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빨간 맛 - 발렌시아에서 보낸 꿈결 같은 한 해의 기록
한지은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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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 "목적지를 지운 항해의 끝에서,
나는 발렌시아를 만났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 중에 저자는 왜 하필 발렌시아를 택했고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을까. 책을 읽기도 전에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이었는데 저자는 서두에 발렌시아에 입성하기까지의 여정과 에피소드를 사진과 함께 명쾌하게 밝힌다. 나름 여행고수인 저자는 스페인을 여행하다 마음에 드는 도시를 발견하면 그곳에 1년 정도 정착하리라 마음 먹고 아무 계획없이 한국을 떠나 온다. 하지만 최고의 정착지를 찾아내고 말겠다는 욕심으로, 어느 순간 조건을 따지고 있는 까탈스러운 여행자로 변한 본인의 모습을 깨닫고는 욕심을 내려놓고 순간을 온전히 즐기면서 천천히 정착지를 찾게 된다.

나는 스페인하면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투우, 건축가 가우디, 알함브라 궁전, 토마토 축제 같은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솔직히 발렌시아라는 도시를 처음 들어봤다. 발렌시아는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지중해 연안의 자치 도시라고 한다. 발렌시아라는 도시가 어떤 매력을 갖고 있길래 저자가 푹 빠져서 지냈고 이렇게 책까지 쓰게 된 것일까. 대개 여행 에세이는 자신이 경험한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와 함께 그 곳을 독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서 쓴 책이니까 말이다.

역사와 예술, 과학, 스포츠가 모두 융성한 문화 도시.
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만 지나면 지중해 연안의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는 곳. 연중 온화한 기후와 다른 도시보다 저렴한 물가. 여유롭고 친절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이 모든 것들은 그녀가 발렌시아라는 도시에 정착하게 만드는데 충분한 요소였다. 그녀는 발렌시아에 머무르면서 자신이 발렌시아라는 도시를 사랑하게 되겠구나 직감하게 된다.

챕터 3장에는 저자가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언급한다. 그녀는 매년 7월에 열리는 스페인 최대의 소몰이 축제에 가고 싶어서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차를 타고 팜플로나로 향한다. 투우 경기 입장권을 사는 매표소에서 줄을 서다가 코르도바에서 온 어느 가족의 도움으로 투우 경기의 명당 좌석을 획득하고, 다음 날 새벽에는 그 가족과 함께 엔시에로의 투우장 관람을 같이 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몇 개월 후 그 가족으로부터 코르도바 집에 초대받게 되는데 거기에서 그들이 따뜻하게 환대해 주었던 일화를 읽고 있노라니 나까지 흐믓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코르도바 가족 말고도 룸메이트나 학원 친구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으며, 이토록 좋은 사람들을 타지에서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축알못이었던 저자는 친구랑 경기장에 갔다가 발렌시아 CF의 경기를 보고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급기야는 친구 없이도 혼자서 원전 경기를 보러 다니며 축구를 좋아하게 된다. 이강인 선수가 골을 넣을때, 뭉클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경기장에서 만난 관중들과도 친구가 된다.

이처럼 그녀는 발렌시아에서 뜻하지 않게 축구랑도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P.219 "내 마음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 그 속의 참된 바람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시간. 그로써 비로서 내 삶을 껴안는 시간. 이 모든 시간이 발렌시아에서 경험한 자취의 과정 안에 있었다. 발렌시아. 그 곳은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하던 나의 작은 숲이었다."

발렌시아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았고, 그리운 발렌시아에서의 생활을 돌이키며 작은 숲이라고 표현한다.

문득, 나도 그녀처럼 좋은 기억들로만 가득차 있는 사무치도록 그리운 여행지가 있었는지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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