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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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추리/미스터리 소설로 분류되지만 살인 사건이 일어나거나 어떤 불가사의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 오로지 게임으로만 승부하는, 소위 두뇌 배틀 서바이벌 판이다. 한때 나는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보드게임 소모임에 가입했는데 여기 책에 나오는 다섯 가지 게임 중에 두 가지 게임이 겹칠 정도로, 누구에게나 친근하면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만 다루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고 가독성이 좋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이토록 단순한 게임들은 마토라는 소녀를 거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을 쥐게 되는 본격 두뇌 배틀 게임으로 변모하게 되니 말이다.


이 무시무시한(?) 게임의 시작은 지뢰글리코부터 시작된다. 고등학교 1학년인 마토는 고등학교 축제 때 옥상 사용권을 두고 3학년인 구누기 선배와 겨루게 된다. 지뢰글리코는 평범한 계단 오르기 게임이다. 다만, 변형된 규칙이 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계단을 오르지만 숨겨진 지뢰를 밟으면 한 번에 10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가혹한 게임이다. 마토의 친구인 고다는 구누기와 대결을 벌이는 내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허세를 부리는 마토를 지켜보면서 마토가 당연히 게임의 달인인 구누기 선배에게 질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막판에 허를 찌르는 마토의 공격으로 구누기는 처참하게 패한다.


계속해서 하는 게임마다 승리를 거머쥐는 마토의 소문이 학생회 회장에게도 전해지고, 학생회 회장은 마토를 학생회에 가입시키려 한다. 그래서 마토와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를 하지만 이 게임도 역시 치열한 접전 끝에 마토 승! 마토는 자기가 게임에 이겼으니 세이에쓰 학교에 재학 중인 에소라와 맞붙게 해달라고 한다. 고다는 에소라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중학교 3학년 졸업식 때 마토와 같이 에소라를 본 것이 마지막. 마토는 고다 모르게 에소라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이후로 에소라와 서먹하게 지내고 연락도 안 하는 것 같다. 왜 마토는 에소라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마토가 에소라와 맞붙기 위해서는 달마 인형이 셈했습니다라는 게임을 해야 한다. 우선 세이에쓰 학교 학생회인 스도라는 학생에게 이겨야 하는데, 이 스도라는 사람도 만만치가 않다. 초반에 마토의 머릿속을 읽어 내려가듯 스도 역시 똑같은 전략으로 치고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허의 허를 찌르는 수법으로 마토에게 패하고 만다.


드디어 마지막 게임인 포 룸 포커. 마토는 드디어 에소라를 이 게임에서 만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포커 게임에 역시 몇 가지 규칙이 수반되는데 가장 복잡하면서 어려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기억력도 좋아야 하고 카드를 버리고 선택할 때는 각 룸에 들어가야 하는데 5분이라는 시간 제한도 주어진다. 심지어 마토는 카드를 뽑고 나서 2장을 보존하고 있다가 에소라에게 걸리기도 한다. 처음부터 에소라는 마토의 전략을 꿰뚫듯이 훤히 알고 있었고, 마토 역시 에소라의 다음 행동을 추측하며 예상 시나리오를 꼼꼼히 짠다.


손에 땀을 쥐는 둘의 승부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마토가 에소라를 그토록 이기고 싶어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다섯 가지 게임 중 어느 하나 흥미진진하지 않은 승부가 없다. 마토가 타고난 천재 소녀라서가 아니다. 게임에 변형된 규칙이 수반되면서 이미 어떻게 이겨야 할지 마토 머릿속에 계획이 있기도 하지만, 그녀는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이른바 빅 픽처인데, 대단한 잔머리를 가지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것 같다. 이번엔 어떤 꼼수와 잔머리로 상대를 제압할지, 게임이 시작하기도 전에 흥분된다. 게임이 끝났을 땐 그녀의 전략에 경악하면서도 허무감이 몰려오기도 한다. 에필로그에는 마치 시즌 2를 예고하는 듯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는 마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떡밥일 수도 있지만, 지뢰 글리코 2가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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