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 식탁
설재인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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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문시라는 도시에서 뱅상 식탁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정빈승. 그런데 뱅상 식탁의 구조는 좀 특이하다. 입구를 제외하고 삼면은 막혀 있고, 각 테이블은 벽에 막혀 있다. 의자는 상대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같이 앉아야 한다. 테이블은 총 4개로 2인이 앉는 백 퍼센트 예약제 식당.

1번 테이블에는 대학원 동기인 수창과 애진, 2번 테이블에는 모녀 사이인 정란과 연주, 3번 테이블에는 20여 년 만에 만난 학창 시절 친구인 상아와 유진, 4번 테이블에는 직장 동료인 성미와 민경. 이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식당의 특이한 구조 때문에 자신의 일행 외에 다른 손님을 볼 수 없다. 오직 정빈승만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며 손님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 한창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이들은 갑자기 총소리와 함께 10분의 시간을 줄 테니, 한 테이블당 한 명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8명의 사람들은 두뇌를 풀가동하여 어떻게든 본인이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이유를 상대에게 납득시킨다. 내가 제일 안타깝게 생각했던 테이블은 이 중 유일한 가족관계인 모녀 테이블이다. 평생을 엄마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꼭두각시처럼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했던 딸에게 뱅상 식탁 이벤트(?) 는 일종의 탈출구이자 기회였는지 모른다. 끝까지 모든 사람을 다 탈출시키고자 정빈승을 설득한 것도 딸이었는데 끝내 희생자가 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20여 년 만에 재회한, 똑같은 원피스를 입은 친구 테이블. 이들은 자식들의 학폭 문제로 다시 만나게 된 껄끄러운 사이이다. 복병은 이 테이블에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아이 엄마들인데 말이다. 심지어 한 명은 임산부인데.

테이블 중에 유일하게 남자가 있는 1번 테이블. 예전에는 교장이었으나 퇴직 후에 소설가를 꿈꾸는 수창과 자식들과 집안을 돌보느라 뒤늦게 소설을 쓰기 시작한 애진. 수창은 주야장창 애진을 무시하며 자기가 애진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는 전형적인 속물이다. 마지막 테이블인 4번에는 직장 동료인 동갑내기 여자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도 성질이 보통이 아니다. 서로 본인이 희생하며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정빈승은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상처를 입어 심약해지고 자존감이 낮아진 정빈승은 주장한다. 끊임없이 자기에게 지시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그는 사람들을 인질로 가둬두고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정작 누구도 죽이지 못한 마음이 여린 보통의 식당 사장일 뿐이었다.

​8명 중에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예상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마지막에 반전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인물이 변심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가 예측불허라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작가는 인간의 이면성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까. 인간관계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추악함과 이기심. 극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진심과 진실들. 가족관계에서조차 이러한데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오죽할까.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렵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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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케이시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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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끝내 주인공 소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책장을 덮었다. 엄마와 재회하면 이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뭐,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각각의 등장인물은 이름 대신 소녀가 붙인 별명으로 불린다. 편의점 야간 근무를 하며 만난 발톱은 소녀가 사회생활을 하며 사귄 첫 번째 친구이다. 다리를 절고 귀가 살짝 안 들리는, 덩치 크고 무식하게 힘이 센 발톱. 소녀와 발톱과의 티키타카, 티격태격은 피식 웃음이 나온다. 소녀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발톱의 배려와 은근히 잘 맞았던 개그코드였다.

