나방은 고치를 뚫고 나오지만 입이 퇴화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곧 죽고 마는 비극적인 존재이다. 소영이는 결국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났지만, 소영이 곁에서 그녀를 도우려 했던 동기가 뒤틀린 애정이었다는 점은 완전한 해방이 불가능함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안겨준다.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재창조해버린 치밀한 가스라이팅. 소영이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사고 과정 전체를 통제하고,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어 소영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다루는 모습은 정말 소름 끼친다. 나는 내심 소영 아빠가 소영이를 도와주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소영 아빠 또한 가족 놀이를 유지하기 위한 부품처럼 취급받았고, 집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매일 눈으로 보면서도 바로잡지 못한 채 서서히 무너져 내린 또 하나의 피해자일 뿐이었다. 어쩌면 소영이보다 더 무력하고 비극적인 인물일지도.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어 옆에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영. 소영이를 퇴원시키고 집으로 데려왔지만 소영이의 물건과 옷가지들을 모두 내다 버리고 아빠가 있는 방에는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소영 엄마. 휠체어에 앉아 거동할 수 없는 말 없는 소영 아빠. 그리고 소영의 기억을 되찾게 도와주는 고마운 친구 민지. 한결같으면서도 입체적인 등장인물 덕분에 소설이 주는 재미가 더해졌다. 단연 이 소설의 재미는 소영 엄마의 정체일 것이다. 그녀의 정체를 알면 누구라도 탄식하지 않을까. 소영이 엄마에게 벗어나기를,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 인간의 집요하면서 이기적인 집착과 서늘한 욕망을 비극적으로 잘 그려낸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불교 교리를 설명하는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가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일들을 통해 어떻게 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가볍게 살 수 있을까를 다정하게 들려주는 에세이라서 더 울림이 크게 느껴진다. 괴로움은 곧 스트레스로 직결되는데 이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나 혼자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타인과의 충돌을 피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이라도 잘 다스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리라.

p.68 ˝우리는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경험을 지닌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와 대화를 창조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이 무익하고, 대개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한다.˝


저자는 이처럼 각자가 자신만의 경험이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짚어주고 있다. 타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 급기야 상대방이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저 문장을 상기한다면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구나라는 통찰을 얻고, 그 과정들을 토대로 내면적으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리라. 결과적으로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 또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였음을 깨닫게 하여, 날 선 감정 대신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한다. 내가 보는 세상과 상대가 보는 세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마음챙김 호흡 명상법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요동치는 생각에서 벗어나기에 호흡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고 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머릿속 이야기는 진실이 아님을 깨닫는 연습이 필요하다. 숨을 내뱉을 때 내 안의 긴장과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함께 내보낸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익하고 와닿았던 내용은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독의 개념인 술이나 쇼핑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뿐만 아니라, 내 생각이 옳다는 확신조차 중독의 일종이라는 통찰이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욕구가 갈망으로, 다시 집착으로 굳어지며 통제력을 잃는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중독에서 벗어나 평온해지는 법은 먼저 내 삶에 어떤 중독과 집착이 있는지 가만히 살펴보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물욕과 식탐이 어느 정도 있는데 이러한 욕구들을 자제하는 방법에 대해도 책에서 다루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을수록 마음챙김이 왜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지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머릿속의 모든 생각과 말을 진실이라고 믿지 않게 됨으로써, 무익한 스트레스와 불안에서 벗어나 편안해질 수 있는데, 마음챙김으로 비로소 생각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마음챙김은 심리적인 평온을 넘어 우리 몸의 시스템에도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머릿속 불안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신체는 긴장을 풀고 회복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돈도 들지 않고 건강한 신체가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음챙김과 호흡 명상을 통해 건강하고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안 할 이유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체로 놀지 마 어른들아
구라치 준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 깔끔하게 사건을 종결짓기 때문에 읽고 나서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이렇게 단순명료하고 논리정연한 추리라니! 하지만 구라치 준 특유의 유머러스한 비틀기는 마지막에 나온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폴 오스터의 유작인 바움가트너의 책장을 덮고는 아련하면서도 복잡한 심정으로 한동안 멍해졌다. 누군가 이 책의 줄거리를 말해 달라고 하면 선뜻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도, 사건도 명확히 잡히지 않아서 내가 독서를 잘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소설은 선형적인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주인공 바움가트너의 기억과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전적으로 화자인 바움가트너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들은 마치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그의 과거와 회상 속에서 천천히 유영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 애나를 잃게 된 바움가트너. 사별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바움가트너의 의식 속에는 애나가 항상 자리한다. 타버린 냄비 하나를 보다가도 자연스레 애나가 떠오르는 것처럼, 팔다리가 없는데도 통증을 느끼는 환지통 현상처럼, 애나는 더 이상 없지만 그녀의 존재가 바움가트너의 모든 생각 속에 유령처럼 머물고 있다. 이 소설은 폴 오스터가 암 투병 중에 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작가 특유의 지적인 유희보다는 삶의 유한함과 기억의 연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소설 속에는 애나가 쓴 시나 원고가 삽입되는 등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가 반복되는데, 결국 사람은 사라져도 그 사람이 남긴 텍스트와 기억은 계속 흐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듯하다. 바움가트너가 계속 애나의 미발표 원고를 읽거나, 일상 속에서 그녀를 소환하는 과정을 통해, 그녀가 곁에 없다는 물리적 사실보다는 그녀가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심리적 사실이 더 강력하게 그를 지배할 수 있었고 결국 이것이 그가 외로운 삶을 꿋꿋이 버텨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결국 기억은 죽은 자들을 다시 불러내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우리 곁에 머물게 할 수는 있다는 주제 의식이 또렷하게 남는다.

책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이 남는다. 운전 중에 갑자기 나타난 사슴을 피하려다가 피를 흘리며 부상을 입는 바움가트너. 그는 망가진 차 밖으로 걸어 나와 그를 가두고 있던 고립된 생활에서 강제로 튕겨 나와 세상과 다시 마주한다. 낯선 집의 문을 두드리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 이는 생존을 향한 의지이자,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신호이리라. 이 장면은 소설 초반, 바움가트너가 타버린 냄비 때문에 손을 다치고 과거에 집착하다 상처 입는 노년의 정체된 모습과 상반된다. 폴 오스터는 바움가트너에게 넘어져도 괜찮으니 이제 그만 애나를 보내주고 당신의 남은 삶을 살아가라고 등을 떠민다.

마지막에 실린 김연수 작가의 글에는 폴 오스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깊이 드러나 있다. 또한 독자들에게는 다정한 위로를 준다. 김연수 작가는 폴 오스터가 죽음을 앞두고 이 소설을 썼다는 점에 주목하며 바움가트너가 애나의 유고를 정리하고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듯, 폴 오스터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삶을 긍정했음을 헌정 글을 통해 강조한다. 이 소설을 통하여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