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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랜드
사와무라 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디스토피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 조지 오웰의 1984. AI와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스마트한 세상이 도래함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소재의 소설이 부쩍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소설은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이 억압된 사회를 묘사하기 이전에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일상과 무너지는 가족의 비극을 다룬다. 총 6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첫 작품부터 내 예상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가지 않아 당황했다.
‘컴퓨터 시어머니‘라는 첫 번째 작품은 태블릿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시어머니가 아들의 집안 곳곳을 통제하려 하면서 며느리와의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다. 집안의 조명과 식재료는 물론, 며느리가 퇴근해서 들어오는 시간까지 간섭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며느리는 숨이 막혀온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시어머니 험담을 하며 스트레스를 다스리려 하지만 도를 넘어선 시어머니의 행동에,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있는 요양원에 몰래 찾아간다. 요양원에서 마주한 시어머니를 보고 놀라는 며느리. 예상치 못한 결말과 씁쓸함에 절로 힘이 빠졌다. 정말 미래 세상에는 외로운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노인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기술을 악용하여 가족들을 힘들게 만들까? 누구를 위한 첨단 기술일까?
두 번째로 내가 경악했던 작품은 ‘오늘 밤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서‘ 라는 이야기다. 나이 든 부모님을 부양해야하는 자식들의 고충과 함께 ‘돌봄‘이라는 간병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충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더구나 부모의 신체 부위를 절단하는 돌봄 시스템과, 버려진 외계인들이 지구인의 부양을 바라는 이야기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라서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최조고에 달한 시대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책 띠지에도 써 있는 것처럼 있을 법한 이야기가 제일 무섭다!
일본의 장례 의식이 간소화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통야를 생략하고 하루 일정으로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만 모여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는 방식인데, 늘어나는 사망자와 소수 가족으로 가족 구조가 변모하면서 일일장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마지막 작품인 ‘사랑을 말하기보다 이와 같이 집행하자‘는 미래의 급격하게 변화된 장례식 절차를 보여주는 동시에, 장례식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던 가장 인간적인 작품이었다. 태블릿으로 가상 현실을 구현해 장례식을 치르는 세상에서, 어느 노인이 자기가 죽은 뒤에 실제 장례식을 치러달라고 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속, 인간 관계의 단절과 기계적인 소통을 극대화한 작품이지만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여섯 개의 이야기는 모두 인간미가 상실되어 버린, 스마트한 세상에서 모든 것이 기계화되고 기계에 의존하는 인간 군상을 그려 낸다. 소설은 사회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행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불안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무너지고 있는 가정과 가족을 비극적으로 표현한다. 인간성을 잃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또한 근미래에 가족이 무너지는 과정에 대해 섬세하게 다룬 씁쓸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