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3권과 영화를 경험하며 작가의 놀랄만한 상상력에 경이를 표하고 있었던 나는, 용감하게도 가장 긴 분량의 4권을 원서로 도전했다. 1권에서 마법사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딛은 해리는 2권과 3권의 모험에서 볼드모트의 위협을 막아내어 호그와트를 구하게 된다. 하지만, 1-3권의 줄거리는 새학기-음모-퀴디치시합-결말의 구조를 반복하고, 결말 부분에서 어둠의 세력이 긴 설명을 들려주다 초자연적인 해리의 힘에 밀려 몰락하곤 한다. 4권을 접하기 전에 나는 이런 구조에 약간은 미리부터 지루해하고 있었다.
2.
4권은 그러나, 복잡한 복선과 예상할 수 없는 결론으로 흥분의 속도를 몰아간다. 작가는 경이로운 상상력에 튼튼한 구조까지 준비하여 뒤로 가면 갈수록 다시 앞의 페이지를 뒤적이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마침내 덮는 순간, 작가가 총 7권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구성해 놓고 작품을 시작했음을 확신하게 된다. 앞의 1-3권은 7권의 이야기의 서두로 새롭게 자리매김되며, 4권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the beginning이다!)해리포터는 1권만 읽으면 다 읽은 거나 다름없는 아이들 소설이 아닌, '대하 마법문학'으로 등장했다.
3.
작가는 이 책 속에 유럽신화를 총망라한다. 온갖 종류의 요정, 마법생물, 저주, 마법의 약, 그리고 마법사들의 개성은 우연히 창조된 게 아니라 광범위한 유럽신화 속에서 작가의 노력에 의해 발굴된 것이며, 또한 현대적으로 재현된 것이다. 트롤, 빌라, 레프라칸, 베리타세룸 등은 이 작품을 소설인 동시에 역사연구서요, 신화연구서로도 만든다. (원서를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4.
풍성한 어휘와 생생한 숙어, 문학적 관용구들이 읽는 재미를 배로 만든다. 영어권 국가들이 초등학생들의 보조 커리큘럼으로 이 책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깊이 없고 빠르기만 한 헐리우드 영화 속의 슬랭과는 다르다. 한줄 한줄이 버릴 게 없다. (그 맛을 살리기엔 번역의 한계가 있다)
5.
해리, 론, 헤르미온느(진짜 발음은? '허마이어니'에 가깝다)가 사춘기(?)를 맞으며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불가리아의 마법사를 만나는게 심술이 나고, 헤르미온느도 론이 좋아하는 프랑스에서 온 마녀에게 인상을 쓴다.그래서 그 둘은 늘 싸운다. 해리는 한살많은 마녀에게 연정을 품는다. 자기도 헷갈리는 감정에 빠진 어린 마법사와 마녀를 밖에서 훔쳐보는 독자들은 야릇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5권에서 제일 궁금한 것은 아마 이 다음얘기일 지도 모른다.
6.
용감하지만 실수많고, 철없이 다투지만 결국 화해하며, 시키는 공부보다 모험속에서 배우는 게 많고, 가끔 이기적이지만 옳은 일에는 뭉칠 줄 아는 해리와 그 친구들. 이들이 펼치는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