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어 보여도 꽤 쓸모 있어요 - 분명 빛날 거야, 사소한 것들의 의미
호사 지음 / 북스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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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데없는 것이 있을까? 이 책은 다른 에세이와 좀 결이 다르다. 작가는 살면서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소소하고 작은 것들에서 큰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삶에도 적용하여 메시지를 건네고 있다. 그야말로 쓸데없는 것들이 알려주는 쓸모 있으면서도 색다른 발견!

P.105 "나이를 먹을수록 삶의 무게 중심을 바깥에서 안으로 들이게 된다."

작가는 한때 파우치에 로드샵 화장품 대신 명품 화장품을 가지고 다니며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았다. 지금도 남의 시선을 아예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나이가 들면서는 내 기준에서 더 편하고 좋은 물건들만 찾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다 남들에게 보이는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매일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게 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매일 쓰는 물건은 좋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연말 시상식을 보다가 시상식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된 작가는 매년 연말이면 '나만의 시상식'을 연다고 한다. 다이어리와 비공개 블로그 등에 쓴 글을 읽으며 한 해를 돌이켜보고 잘한 일과 성과를 이룬 일, 기억에 남는 여행지 등을 꼽아보면서 별의별 항목을 만들어 셀프 시상식을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다이어리를 매일 쓰긴 하지만 다이어리를 쓰기만 했지 다시 읽으며 추억을 반추하는 일은 잘 하지 않는데 연말에는 나를 위한, 이런 소소한 이벤트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년을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뜻깊은 행사가 될 것 같다.

살면서 크고 작은 시그널이 있다. 도어락 배터리가 닳아서 여러 번 신호음이 울린 걸 알면서도 그냥 방치했다가 결국 배터리가 방전돼서 문이 열리지 않았던 작가의 에피소드를 읽고 나도 시그널을 무시했다가 곤란을 겪었던 일들이 스르륵 스쳐 지나갔다. 무심함과 게으름, 혹은 귀찮음의 결과가 나한테 고스란히 나타나는 일인데 이런 일을 한두 번 겪고 나서야 그제야 깨닫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인간관계를 돌이켜보면 이별의 징후,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 배신할 것 같은 예감 등등 이 모든 것들이 다 시그널이었다.

P.93 "기준을 낮추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라 만족도를 높이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열등감과 경쟁심, 불만이 쌓이는 것의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내가 남보다 더 많은 걸 가지지 못해서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느낀 것이었으니까.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를 볶아치고 피곤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너무 기준을 낮게 잡아서도 안되겠지만 남 신경 쓸 것 없이 나만 만족하면 되는 일이 세상에는 은근 많다. 좋은 사람의 기준, 행복한 삶의 기준.. 이런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천년만년 살지도 못하면서 악착같이 살아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말인가.

후배의 신혼집 집들이에 갔다가 다꾸 스티커를 뿌듯하게 자랑했다는 에피소드를 읽고 나 같은 사람이 있어서 깜놀. 나도 몇 년째 다꾸 스티커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자기만족이고 소확행의 일부이다. 나는 귀엽고 이쁜 스티커를 획득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심지어 초코비를 먹을 때에도 짱구 스티커가 뭐가 나올지 흥분된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나는 이쁜 스티커를 모으고 다이어리에 부칠 때 희열을 느낀다.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에서 쓸모를 깨닫고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해답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주변의 것들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필요 없고 하찮아 보이는 것들도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물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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