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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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금보다 많이 어렸을 무렵, 고전 소설 몇 개를 읽고 선입견을 가진 적이 있어 한동안 고전 소설을 읽지 않았다. 내가 읽은 작품만 그런 건지 몰라도 주인공이 괴짜에다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가치관으로 사로잡혀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래, 이 작품은 나이가 들면 다시 읽어보자, 이런 식으로 넘겨왔다. 이제는 삶이 힘들 때 고전 소설만큼 나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 없다는 것을 안다. 반복해서 읽어도 좋고 내용이 어려워 무슨 말인지 몰라도 책장에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는 책이 있다.

책은 저자가 읽은 몇 편의 고전 속 내용들을 반추하며 느꼈던 감정이나 일화를 소개한다. 저자는 독서 모임이나 고전 문학 함께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벽돌책도 완독했고, 같은 문장이라도 타인의 시선을 만나면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며 사람들과 같이 책을 완독하는 것의 장점을 설파한다. 나는 독서 모임을 해 본 적은 없으나 결이 맞는 사람들과 책을 같이 읽고 느낀 점을 서로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같은 책, 같은 문장이라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타인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질 수도 있으리라.


목차를 보니 내가 읽었던 책이 3분의 2 정도였다. 훗, 내가 고전을 좀 읽었네 하며 뿌듯함과 동시에 전혀 몰랐던 책도 있어서 저자가 들려주는 짤막한 줄거리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고전 속 인물들의 엉뚱하고도 기이한 행동, 무슨 말인지 모를 해학적인 말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순간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고전을 계속 읽을 것이다. 저자는 매일 루틴처럼 박경리의 토지를 조금씩 읽으며 완독했다고 한다. 나의 독서 로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토지 완독이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기도 하고 내용이 방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집으로 한 번에 사놓고 아껴 가며 조금씩 읽어야지.

​꼭 고전이 아니더라도 본인 취향에 맞는 책부터 조금씩 읽어나가다 보면 책 읽는 습관이 잡혀 어느새 책을 읽지 않으면 허전한 날들이 온다. 나 역시 매일 조금씩 꾸준한 루틴으로 독서하는 습관을 들였던 것 같다. 주로 소설 위주로 읽지만 삶이 팍팍하고 인간관계가 부질없다고 느낄 때, 마음이 답답할 때면 고전소설을 찾게 되는 것은 왜일까. 이것이 고전소설의 힘일까.

당장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가치관이 이해가지 않더라도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는 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겠다 하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고전소설의 힘.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나 역시 그들을 토닥여준다. 재산을 두 딸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었지만 버림받은 고리오 영감, 평생을 하인으로 몸 바쳐 일하느라 사랑이 다가와도 알아채지 못했던 스티븐스 집사가 짠하면서 애틋하다. 고전소설을 읽는 일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면서 인물의 생애를 통해 내 삶을 통찰하고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것 같다. 그래서 나 역시 고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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