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도 자기가 사는 고향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한 달을 사는 것이 힘든데 타국에서 한 달 살아보기라니! 뭐..한창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는 유행했던 것 같은데 요즘 같은 코시국엔 어림없는 소리지! 이 책의 저자는 2019년 3월 중순에 오키나와에 가서 한 달 동안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책으로 엮었다. 여행 계획을 세세하게 짜고 간 것이 아니어서 상황에 따라 오키나와 지역을 이동하고 숙소를 결정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너무 완벽한 여행은 재미없지 않은가! 나는 일 년간 도쿄에서 살았고 일본 곳곳을 여행해 보았다. 물론 오키나와에 간 적도 있다. P.123"오키나와는 왜 이렇게 교통편이 안 좋아?"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문장은 단연 이것이다. 오키나와는 나하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렌터카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렌트를 하지않으면 호텔 이동은 물론 관광지 이동도 어렵다. 하지만 일단 렌트를 하고 차에 타면 우리나라 제주도처럼 해안 도로를 따라 쓩쓩 달릴 수 있으니 그 맛에 오키나와를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저자는 렌트를 하지 않았고 일본의 친구나 지인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여행을 한다. 이래서 연줄이 중요한 것이다ㅋㅋ 맥주를 좋아하는 저자는 오리온 맥주 공장을 투어하기도 한다. 이것도 계획에 있던 일은 아니었고 만좌모 쪽에 숙소가 마음에 들어 연장을 해 둔 상태에서 여행 카페를 뒤지다가 맥주 공장을 투어하기로 한 것이다. 즉흥적이고 신박하다. 나는 만좌모에 갔었을 때 사진만 백만 장 찍고 온 기억이 난다. 그리고 카페를 엄청 찾아 돌아다녔던 기억도.. 저자는 저녁에 맥주를 마시며 게스트하우스에서 여러 사람들과 자유분방하게 어울리기도 하고 펍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엄청 활발하고 사람과 사귀기는 것을 좋아하는 밝은 사람 같다. 저자는 오키나와 한 달 살이 이후 그 해 7월에 오키나와로 다시 떠난다. 미야코지마에서 은하수를 보고 스노콜링을 하겠다는 일념 하에 말이다. 미야코지마 바다에서 스노콜링을 하며 찍은 사진은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렇게 이쁜 물고기를 실제로 보면 어떤 기분일까.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지인들에게 불고기와 해물파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역시 불고기는 세계적으로 통하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음식인 것 같다. 불고기 양념을 구하느라 고생한 에피소드도 재밌었고 파전 레시피를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전수했다는 대목에서는 나까지 흐뭇해졌다. 저자는 지인과 친구들 덕분에 오키나와 전통음식을 맛보고 일반 여행 카페에서 흔히 알려진 식당이 아닌 로컬 식당에도 발을 들인다. 역시 어디를 가든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맛집이 최고인 듯하다. 오키나와 방언으로 적혀 있는 메뉴판을 보고 고개를 기우뚱하는 그녀에게 음식을 추천해 주는 좋은 친구들. 그녀에게 이런 친구들이 없었다면 오키나와 한 달 살기는 길게 느껴졌을 것 같다. P.39"오키나와에서는 다들 이렇게 사람을 사귑니다. 내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나 마찬가지죠."저자는 오키나와에서 만난 인연들과 바다낚시를 하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일반 여행객이 현지에서 하기 힘든 일이지 않은가! 유명한 관광지를 탐방하는 뻔한 인스타그램용 여행이 아닌 사람 간의 소통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찐 여행이라 느껴진다. 나 역시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좋은 추억들만 만들고 왔기에 오키나와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바다를 끼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오키나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 틈에서 살아가고 싶다. 아직은 꿈같은 일이지만 아예 못 이룰 꿈도 아니겠지. 잠깐이지만 책을 보면서 행복했고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