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내가 죽인 소녀 부크크오리지널 4
장은영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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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봐도 섬뜩하다.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소녀를 누가, 왜 죽였는지에 관한 진실 공방이 펼쳐진다.
독서 동아리 회원인 A, B, AB ,O , 햄버거, 만년필, 회장.
특이하게도 각 인물의 이름이 아닌 별명식으로 이렇게 서로를 부르고 있다. 수능일 전날 밤에 소녀가 학교 교실에서 떨어져 죽었고 4년이나 흘렀다. 물론 죽은 이 소녀도 독서 동아리의 회원이었다.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뭉친 독서 동아리 회원들은 다음 날 산장에서 양손이 결박당한 채 아침을 맞이한다.

"여기 있는 너희들 중 누군가는 사람을 죽였다.일주일 안에 살인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너희 모두 쏴 죽여 버릴거야."

7명을 산장에 가둔 사람은 자신이 죽은 소녀의 아버지라고 밝히면서 범인을 찾아내라고 말한다. 일단 용의자가 7명이긴 한데, 이 용의자 7명을 납치해서 산장에 가둔 사람의 정체가 아이러니하다. 납치범이 결국 소녀의 아버지가 아니란 것이 탄로 나기 때문이다. 납치범이 소녀의 아버지가 아닌 이상 그도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그가 용의자 7명과 관련 있는 공범자인지, 소녀를 스토킹 한 스토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산장에 갇힌 7명의 회원들은 열심히 범인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모든 추리소설의 용의자가 그러하듯, 그들은 소녀가 죽던 날 밤에 학교에서 A를 봤다는 둥 B를 봤다는 둥 목격자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알리바이를 얘기하는 등 본인은 소녀의 죽음과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산장에서의 하룻밤이 지날수록 용의자들은 하나둘씩 살해당하고 결정적으로 창고에서 소녀의 일기장이 발견되면서부터는 사건과 관계없을 줄 알았던 인물마저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과 반전으로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진진해진다. 또한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탐정이 개입하지 않고 용의자들끼리 진술을 하고 독자들이 그 안에서 범인을 찾는 방식인데 나는 이러한 전개를 특히 좋아한다. 읽으면서 계속 '십각관의 살인'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십각관의 살인"도 사람들이 갇혀 있는 방에서 계속 살인이 일어나는데 밀실 살인이라는 트릭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설 또한 독특한 밀실 트릭이 나오는데 기발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소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용의자들의 동기가 하나씩 밝혀지고, 4년 동안이나 범행 사실을 숨기고 지냈던 범인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근데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그래서 소녀를 누가 죽였다는 거지 !? 결말 부분에서 혼동이 오긴 했는데 결국 범인은 한 사람으로 좁혀지고 죽는 사람은 너무 많다. 흠...꼭 결론을 이런 식으로 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범행 동기가 썩 명쾌하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랄까. 분명 가독성도 좋고 기발한 소설이기는 한데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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