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는 않아도 작가의 담백하고도 진솔한 말들이 그림과 어우러져 읽는 내내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그림에 대해 이해하고 화가의 정신이나 배경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덤비면서 읽으려 한다면 작가의 의도와 어긋날 것이다. 눈으로는 그냥 편안히 그림을 감상하고 작가가 차근차근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다.서양 명화 140편이 실려 있는데 의외였던 것은 목차를 보니 그 순서가 특별한 기준이 없었다는 것. 이런 그림책을 접하면 흔히 작가별이나 시대별로 순서가 짜여 있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렇다고 그림 분위기나 화풍이 목차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그냥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목차인가 보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객관적인 정보나 사실에 근거한 글보다는 작가의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있어 마치 한 편의 시를 감상하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아 그 안에 묵직한 여운이 흐른다.p.320 "너무 행복한 것은 너무 가까이서 보면 행복이 저만치 달아날 것만 같다. 그래서 조금 떨어져서 보라고 사람들은 권한다. 사과 따는 사람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140편의 다채로운 명화가 실려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등등 잘 알지 못하는 작품이 더 많았지만 익숙한 그림이나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나오면 반가웠다. 또한 샤갈이나 고흐, 클림트 등 잘 알고 있는 화가뿐 아니라 생소한 화가의 작품도 많아서 오히려 좋았다.P.267 "나는 폼 잡지 않고 영원성을 간직한 그림이 좋다"는 르누아르의 말처럼, 그의 그림에는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혹이 있다.나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담백한 색조로 선과 포름을 명확하게 구현하고 풍부한 색채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는 특히 장밋빛 불그스름한 어린 소녀나 여인을 사랑스럽게 그렸는데 기교 없는 수채화 같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맑아지는 것 같다.예전에는 그림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고 힐링과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감상하느냐에 따라 그림 속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는 과정에서 배움과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한 편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도 하고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차가웠던 마음이 따뜻해질 수도 있다. 코로나 블루로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그림을 감상하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아이템하우스 #고유라 #그림과수다와속삭임 #힐링 #명화 #그림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