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살인법 1
서아람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만 보면 자칫 사극 로맨스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복을 입고 있는 어여쁜 여인과 훤칠하고 잘생긴 남성만을 보고 남녀 간의 썸씽을 담은 소설을 생각하다면 오산. 제목에 살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만큼 나름 잔인하고도 치밀하게, 스토리가 잘 짜여 있는 궁중 스릴러물이다. 책은 총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의 페이지는 483쪽으로 꽤 두꺼운 편. 사실 1차 백신을 맞고 너무 졸린 상태였는데 그 졸음을 이기고 이틀 만에 책을 완독했으니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나 보다. 망설이지 않고 바로 2권을 구매함. 등장인물이 그려져 있는 책갈피도 맘에 든다.


"아기씨를 해친 범인을 잡고 나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계속 이대로 동궁전 궁녀로 살아가실 겁니까?"

"그럴 수밖에 없잖아. 난 관노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건 핑곕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있는 법입니다. 전 대감마님께 그리 배웠습니다."

죽은 자의 사물에 손을 얹으면 죽은 이의 사념이나 기억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비범한 능력을 가지 서린. 서린의 능력이 나중에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 윤대감은 어느 스님의 조언을 듣고는 서린의 왼쪽 손을 천으로 봉인해두고 서린에게 10년간은 천을 풀지 않도록 당부한다. 어느 날 아버지 윤대감이 역모 죄라는 누명을 쓰게 되어 유배를 가게 되고, 서린은 동생 아린과 함께 궁으로 끌려와 양반집 규수라는 신분에서 궁녀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루아침에 아버지와 생이별하고 궁으로 끌려온 것도 꿈같은 일인데, 궁으로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밖에 없는 동생 아린이 궁내 연못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서린은 아린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것을 직감하고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9년 넘게 천으로 꽁꽁 싸두었던 왼손을 드러낸다. 동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꽃신에 왼손을 대보고는 살인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서린. 서린은 궁내에서 평범한 궁녀로 살아가지만 마음속에는 오로지 항상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찾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아버지 윤대감의 누명을 직접 밝혀내어 궁녀라는 신분에서도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가진 당차고 씩씩한 인물이다. 이런 서린의 옆에는 그녀를 어렸을 적부터 보필해 온 검술에 능한 가마꾼 무휘가 있다. 무휘는 서린이 어려운 상황에 닥칠 때마다 그녀를 도와주고 항상 곁에 있어주는 든든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린의 죽음 이후로 궁에는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화승총 시연회에서 의금부부사가 총을 쏘다가 총알이 역으로 발포하여 즉사한 것이다. 사실 화승총은 대군마마 헌의 소생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주상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조선의 왕세자인 범이와 대군마마 헌. 원래는 왕의 정식 혈통으로 헌이 세자 자리에 책봉되었어야 했으나 헌은 십 년 전에 낙마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고 십 년 만에 기적적으로 소생한 것이다. 서린은 의금부 부사의 죽음에도 의문을 갖게 되고 이번에도 비범한 능력을 통해 동생과 의금부부사를 죽인 범인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눈치챈다.

왕세자 범은 감정이 없는 인물이다. 기쁨, 슬픔, 분노 등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 없기에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오로지 그 사람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지 안되는지만 생각한다. 하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완벽한 왕세자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궁 안팎으로 백성들과 신하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서린은 살인범이 누구인지 몰래 수사를 펼쳐 나간다. 하지만 모든 정황이 헌이 살인범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서린은 혼란에 빠진다. 헌이 방에서 동생의 꽃신 한 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범이가 헌을 살인자로 몰려고 술수를 쓴지도 모르고 말이다. 서린은 바다에서 빠져 죽을 뻔한 헌을 구해주어 주상과 중전에게 큰 칭찬을 받고 정식 궁녀로 인정을 받지만 그것도 잠시, 헌을 살인자로 중상모략했다는 죄로 관노가 되어 염전에 끌려가게 되는 운명에 처한다.


각종 인물들이 궁에서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때문에 자꾸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중심인물을 둘러싼 배신과 음모, 반전이 돌아가면서 나오는데 사극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지다.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알고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2권에서는 완전무결해 보이는 왕세자의 범행이 서린에 의해서 어떻게 밝혀질지가 너무 궁금하다.
또한, 서린의 능력을 알고 있음에도 상황을 즐기고 있는 왕세자를 보면서 정말 싸이코패스는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빨리 2권이 도착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