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범죄실록 - 조선을 뒤흔든 범죄, 수사, 재판 이야기
정명섭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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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국의 범죄 수사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최근 시즌까지 모두 보았다. 잔혹한 범죄가 많기도 하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 기법으로 증거물을 찾아내고, 증거가 없다 해도 FBI 요원들이 심리적으로 범인을 압박하여 체포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조선 시대에는 살인이 일어났을 때 목격자가 없을 경우 어땠을까? 지금처럼 CCTV도 없고 지문 채취나 국과수 같은 기관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범죄에 대해 다루면서도 사건, 사고를 나름 과학 수사와 법의학으로 풀어낸다.


사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의금부는 고려 시대 충렬왕 때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그때는 의금부가 아니라 순마소라는 명칭이었고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뒤에 개편되어 의금부가 된 것이다. 죄인들을 고문하고 옥에 가두어 심판하는 의금부는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장소가 아니었을까. 조선 시대 범죄 가운데 가장 은밀하고 발각되기 어려운 유형은 독살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부검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독살은 사인을 밝히기 더 힘들었던 것인데, 의금부 역시 독살 사건을 다루었다. 당시 검시 기술로는 독살 사건의 배후를 찾아내는 것이 제약이 있었고 오판의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관들이 용의자 주변 인물을 탐문하고, 독약을 구매한 경로를 역추적하는 등 나름의 과학수사를 펼쳐 범인을 잡고,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판독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또한, 은비녀를 이용해 독성 물질을 확인하고, 간수를 섭취해서 자살한 사람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무서웠다.

시대를 막론하고 범죄자는 어디에 있고 범죄자를 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변복을 하고 잠입수사를 하며, 은어를 사용하면서 소통하는 포교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범인을 잡는 데에 정말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시대가 변해도 지금과 수사 기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감탄했다. 아! 지혜로운 조상들이여!!


​가장 무서웠던 내용은 염매에 관한 것이다. 납치범은 아이를 납치해서 굶어 죽기 직전에 대나무 통에 가두고 음식으로 유인한 다음 칼로 찔러 아이의 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것이 염매이다. 염매는 일종의 주술로서, 아이의 시신을 보는 사람들은 미쳐서 발작했다고 한다. 납치범은 염매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고하니 이것이 지금의 인신매매와 다를게 무엇인가.

포도청이나 의금부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들이 다 정직하고 의로운 것은 아니다. 지금도 비리경찰이 있듯이 조선시대에도 높은 지위를 차지한 고위관직들의 부정부패가 연달아 일어났다. 아는 사람이라서 눈 감아주고, 친인척이기 때문에 유리하게 편을 드는 등 그들의 부정부패로 억울한 사람들이 관아에 끌려가는 일도 많았다.

마지막 챕터는 ‘범죄와 함께 산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정식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조선의 이단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부잣집에서는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대리시험을 치르는 사람을 돈으로 샀는데, 이로 인해 생겨난 직업이 거벽과 사수이다. 공정하고 엄중해야 할 시험장에서 대놓고 부정행위라니! 그리고 조정에서 그 부정행위를 눈감아주고 있었다는 게 씁쓸하다. 부정행위자는 지금도 수능시험장에서 속출하고 있고 책에서 다루는 대다수의 범죄가 오늘날에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쩌면 총이나 칼이라는 도구를 지금처럼 쉽게 휘두를 수 없었던 조선 시대가 더 잔혹한 범죄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독을 먹이고, 눈알을 뽑고, 신체 부위를 자르고. 아무튼 옛날이나 지금이나 범죄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조선 시대의 범죄를 비롯하여 고문 기법, 당시의 수사기관이나 수사 기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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