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끝내 주인공 소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책장을 덮었다. 엄마와 재회하면 이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뭐,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각각의 등장인물은 이름 대신 소녀가 붙인 별명으로 불린다. 편의점 야간 근무를 하며 만난 발톱은 소녀가 사회생활을 하며 사귄 첫 번째 친구이다. 다리를 절고 귀가 살짝 안 들리는, 덩치 크고 무식하게 힘이 센 발톱. 소녀와 발톱과의 티키타카, 티격태격은 피식 웃음이 나온다. 소녀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발톱의 배려와 은근히 잘 맞았던 개그코드였다.엄마를 찾는 것이 최종 목표였던 소녀는 악조건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는다. 편의점에서도 책을 매개로 손님과 친분을 쌓고, 발톱에게도 책을 권유하며 책 속에서 의미를 찾고 삶을 배운다. 소녀가 발톱에게 추천하는 고전 소설 몇 권이 있는데 부끄럽게도 아직 나도 못 읽은 거라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 편의점과 가까운 곳에 라이브러리라는 서점이 있다. 사실 소녀는 엄마의 흔적을 찾아 이 도심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거라서 어렴풋이 이 근처에서 엄마를 찾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소녀는 책을 좋아한 덕분에 서점 원장님의 배려로 라이브러리에서 일을 하며 맘껏 책을 읽고, 휴게실에서 생활을 하며 엄마의 흔적을 쫓는다. 그 와중에 중학교 때 왕따였던 눈곱을 서점에서 만난다. 소녀는 중학교 때 자퇴했던 일을 회상한다. 괴롭힘당하는 눈곱을 도와주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자퇴서를 쓰고 훌쩍 학교를 떠난 버린 것. 눈곱은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수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눈곱은 소녀와 라이브러리에서 같이 일하며 소녀의 친구로서, 동료로서 함께 지낸다.소녀에게는 한 명의 친구가 더 있다. 소녀는 히키가 편의점 손님으로 왔을 때, 편의점에 자주 오는 길고양이를 히키 집에 키우게 하고 소극적이었던 그를 밖으로 꺼낸 장본인이다. 히키는 히키코모리의 줄임말로 역시 소녀가 지어준 별명이다. 별명 짓기 천재인 듯. 넷은 어느새 돈독한 사이가 된다. 넷이 똘똘 뭉쳐 서점을 이용하여 마약을 유통하려고 했던 나쁜 놈들을 잡는 일화도 흥미진진했다. 외로웠던 소녀에게 발톱과 히키, 눈곱이 곁에 있어 주어 다행이다. 보통 엄마와 딸이라는 책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신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예외이다. 서로를 갈구하는 모녀간의 절절한 사랑도 느낄 수 있지만, 소녀와 친구들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한 편의 성장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마지막에 엄마의 일기를 읽으며 그동안 엄마를 오해하고 있었단 걸 알게 된 소녀. 이제 엄마와 오래오래 행복할 일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