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미니북)
장혜민 지음 / 산호와진주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법정 스님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이 맞는 표현일까. 실제로 뵌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무소유>와 <오두막 편지>로 법정 스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밖에 많은 책을 집필하셨지만, 그 중 <무소유>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고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올해가 벌써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 서점에 가보면 법정 스님의 책들이 쫙 깔려 있다. 이 책은 법정이 직접 쓴게 아니라 관찰자 눈으로 생전 법정의 행적과 일대기를 옮긴 것이다. 그가 직접 집필한 것이 아니더라도 관찰자 입장에서 서술한, 전반적으로 위인전 같은 느낌의 글도 참 좋다.

P.40 "시대의 불교도들이 '나무아미타불'을 입으로만 외우고 몸소 행하지 않을 때 골목 안 꼬마들에게서만 아니고 일반 대중들로부터 날아오는 돌팔매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보통 스님들은 산 속에서 조용히 도를 닦으면서 정진하는데 유독 법정스님은 나라일에 관심이 많고, 대통령이건 누구건 간에 본인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거침없이 호통과 쓴소리를 낸다는 것이었다. 스님이 각종 사회 문제에 관여하고 신문에 칼럼을 쓴다는게 언뜻 매칭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그의 종교적 이념과 사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지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그는 정치색이 짙은 사람이라고 오해도 많이 받은 것 같다.

법정은 1950년대 한국 불교가 지극히 관념적이고 형식적이며, 전통과 타성에 젖어 있는 수도생활만 하고 있다며 한국 불교의 현실을 자각했다. 그는 1960년~1961년에 <불교사전>을 편찬하였지만, 불교 용어가 익숙치 않은 일반 독자들이 보다 쉽고 바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 5년여 간 삼성동 봉은사에서 머무르면서 1972년에 우리말 <불교성전>을 출간하게 된다. 종교의 현실 참여를 준비하던 법정에게 이것은 기회였을까. 산 속에서와 달리 서울 도심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지러운 이슈들을 자주 접했던 그는 이때부터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사회 문제를 거침없이 규탄하게 된다.
법정은 종교는 연민의 정을 가지고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사회참여 의식이 요청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은 1997년초부터 우리나라에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고 누누이 경고하기도 했고 2006년에는 FTA 무역협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때는 4대강 사업을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종교인 중에 이렇게나 사회의식이 뚜렷하고 바른말,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5.18 광주민주항쟁 당시에는 법정에게 온 편지가 정부로부터 은밀히 검열 당하고 형사가 꾸준히 찾아왔다고 하는데 이것만 봐도 법정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을 나라에서 얼마나 신경쓰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간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있던 난을 지인에게 선물하며 무소유를 깨달았다는 법정.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그 청빈하고 소박한 삶을 몸소 실천하신 분.

P.133"새 옷으로 갈아입으려면 우선 낡은 옷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모든 길과 소통을 가지려면 그 어떤 길에도 매여 있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안락한 삶이 아니라 충만한 삶이다 ."

법정은 오늘날의 절과 교회가 순수한 신앙보다는 세속적인 상업주의에 오염되어 있다며, 종교인으로서의 본질을 망각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종교의 본질은 사랑의 실천과 따뜻한 가슴이라고 말이다. 그가 느꼈던 부끄러움은 자신이 속한 종단에 대한 부끄러움이기도 했다.

법정은 1965년, <어린왕자>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고 어린왕자와 교감하며 불교 이외의 것에도 진리와 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혔다고 한다. 어린왕자의 별을 동경했던 순수했던 사람. 아마 법정 스님의 영혼은 생전 그렇게나 좋아했던 어린왕자 곁 작은 별에 맞닿아 있지 않을까 짐작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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