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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모르겠고 재미있게는 삽니다
김분주 지음 / 그로우웨일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재밌지 않은 일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가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키득키득 나도 모르게 현웃으로 터지는 바람에 낮잠 자고 있는 고양이가 놀라서 나를 쳐다볼 정도였다. 이런 류는 자학 에세이랄까. 일단 작가가 본인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족사나 친구, 주변 지인들의 까발려짐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쓴 글이다. 그래서 너무 솔직하고 작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우리 독자들은 이런 글을 좋아하지 않는가. 아주 재밌고 슬픈데 또 웃겨서 계속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중독되는 이상한 마력의 책이다.
작가가 글을 재밌게 쓰는 것도 그렇지만 그림이 정말 내 취향이다. 주로 인물 그림인데, 그림과 내용이 어우러지며 시각적인 부분도 자극되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작가는 비혼주의지만 아직 연애 세포는 살아 있어 연애는 하고 싶은 천상 여자다. 친구나 지인의 권유로 몇 번의 소개팅을 한 일화는 정말 재미있다. 세상에 이런 남자들과 소개팅을 했다고?! 번번이 소개팅에 실망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다르겠지 기대하며 꿋꿋이 소개팅에 나가고, 망한 소개팅을 유쾌한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초긍정 마인드의 정신을 가진 소유자이다.
내 자신을 반성한다. 재밌는 일 하나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잘 살겠다고 뭐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살았던 날들에 대해. 작가는 주로 자기가 겪은 불합리한 일이나 고충, 망신당한 일을 토로하는데, 이를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나도 작가 같은 유들유들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유머러스한 마인드를 장착하고 싶은데, 이게 참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 못지않게 작가의 친구나 부모님 또한 재밌는 분인데, 우리 부모님이 생각나기도 하면서 또 짠하기도 한, 감정이 급격하게 출렁거리는 느낌의 일화도 있다. 이런 에피소드가 탄생하기까지 그녀의 성격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리라. 배우는 걸 좋아하고 활동적이라서 남들보다 에피소드 부자가 된 것이겠지. 수다쟁이 친구가 들려주는 재밌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간만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빠르게 완독했다. 요즘 내가 너무 우울하다, 웃고 싶다 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