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거 나만 이상해?""아뇨, 저도 인생이 정말 이상해요. 계획한대로 이루어지는 게 하나도 없어요."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이렇게 대답을 하고 읽어 내려갔다. 책의 저자인 서귤 작가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밤에는 작가로 변신하여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서귤 작가는 귤을 좋아해서 이런 예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부캐가 유행이던데 서귤 작가는 요즘 트렌드에 부합되는 캐릭터라 할 수 있겠다.내가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 ㅋㅋ 글의 한 주제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만화 스타일의 그림이 나오는데 이게 진짜 재미지면서 공감이 간다. 직장인인 만큼 회사 동료와 주변 지인, 가족에 대한 얘기들이 빠질 수 없는데 작가 자신이 솔직하게 느끼는 감정들과 사건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본인이 처한 웃픈 현실들을 비롯해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로 짠한 에피소드들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적혀 있단 말이다. 그래서 작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고 창피함은 작가의 몫ㅋㅋㅋㅋ 하지만 작가의 일기장에 쓰여 있는 모든 일들은 내가 겪었던 일, 혹은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이기도 해서 마냥 웃을 수많은 없다.생각해 본다. 이렇게 고달프고 마냥 좋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 세상에서 작가가 글을 찰지고 재미지게 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작가 주변에 유난히 재밌는 사람이 많아서? 그건 아닐 거다. 결론은, 작가 특유의 독창적이고 재치 발랄한 사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글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것.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으며 다한증으로 손에 땀도 많은, 어느 날 밤 집까지 쫓아온 괴한 때문에 트라우마도 가지고 있는 작가에게 세상은 유쾌하지 않다. 불안하고 하루하루가 서바이벌이었을 것이다."나는 평생 이렇게 살지도 모르겠다. 꽤나 미스터리한 세계에서 슬프고 재밌게 살아가는 거다."세상을 살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미스터리 파일을 만들어놨는데 너무 웃프면서도 절대공감이다.연인의 식어버린 마음을 눈치채고 헤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슬픈 에피소드ㅠ 연인과 헤어지면서 끝까지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그리고 한 가지 드는 의문."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을까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했을까"미스터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 만큼 주변에 미스터리한 인물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괴한 사건을 경험하고 나면 나라도 작가처럼 남성들에게 불신감을 갖고도 남을 것이다. 나 자신 말고는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할지 점점 경계해야 하는 인물이 많은 세상에서 인생은 점점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나도 한때는 미래가 궁금했고 인생이 내 노력 여하에 달린 게 아니라 정해진 운명 안에서 빙글빙글 도는 수레바퀴 같은 것이라 여긴 적이 있다. 하지만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이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임을 안다.슬픈 일과 기쁜 일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니 겸허히 그 일을 받아들이자. 슬픈 일은 빨리 망각하고 털어내면 된다. 나도 우울하고 슬픈 일은 작가처럼 유머로 승화시켜 봐야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자고로, 인생은 엇나가야 재미있는 것이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