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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평점 :
P.11 "과거를 회상하며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떠올리며 불안해하지 말며 그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나쁜 기억을 지울 용기만 있다면, 굳이 과거로 돌아가지 않아도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는 국내에서만 150만부가 판매되었는데, 저자는 전작의 인기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웠고 이 책은 특별히 한국 독자를 위해 쓰여졌다고 한다.
책의 구성이 좀 특이하다. 열아홉편의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철학자를 찾아가 나쁜 기억을 털어 놓으며 상담을 하고, 철학자는 상담자에게 과거를 외면하지 말고 현실 속에서 의미를 찾으라고 계속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본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한국 영화의 등장인물과 철학자가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으로 책을 써 보면 한국인의 고유한 문제들을 다룰 수 있지 않겠는냐는 이야기에서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목차를 훑어보니 열아홉편의 영화 중에 반은 본 것이고 반은 못 본 것이었다. 하지만 등장인물과 철학자의 상담이 시작되기 전에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와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 설명되어 있어 굳이 영화 내용을 몰라도 된다. 또한, 영화 속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인물이 내담자로 등장하기도 하고 실제 영화와는 다른 결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똥파리'라는 영화를 안 보았는데 영화 줄거리도 흥미로운 것 같고 등장 인물의 캐릭터도 재밌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성격의 영화 등장인물은 철학자와 상담을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만 결국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듯 나긋나긋하게 굴며 자리를 떠난다. 거의 모든 상담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되는데 우리의 영화 등장인물들은 상담을 통해 나쁜 기억을 지우고 고민을 해결했을까.
나도 한 때 갖고 있었던 고민이나 질문을 영화 등장인물이 철학자에게 이야기할 때, 그리고 그에 맞는 답을 철학자가 속시원히 상담해 준다는 것이 이 책의 메리트인 것 같다. 물론 철학자가 제시한 답이 진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는 상담을 통해 길잡이가 되어주고 여러 방면에서 사고해 볼 수 있도록 여러 예시를 든다.
누구나 한 번쯤 과거의 일을 후회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과거의 경험 때문에 무언가를 선택하는데 있어 신중해질 수 밖에 없는건 본능적이고도 당연한 일이다. 어떠한 결정이든 후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영화 '터널' 에서 아내는 남편이 갇힌 터널 인근에 있는 제2터널 공사 재개에 동의한다는 서류에 서명해 버리고 만다. 아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남편의 구조 작업이 계속 되었을텐데 아내는 결과가 어찌됐든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남편에 대한 죄책감을 갖게 되어 철학자를 찾아오게 된다. 철학자는 본인도 병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은 적이 있었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P.172 "어떤 결정이든 후회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되,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결단 후에 후회하지 않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이 이 구절을 읽는다면 아주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모든 선택에는 본인의 책임이 동반되는 것이 맞지만 선택의 따른 예측할 수 없었던 불행한 결과가 뒤따른다면 평생 자신을 자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과거의 고통을 외면하는 법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지금 직면한 문제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지도 않는다. 또한,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같은 경험도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1989년부터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했는데 전작 '미움받을 용기' 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을 둔 구절들을 통해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한다.
P.280 "사람은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스스로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지우고 싶은 아픈 과거의 경험은 분명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탓하지 말고 지금의 나 자신이 바뀌는 것이다. 아들러의 말처럼 인간은 연약한 존재가 아니므로, 불행을 극복해 나갈 용기만 있으면 된다.
이제부터라도 과거와 미래를 따로 떼어 놓고 살아가 보자.
그저 오늘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가는것. 이것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이고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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