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코붱(김연정) 지음 / SISO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아무런 목적도 방향도 없이 남들이 하라는 대로, 남들이 좋다는 대로 무작정 쓰이기만 했던 내 모든 시간과 노력을 더이상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p.192

책은 6년 동안 네 번의 회사를 옮기며 몸과 정신이 망가져 가고 위염을 달고 살았던, 쉬기 위해 퇴사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의 백수 라이프를 담은 이야기다.

돈많은 백수. 누구나 꿈꾸는 멋진 직업(?)이 아닐까.

나도 그렇게 희망하던 백수가 되고 나서 알았다. 내가 그동안 회사에서 얼마나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했는지를.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회사 걱정이 먼저였고 쉬는 날에도 일을 놓지 못했던 날들. 물론 이런 대가는 월급이라는 것으로 보상이 되는 것이지만, 갑이 아닌 을로써 회사생활을 하고 나 보다는 회사를 우위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의 말처럼 백수는 시간 부자다. 나도 처음 백수가 되고나서 온전히 하루 일과를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것과 늦게까지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은행업무나 병원등 시간에 구애받는 공공기관 업무등을 평일에 처리할 수 있다니. 백수란 좋은 것이로구나.

시간에 대한 여유가 생긴 백수가 된 작가는 여행이나 주말마다 친구들 만나는것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공감이다. 나 역시 직장인일때 빨간날을 어떻게든 끌어붙여 연차를 만들어 여행을 가려고 아둥바둥거렸고 주말엔 지인들과의 약속을 만들어 놀기 바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힘든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주말과 휴일만을 기다리던 다람쥐 쳇바퀴 같은 매너리즘에 빠진 일상의 연속.

하지만 작가는 백수를 예찬하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백수의 삶이 아무리 좋기로서니 무턱대고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는 일. 무엇보다 백수가 되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본인이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꿈꾸는 일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회사에 얽매여 있지 말자는 것, 회사에 다니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 작가의 메세지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랄까. 본인의 꿈을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한 번쯤, 아니 필요하다면 그보다 더 많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백수를 그냥 일 안하고 돈벌이 안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요즘처럼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시대에는 더욱더 말이다. 남은 인생을 더 행복하고 후회없이 살아내기 위해서 멈추어 있는 시간을 나에게 잠시 허용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천천히 쉬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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