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 이따금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마음의 구급상자
이두형 지음 / 심심 / 2020년 6월
평점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이 책은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그때 이 관점으로 생각하고 이 마음으로 살아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저자가 그동안 깨달은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메세지와 권고로 채워져 있다. 마침 나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이 책을 만났고 어느 정도 위로를 받았다.
저자는 책의 제목을 두고 고심했다고 한다. 마음 공부에 초점을 둔 책이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어려운 일이기에 하루하루 마음이 괜찮아진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하며 책의 제목을 이것으로 지었다고 한다.
책 제목 때문에 나 역시도 뭐 거창한 것을 기대하고 읽은 것은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조금은 괜찮아지고 싶었던 마음. 딱 거기까지였다. 책 한 권 읽고 구원까지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니까.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세 가지 생각
1. 정답을 택해야 한다는 강박
2. 기회비용에 대한 이상화
3. 최선을 다해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된 걸 알았을 때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걸 알지만 우리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들이다. 나 같은 경우, 세 번째가 가장 큰 이유로 다가온다. 내가 해봤자 되겠어, 이 나이에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는게 정답에 더 가까울 것 같고 기대했다가 괜히 상처받고 싶지 않은 방어 기제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성공과 실패로 구분되는 경쟁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 아예 도전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다.
"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보통 우리는 모든 사람이 나와 잘 맞고 좋을 것이란 기대는 접어둔 채 살아간다. 사랑을 예로 들면, 그토록 빠져들었던 사람이 헤어질 때는 세상 다시없을 몹쓸 사람이 된다. 우리는 왜 언제나 누군가에게 빠지고 또 절망할까." P.128
챕터 3장은 인간관계 중에도 특히 연인관계에 초점을 둔 사랑과 이별, 증오같은 감정에 대해 다룬다. 실제 상담 사례를 예로 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이 갔고, 책 속 문구 하나 하나가 위로가 되었다. 사랑과 이별은 누구에게나 난제이며 그 속에서 발현되는 모든 감정들은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무디어진다.
"살아가는 건 분명 때로 지치는 일이다. 살아가는 건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서로를 구원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눈물을 닦아줄 수는 있다. 아무도 다른 누구에게 구원자일 수 없다는 말은,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문장만큼 불친절하고 삭막한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
P.150
사랑에 상처를 받고 다시는 사랑같은 건 하지 않겠다며 상대에게 마음을 꽁꽁 닫아두는 일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이 무색할 것이다. 애초에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자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우리가 진짜 사랑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로워서??
중요한 건 몇 번의 사랑 실패로 나는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거나 자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
"행복이 당장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삶이 불행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건 아니라는 것, 또 반드시 행복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삶이란 그저 이어지는 것임을 이해하면 충분하다." P.232
책 속에서 가장 좋았던 구절이다. 행복은 쫓을수록 멀어진다고 했던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은 이어지고 그 속에서 만나는 인연 또한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닐테니 말이다.
정신의학과에 가지 않아도 책을 읽고 현실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힘들때마다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이두형 #그냥좀괜찮아지고싶을때 #심심 #정신건강 #마음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