엄마를 찾는 것이 최종 목표였던 소녀는 악조건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는다. 편의점에서도 책을 매개로 손님과 친분을 쌓고, 발톱에게도 책을 권유하며 책 속에서 의미를 찾고 삶을 배운다. 소녀가 발톱에게 추천하는 고전 소설 몇 권이 있는데 부끄럽게도 아직 나도 못 읽은 거라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편의점과 가까운 곳에 라이브러리라는 서점이 있다. 사실 소녀는 엄마의 흔적을 찾아 이 도심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거라서 어렴풋이 이 근처에서 엄마를 찾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소녀는 책을 좋아한 덕분에 서점 원장님의 배려로 라이브러리에서 일을 하며 맘껏 책을 읽고, 휴게실에서 생활을 하며 엄마의 흔적을 쫓는다. 그 와중에 중학교 때 왕따였던 눈곱을 서점에서 만난다. 소녀는 중학교 때 자퇴했던 일을 회상한다. 괴롭힘당하는 눈곱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자퇴서를 쓰고 훌쩍 학교를 떠난 버린 것. 눈곱은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수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눈곱은 소녀와 라이브러리에서 같이 일하며 소녀의 친구로서, 동료로서 함께 지낸다.

소녀에게는 한 명의 친구가 더 있다. 소녀는 히키가 편의점 손님으로 왔을 때, 편의점에 자주 오는 길고양이를 히키 집에 키우게 하고 소극적이었던 그를 밖으로 꺼낸 장본인이다. 히키는 히키코모리의 줄임말로 역시 소녀가 지어준 별명이다. 별명 짓기 천재인 듯. 넷은 어느새 돈독한 사이가 된다. 넷이 똘똘 뭉쳐 서점을 이용하여 마약을 유통하려고 했던 나쁜 놈들을 잡는 일화도 흥미진진했다. 외로웠던 소녀에게 발톱과 히키, 눈곱이 곁에 있어 주어 다행이다.

보통 엄마와 딸이라는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신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예외이다. 서로를 갈구하는 모녀간의 절절한 사랑도 느낄 수 있지만, 소녀와 친구들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한 편의 성장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마지막에 엄마의 일기를 읽으며 그동안 엄마를 오해하고 있었단 걸 알게 된 소녀. 이제 엄마와 오래오래 행복할 일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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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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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장르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철학서인 줄 알았다. 책 두께도 상당하다. 뭔가 깊은 사연이 담긴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라고 기대하며 빠져 읽기 시작했다. 책 소개에도 유괴라는 사건에 초점을 두지 않고 3년간의 공백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서 어떤 반전과 사연이 있을지 궁금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아쓰기 지역에서 벌어진 초등학교 6학년 남아의 유괴 사건과 요코하마시에서 벌어진 네 살짜리 남아 유괴사건이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다. 동시 유괴사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사태로, 현경들은 당황한 와중에도 신속하게 수사본부를 꾸리고 적절한 인원 배치를 통해 두 아이 모두를 안전하게 구조하려 애쓴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베테랑인 나카자와 형사를 비롯한 현경들은 첫 번째 유괴사건이 두 번째 유괴사건을 위한 덫임을 눈치챈다.

두 번째 유괴사건의 피해자 나이토 료. 나이토 료의 할아버지인 시게루는 경찰들과 협력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돈 가방을 전달하려 했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료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나 7살이 되어 아이가 조부모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도 아이는 사건에 대해 말이 없고 조부모 역시 경찰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유괴 사건은 시게루 집안의 자작극이라니, 범인은 료의 엄마였다는 각종 추측의 말이 떠돌고 어느새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어느덧 요코하마 유괴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공소시효도 만료되어 범인을 잡아도 무의미해졌지만 나카자와 형사의 죽음을 계기로, 당시 나카자와 각별한 사이였던 신문기자 몬덴은 공백의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끈질기게 취재한다. 나카자와 형사를 비롯하여 당시 사건 해결에 힘쓰고 있던 나카자와 형사의 부하나 동료들이 30년이 지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 사건을 기억하며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감이 발동한 것이리라.

3년 동안 나이토 료를 누가 데리고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몬덴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료의 어머니를 찾아다니고, 각종 취재와 인맥을 동원하여 화랑과 그림에 대해 추적한다. 미술 기법, 화랑, 화가, 그림. 사실 나는 이런 것들에 문외한이라 몬덴이 이런 것들을 추적하는 과정들이 좀 지루했다. 나이토 료가 그린 그림들이 계속 누군가와 겹쳐지고 몬덴은 결국 료의 그림자에 가려진 천재 화가가 누군인가를 알아낸다.

