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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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으로 소설이 나왔다. 다빈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르네상스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적인 예술가이다. 그를 소재로 두고 쓰여진 소설도 많거니와 유럽의 역사나 예술과 관련된 책에서 그의 이름은 참 많이도 오르내리는 것 같다.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면을 보인 다빈치이지만 그는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한 번 시작한 일에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모나리자 그림이 미완성으로 남았듯이 말이다.

소설의 배경은 15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밀라노를 다스린 스포르차 가문의 궁전에서 시작된다. 다빈치의 주군 루도비코, 그는 선친이 용병 출신으로 밀라노 공이 됐기에 미천한 조상을 가졌다는 콤플렉스가 있었고 그리하여 문화예술을 부흥시켜 이를 만회하고자 한다.

P.54 "그가 아름다운 말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점은 걱정하지 않아. 하지만 그걸 주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야."

아버지가 죽은 지 27년이 되었으나 그를 기리는 의미로 다빈치를 통해 거대한 청동 말 동상을 세우려 하는 루도비코.


다빈치가 남긴 수 많은 그림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다빈치하면 화가라는 직업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화가로서의 다빈치보다 공학자이자 전쟁 무기 발명가, 청동 주물 제조가로서의 면모를 더 부각시켰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어느 날, 궁전 뜰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되고 해부학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루도비코에게 또 소환되는 다빈치. 능력자는 피곤한 법인가 보다.

시체 해부 결과, 다빈치는 죽음의 원인이 질식사라는 것을 밝혀낸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시체는 다빈치의 옛날 제자였다는 점과 살해된 사람의 집 수색 과정에서 가짜 차용증서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질식사는 흔한 살해 기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날부터 범인 색출을 위한 루도비코와 다빈치의 묘한 접선이 시작된다.

그 와중에 프랑스 대사는 전쟁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밀라노 방문을 하게 되는데, 다빈치 노트가 탐이 나서 부하들을 시켜 어떻게든 다빈치 노트를 뺏으려는 음모를 꾸민다. 다빈치 노트에 대포같은 무기 설계도가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좀 많다. 등장 인물이 많다는 건 용의자도 그만큼 많다는 것. 미스터리 장르이긴 하지만 작가의 장난기 넘치는 문체 자체가 재밌기도 하지만 허당이라고 해야 할지, 헛다리 짚는 인물들도 몇 명 있어서 재미를 더 유발한다. 이 시대의 정치, 경제, 종교적인 갈등과 문제들이 한 눈에 보이고 살인 사건을 매개체로 갈등이 증폭되면서 괴짜같은 다빈치가 어떻게 문제를 풀어 나가는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다빈치가 노트에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청동의 양을 잘못 계산하여 결국 말을 완성시키지 못한 본인의 실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아낸 글이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명언!!

이 마지막 편지글이 주는 묵직한 말 때문에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가장한 한 권의 역사 철학서를 읽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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