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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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0년대생 천재 작가가 썼다는 극과 극의 독자평이 이어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 간 격렬한 찬반논쟁으로 수상작이 결정된 셈인데, 말하자면 이 책은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다.
독자평 역시 5점 아니면 1점!
이런 책일수록 절대 기대하고 읽어서는 안되기에 그냥 기대없이 읽어 내려갔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일본 소설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깔고 있는데, 어느 사건이 중점이 되어 전개가 된다기보다 주인공 요스케의 내면과 심리묘사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심리소설과 가깝다.

너도 가지고 있고 나도 가지고 있는 우리 인간의 기본적이고도 공통적인 욕망, 그 인간의 뒤틀린 욕망에 대해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책 제목처럼 극단적인거나 이렇다할 반전이 없었다는 것은 아쉽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어떨땐 주인공이 왜 이때 이렇게 행동했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이유가 나올거라 기대했던 곳에서도 그냥 담담하게 본인의 행동만 나열하고 있다.

그래서 갑자기 여자친구를 바꾼 경위라든가 전 여자친구와 현재 여자친구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는 흐릿하다. 단지,섹스를 좋아했던 요스케는 섹스에 적극적이었던 새 여자친구인 아카리에게 본능적으로 더 끌렸던 것 같다. 건장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요스케에겐 항상 곁에 여자가 있었고 사귀고 있는 동안에는 그 여자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주인공 요스케는 악한 사람이 아니다. 정해진 규범과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불온한 마음이 없던 그였기에 파국으로 치닫기전까지의 상황은 오히려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아카리를 절실히 사랑한 것도 아니었으면서 여자를 항상 상냥하게 잘 대해 주어야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품고 있었던 요스케는 사랑도 기계적으로 한 것일까.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까지도 규범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일까.

"앞으로도 필요할지 어떨지 모르겠고 과연 지금까지 필요했는지 어떤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내겐 아카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나는 아카리가 내게 해줬으면 하는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p.197

그래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게 정확히 뭐지?
이해하려 할수록 난해하다. 책을 다 읽으면 허무감이 들 정도다. 자신의 욕망과 억눌려 있던 사회규범 속에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던 그의 발버둥침이 오히려 파국이라는 결말을 불러 일으킨 것은 확실하다. 요스케의 내면의 생각과 행동들은 우리 시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의 그것들과도 닮아 있기에 낯설지는 않다.

요스케가 마냥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거나 무너진 것은 아니기에 파국이라는 책 제목은 좀 과한것 같기도 하다. 물론 여러면에서 비유적인 표현이란 것은 알지만.

#파국 #아쿠타가와상 #시월이일 #도노하루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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