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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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의 말만이 넘쳐 마음에 질문을 던진다. 답 같은 건 필요 없었기 때문에 그 질문은 고통으로 변한다. 진짜 죄인은 누구인가요?" P.228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은 가자미 게이스케. 그의 아들 시게아키는 자기 방에서 칼로 목을 긋고 자살했다. 책은 아들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자미와 현재 학교폭력을 당하는 도키타라는 고등학생이 번갈아가면서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야기는 11월 6일의 저주로 시작된다. 마치 괴담처럼 11월 6일마다 사람들의 불가사의한 죽음이 삼 년째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6일의 첫 희생자는 바로 시게아키이다. 시게아키가 죽고 일 년 뒤, 아내는 아들의 뒤를 따라 자살한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가자미는 자책하며 아들을 괴롭히고 죽음으로 간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는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끼리 모인 인터넷 모임에 가입하여 조언을 얻기도 하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는 아내가 이 사이트를 알았더라면 목숨을 끊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자미는 책에서 가장 측은한 사람이다. 아들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아내까지 잃은 그의 고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자미는 인터넷에서 대화할 때 쓰는 닉네임을 '죄지은 부모'라고 지었다.

도키타 역시 학교폭력의 희생자이다. 도키타는 류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와중에 피에로 분장을 한 페니를 만나게 된다. 페니는 자신이 대신 류지를 죽여주겠다고 도키타에게 제안하고 도키타는 은밀히 살인 계획을 세우며 페니와 함께 류지를 죽일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사실 도키타는 하루이치라는 친구가 있었지만 하루이치의 배신으로 곤경에 빠지에 된 것이다. 도키타는 하루이치도 잃고 싶지 않았고 하루이치의 여동생 마키도 지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류지를 죽이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학교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학교폭력과 자살, 복수라는 세 가지 소재가 맞물려 가해자의 끔찍한 폭력 앞에서 무참히 당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입장을 처참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특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입장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어 더욱 슬프고 안타깝다. 실제로 이런 일이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어서 더욱 남일 같지 않고 말이다.

​페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왜 도키타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를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일까? 페니와 도키타는 같이 류지를 죽이고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도키타는 아버지보다 페니를 의지했고 더 좋아했다. 그래서 결말은 더 슬프고 감동적이다. 소설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진정한 죄인은 누구일까? 어떠한 이유든 살인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살인을 함으로써 누군가는 구원을 받고 마음이 평안에 이르렀다면 사회적으로 법의 제재를 받았더라도 진정한 복수를 이룬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생의 끈을 놓고 싶을 정도로 절망에 이른다면 그런 것들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을 테니까.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겠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복수라기보다 가해자들에게 응당 갚아야 하는 빚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결말이 내 맘에 들지도 않았지만 진정한 복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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