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으로 세계 10대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을 볼 수 있다니. 나는 그림은 1도 모르지만 명화를 좋아하고 작품 속의 숨겨진 일화를 좋아한다. 하늘길이 막힌 지금, 더 간절해지는 미술 작품들. 480페이지나 되는 두툼한 책에 컬러풀한 미술 작품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읽기도 전에 뿌듯했다. 목차를 보니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처럼 익숙한 미술관이 보이는 반면에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이나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은 조금 생소했다. 네덜란드에는 반 고흐 작품만 전시되어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이 따로 있다고 한다. 고흐가 말년에 프랑스에서 완성한 작품들이 많아서 그를 프랑스 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는 네덜란드인이다.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나는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작품에 특히 눈길이 갔다. 그림 속 미모의 세 여신은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이다. 이 장면은 트로이의 목동 파리스가 세 여신 중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판결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그림으로 담은 것이다. 이 사건의 발단으로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냥 읽어도 재밌는 신화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감상하니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다나에>를 주제로 여러 화가들이 각기 다른 버전으로 그려낸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니 똑같은 주제인데도 어쩜 이렇게 미묘하게 그림이 다를까. 다나에는 아크리시오스의 딸인데 나중에 손자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아크리시오스가 다나에가 아들을 낳지 못하도록 청동탑에 가두어둔다. 하지만 제우스가 다나에를 만나고 싶어 황금 비로 변신해서 그녀와 결합한다는 이야기. <다나에>는 당시 인기 있는 주제여서 티치아노, 렘브란트, 클림트 등 많은 화가들이 다나에를 그렸는데 화가의 특색대로 구도와 색채 등이 각기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 흥미롭다. 예전에 나는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특별히 구도나 색채를 신경 쓰거나 정말 유명하거나 특이한 작가가 아닌 이상, 작가의 삶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곡의 가사를 찾아보고 다시 음미하게 되는 것처럼,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그림은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작가가 이 그림을 왜 그리게 되었는지 무슨 기법으로 그린 건지 궁금해지곤 한다. 저자는 우리가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화면의 구도나 재료, 붓질의 속도 등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작가의 인생은 어떤 방식으로든 작품에 스며드니 말이다.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전문가의 맞춤 해설로 세계 10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일화를 엿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김영애 #마로니에북스 #나는미술관에간다 #세계10대미술관 #미술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