그 와중에도 료와 리호의 서정적이면서도 서로의 성장을 북돋아 주는 관계가 좋았다. 리호 역시 료의 흔적을 쫓아 사방팔방 헤매다가 결국 료를 만나게 된다. 료를 짝사랑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그를 응원하다가 료와 재회하게 되었을 때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되는 리호. 아마 료도 리호를 많이 좋아하지만 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 탓에 말하지 못했겠지.

​료가 데리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들이라서 참 다행이다. 료의 친엄마는 아이가 유괴돼도 태평한데 정작 3년 동안 료를 맡아 키운 사람들은 친자식처럼 료를 보살피고 사랑해 주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책의 제목이 찰떡이었다. 사실화라는 그림은 눈에 또렷이 각인되어 보이는 부인할 수 없는 어느 하나의 존재이다. 이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억을 마음으로밖에 간직할 수 밖에 없는 료의 마음은 사실화라는 존재를 통해 생생하게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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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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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장르가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철학서인 줄 알았다. 책 두께도 상당하다. 뭔가 깊은 사연이 담긴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라고 기대하며 빠져 읽기 시작했다. 책 소개에도 유괴라는 사건에 초점을 두지 않고 3년간의 공백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서 어떤 반전과 사연이 있을지 궁금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아쓰기 지역에서 벌어진 초등학교 6학년 남아의 유괴 사건과 요코하마시에서 벌어진 네 살짜리 남아 유괴사건이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다. 동시 유괴사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사태로, 현경들은 당황한 와중에도 신속하게 수사본부를 꾸리고 적절한 인원 배치를 통해 두 아이 모두를 안전하게 구조하려 애쓴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베테랑인 나카자와 형사를 비롯한 현경들은 첫 번째 유괴사건이 두 번째 유괴사건을 위한 덫임을 눈치챈다.

두 번째 유괴사건의 피해자 나이토 료. 나이토 료의 할아버지인 시게루는 경찰들과 협력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돈 가방을 전달하려 했지만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료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나 7살이 되어 아이가 조부모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도 아이는 사건에 대해 말이 없고 조부모 역시 경찰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유괴 사건은 시게루 집안의 자작극이라니, 범인은 료의 엄마였다는 각종 추측의 말이 떠돌고 어느새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어느덧 요코하마 유괴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공소시효도 만료되어 범인을 잡아도 무의미해졌지만 나카자와 형사의 죽음을 계기로, 당시 나카자와 각별한 사이였던 신문기자 몬덴은 공백의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끈질기게 취재한다. 나카자와 형사를 비롯하여 당시 사건 해결에 힘쓰고 있던 나카자와 형사의 부하나 동료들이 30년이 지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 사건을 기억하며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사명감이 발동한 것이리라.

3년 동안 나이토 료를 누가 데리고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몬덴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료의 어머니를 찾아다니고, 각종 취재와 인맥을 동원하여 화랑과 그림에 대해 추적한다. 미술 기법, 화랑, 화가, 그림. 사실 나는 이런 것들에 문외한이라 몬덴이 이런 것들을 추적하는 과정들이 좀 지루했다. 나이토 료가 그린 그림들이 계속 누군가와 겹쳐지고 몬덴은 결국 료의 그림자에 가려진 천재 화가가 누군인가를 알아낸다.

그 와중에도 료와 리호의 서정적이면서도 서로의 성장을 북돋아 주는 관계가 좋았다. 리호 역시 료의 흔적을 쫓아 사방팔방 헤매다가 결국 료를 만나게 된다. 료를 짝사랑하지만 말하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그를 응원하다가 료와 재회하게 되었을 때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되는 리호. 아마 료도 리호를 많이 좋아하지만 내성적이고 과묵한 성격 탓에 말하지 못했겠지.

