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언제 봐도 친근하고 명랑한 캐릭터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녀. 그래서 유독 에세이나 컬러링북으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앤의 엉뚱하고도 주옥같은 말들은 마치 명언처럼 달력이나 다이어리, 팬시류에 새겨져 있다. 가끔씩 애니메이션으로 앤을 보고 있는데 내용을 다 알고 있어도 볼때마다 재미지다.일러스트를 보고 있고라니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앤의 캐릭터가 아니다. 현대 아티스트 설찌라는 작가가 앤의 모습을 새롭게 그렸는데 더욱 동화같고도 컬러풀한 느낌이라서 맘에 든다. 특히나 이 책은 양장본이라서 소장가치 뿜뿜.애니메이션이나 다른 책에서는 앤이 회색 원피스를 자주 입고 있는데 이 책은 앤이 프릴이나 체크무늬의 원피스를 다양하게 입고 있고 주근깨도 없다. 유난히 프릴 소매 원피스를 좋아하는 앤이 이 책에서만큼은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으니 흐믓하다. 일러스트 자체가 따뜻하고 온화한 분위기라서 책 내용만큼이나 그림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머리카락이 빨간 사람들은 분홍색 옷을 못 입어요. 꿈도 못 꾸죠. 혹시 아주머니께서 어렸을 때 머리카락이 삘간색이었다가 커서 색깔이 변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까요?" p.76빨강머리가 너무나도 컴플렉스였던 앤은 처음 만난 린드부인이 주근깨가 많고 못생긴 빨강머리라고 말했을때 린드부인에게 성질을 내며 대들었고, 학교에서 자기를 홍당무라고 놀렸던 길버트와는 5년동안 말도 안한다. 앤은 이처럼 자존심도 세고 고집이 있다. 검은머리가 갖고 싶어서 마릴라 몰래 염색약을 사다가 염색을 했지만 머리가 초록색으로 변해 단발로 잘라야 했던 에피소드는 앤에겐 슬픈 일이지만 너무 재밌다.반면에 이 소설의 가장 슬픈 부분은 역시 매슈 아저씨의 죽음이다. 앤이 초록 지붕 집으로 입양되어 온 날부터 줄곧 앤을 보듬어주고 사랑해주었던 다정한 매슈 아저씨. 매슈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앤은 초록 지붕 집에서 살지 못했을거다. 마릴라와 매슈는 원래 남자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했으니까. 앤이 그토록 입고 싶어했던 볼록한 소매 원피스 역시 매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앤에게 준 것이었다."앤, 남자애 열둘을 줘도 너랑은 안 바꾸지. 꼭 기억해라. 나의 딸.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내 딸 말이다."p.521매슈가 죽기 전날에 매슈가 앤에게 남긴 말이다. 마치 유언처럼. 매슈는 아무 조건없이 앤을 딸처럼 사랑했다.앤은 영리하고 똑똑해서 학교에서 라이벌이었던 길버트와 학교에서 1등을 앞다퉈가며 학업에 열중한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탓에 내내 상위권을 지키다가 결국 퀸즈 입시준비반까지 들어가게 되고 대학 장학금까지 거머쥐게되는 앤.이 책은 앤이 대학을 단념하고 원수였던 길버트와 극적으로 화해하고 마릴라와 초록 지붕 집을 지키며 사는걸로 끝이 난다. 하지만 나에겐 앤시리즈 책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 세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앤은 나중에 길버트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살게 된다.기쁨과 절망. 만남과 헤어짐.삶의 희노애락을 담은 앤의 성장소설.누구나 삶을 살면서 각자 원하는 방식이 있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도 다르다. 앤은 남들을 부러워하고 고집이 센 천방지축 엉뚱한 말만 늘어놓는 어린 소녀였지만 초록 지붕에서 살게 되면서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간다.비록 고아였지만 진심으로 앤을 사랑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앤은 정말 행복한 소녀가 아니었을까.#루시모드몽고메리 #앤 #설찌 #빨강머리앤 #앤셜리 #알에이치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