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책을 읽는 내내 넷플릭스 콘텐츠 [더 글로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차갑고 고요하게 복수의 판을 짜 내려가는 주인공 영아의 모습에서 문동은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오드아이와 무속적 요소라는 독특한 결을 더해 훨씬 더 서늘하고 묵직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p.115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두 다리를 섬벅 베어버려야지. 그래야 마땅하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나길 빌 게 아니라.˝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대목을 하나 꼽자면 단연 영아의 이 한마디다. 자신에게 상처 준 이들을 어설프게 용서하거나 하늘의 벌을 빌어주는 대신, 직접 두 다리를 베어버리겠다는 영아의 직진 복수심. 그 서늘한 결기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섬뜩하게 다가왔다. 소설의 구도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명확히 나뉜다. 전반부는 가해자인 태오와 그 태오의 부모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자신들의 안위와 자식의 미래를 위해 타인의 삶을 짓밟고도 죄책감 없이 정상을 향해 달리는 그들의 이기적인 태도는 읽는 내내 분노를 자아낸다. 하지만 이 답답함이야말로 후반부를 위한 완벽한 빌드업이 된다.후반부는 영아가 신병과 온갖 고난을 겪으며 무당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마침내 복수의 칼을 가는 서사에 집중한다. 특히 영아의 복수 방식이 참으로 치밀하면서도 섬뜩하다. 홧김에 저지르는 감정적인 보복이 아니라 가해자들을 가장 찬란한 정상의 궤도에 올려놓은 뒤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순간 한 번에 무너뜨리는 방식을 취한다.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의 충격이 가장 크다는 것을 영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가해자들을 단숨에 추락시키는 카타르시스로 끝나는 줄 알았지만, 이야기의 끝에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기찻길 근처에서 영아의 주변을 서성거리던 귀신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모여 있던 서사들이 하나의 완벽한 조각으로 맞물리며 소름과 함께 묵직한 여운이 밀려왔다. 단순한 사이다 복수극을 넘어 작품의 서사적 깊이를 완성해 주는 순간이 아닐까.차가운 기획력과 섬뜩할 정도의 치밀함, 그리고 무속적 세계관이 결합하여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완벽하고 깔끔한 복수극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오드아이 속 영아의 서늘한 눈빛에 단번에 매료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받은 깊은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아물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상처가 어떻게 서늘한 집착과 복수로 변하는지를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준 책이었다. 가을밤, 서늘하고 치밀한 소설 한 편으로 몰입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