​료가 데리고 있었던 사람들이 그들이라서 참 다행이다. 료의 친엄마는 아이가 유괴돼도 태평한데 정작 3년 동안 료를 맡아 키운 사람들은 친자식처럼 료를 보살피고 사랑해 주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책의 제목이 찰떡이었다. 사실화라는 그림은 눈에 또렷이 각인되어 보이는 부인할 수 없는 어느 하나의 존재이다. 이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3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억을 마음으로밖에 간직할 수 밖에 없는 료의 마음은 사실화라는 존재를 통해 생생하게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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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 - 작고 거대한, 위대하고 하찮은 들시리즈 7
이은혜 지음 / 꿈꾸는인생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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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제 나는 무언가를 깊이 좋아할 줄 아는 마음이 빼어난 재주 못지않게 값진 삶의 기술이라고 믿는다. 잘하는 게 많지 않아도 좋아하는 건 많은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page.6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책은 이른바 고양이에 대한 사랑 고백을 담고 있다. 애정도 하나의 재능이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애정을 품은 대상을 기꺼이 마주하고 품으며 열정을 다하는 마음. 그 마음이 고양이처럼 정적이며 온화하고 잔잔하다.

작가와 나의 공통점이 많아서 흠칫 놀란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 역시 현재 두 마리의 집사라는 점, 그중 한 녀석은 반야처럼 두 번 파양되어 몹시 예민하고 사람에게 곁을 두지 않는 고양이라는 것, 예전부터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당연히 그 대상은 강아지라고 생각했던 것 등등.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던데 누가 알았겠는가. 고양이는 정말 애정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라는 걸 절감한다.

작가의 집사 인생을 열어 준 것은 자취방 앞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작가가 고양이에게 길들여지고,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와 같이 살게 되며, 둘째 애월을 입양하고, 고양이 세계에 흠뻑 빠지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이 짠하면서도 몽글몽글해서 나 역시 고양이와 함께 지낸 시간들이 오버랩되어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길고양이 밥을 챙기고, 아픈 고양이를 치료하고, 중성화나 입양 등등 캣맘에 대한 조심스러운 이야기도 실려 있는데 나 역시 길고양이 밥을 몰래 주다가 걸려서 싫은 소리를 들었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나 마음이 안좋을 때가 있었다. 튀르키예는 고양이와 인간이 융화되어 살아가는 나라라며, 작가는 한국 고양이를 안쓰럽게 생각한다. 나 역시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길고양이가 무서웠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나서는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다 사랑스럽다. 그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랄뿐이다.

"고양이의 솜털 보송한 배를 쓰다듬으며 유영하는 구름을 봐야지. 그런 다음에는 두유로 라테를 만들어 마시고, 좋아하는 문학평론가의 신간을 읽어볼까. 죄책감없이, 고양이처럼."
page.52

작가를 비롯해 모든 집사들이 공감하는 말은 고양이에게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내가 그들을 키우는 것인데 생활 습관이나 수면 패턴 등이 바뀌고 있으니 확실히 내가 길들여지고 있어서 반박할 수가 없다. 뭐가 그리 피곤한지 곯아떨어진 녀석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그들처럼 방바닥에 같이 누워 뒹군다. 세상 행복하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고양이의 배를 쓰다듬어 본다. 고양이는 배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데 내 손길에도 움찔하지 않고 평온한 걸 보니, 나는 기꺼이 녀석들에게 길들임을 당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챕터부분은 읽기가 힘들었다. 항암 치료를 받는 반야와 어떻게든 반야를 고통에서 구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눈물 콧물 범벅으로 대성통곡하며 읽었다. 작가가 억지로 슬프게 쓴 것도 아닌데 그 담담하게 쓰인 글들이 오히려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 나에게도 닥칠 미래라는 것이 자명해서 두렵고 조바심이 난다.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녀석들과 후회 없는 삶을 보내고 싶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겨준 책이기도 하고, 고양이에 관한 에세이는 처음이라서 깊이 기억에 남을 책인 것 같다. 선물처럼 내게 와준 소중한 두 털뭉치들에게 고맙다. 내게도 고양이라는 깊은 애정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일깨워 준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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