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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 애매하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돈'립생활 이야기
신민주 지음 / 디귿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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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원하면 이처럼 독하게 원해야 한다는 걸 신민주의 책을 읽고 느꼈다. 그런데 그 독함이 전혀 거북하지 않다.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인생으로 기본소득이 있는 세상을 힘차게 잡아당긴다. 저자를 열심히 응원하기만 해도 그 세상에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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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 지금 바로 기본소득
금민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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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 소장은 아마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가장 먼저 소개한 사람 중 하나다. 기본소득을 십수년간 연구하는 동시에, 그는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운동에 앞장서왔다. 이 책은 기본소득 이전 시대를 결산하고, 본격 기본소득 시대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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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이 닿는 곳은 모두 촛불이었다. 한 점 한 점은 반딧불처럼 갸날팠으나 수만 개가 모이니 그건 불의 바다였다. 나는 진선이와 함께 촛불을 번쩍 들고 목청껏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때 대열 앞에서 긴박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물대포다!" 정말 시커먼 벌레 같은 것들이 클클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사나운 눈을 희번득거리며 찢어지는 소리로 위협을 했다. "좋은 말 할 때 해산하라. 싹 쓸어버리기 전에" 하지만 벌써 사흘 동안 물대포와 싸워 온 군중들은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세탁비! 세탁비!"를 연호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와 진선이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긴장이 감도는 순간, 빌딩 창문으로 물방울 무늬 옷을 입은 피에로가 툭 튀어나왔다. 피에로의 손엔 하얀 깃발이 들려 있었다. 그가 깃발을 쳐드는 순간, 물대포가 발사되었다. 그런데 뿜어져 나오는 액체는 물이 아니라 시커먼 진흙이었다. 어느새 군중들은 허리까지 차올라오는 진흙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나와 진선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가만 보니 진흙도 아니었다.   

'이건 초콜릿이잖아?'  

순간 주변이 쥐죽은 듯 적막했다. 난 놀라서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다들 중세의 수도사처럼 두건을 쓰고 있었고 마치 기도라도 드리듯 촛불을 모아 쥐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는 더 이상 경찰 방송이 아니라 흡사 장송곡이었다. 심지어 진선이도 두건을 푹 덮어썼는데 두건 속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 모두 얼굴이 있어야할 자리에 우물 속 같은 칠흑만 있었다. 

점점 장송곡이 커졌다. 나는 차가운 초콜릿 진창에서 뼛속까지 벌벌 떨었다. 그런데 촛불을 든 두건들이 나를 둘러싸더니 자꾸만 다가오고 있었다. "뭐,뭐예요? 왜 이래요?" 우물우물 기어들어가는 내 목소리. 그때 진선이의 두건 안쪽에서 시뻘건 빛이 뿜어져 나왔다. 내 이마에 닿는 그 안광을 느끼는 순간, 나는 비명을 질렀다.

 

2.
'별 그지 같은 꿈이 다 있네.' 

학교 가는 내내 꿈 생각으로 찜찜했다. 사실은 꿈만 그런 게 아니라 아침부터 식구들도 좀 이상했다. 어제 촛불 집회에서 돌아온 시각이 자정 직전이었으니 아침에 엄마가 한바탕 난리를 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벌써 사흘째 촛불 집회 간다고 학원을 빠졌고 다음날 아침엔 엄마와 싸우느라 밥을 입으로 먹는지 머리 뚜껑을 열고 처넣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엄마는 물론 가족 누구도 촛불에 대한 얘기는 일체 꺼내지 않았다.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처럼 너무도 평온하게 식사를 마치고 다들 웃으며 제 일을 보는 것이 도리어 소름끼칠 정도였다. 

학교에 와도 낯설긴 마찬가지였다. 우리 학교는 촛불 소녀의 원조라고 할 정도로 촛불 집회 참가자가 많았고, 집회에서 받은 스티커를 책상에 붙여놓았다가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도 빈번했다. 지난 주말 집회에는 반에서만 열 명도 넘는 아이들이 직접 피켓까지 만들어 참여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촛불 얘기를 꺼내는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 기말고사 날짜가 적혀있는 칠판을 향해 다들 묵묵히 책상에 얼굴을 박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물대포를 맞고 한 초등학생이 실명을 했다는 둥, 동방신기도 촛불 집회에 나오기로 했다는 둥, 집회 기사를 작게 실은 그 신문은 원래 찌라시라는 둥 수다가 하늘을 찌른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아이들은 이집트 벽화 속 머리와 몸이 다른 방향을 보는 인물들처럼 낯설었다. 그런데 진선은 아침 자습 시간이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야 왜 안와 빨리 와 애들이 이상해'

문자를 세 통이나 보낸 후에야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진선은, 간밤에 귀신이라도 본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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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짧은 단편소설을 하나 올려봅니다.

대략 이틀에 한 회씩 아마 5회 정도에서 연재가 끝날 예정입니다.
제목처럼 이 소설은 '촛불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신의 기억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2008년 역사를 만들었던 촛불 집회가 끝나고 2년, 과연 그 촛불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고민이 이 간단한 소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즐거운 감상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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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Harry Potter, Book 4): Volume 4 (Hardcover) Harry Potter 미국판- 하드커버
조앤 K. 롤링 지음 / Scholastic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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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3권과 영화를 경험하며 작가의 놀랄만한 상상력에 경이를 표하고 있었던 나는, 용감하게도 가장 긴 분량의 4권을 원서로 도전했다. 1권에서 마법사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딛은 해리는 2권과 3권의 모험에서 볼드모트의 위협을 막아내어 호그와트를 구하게 된다. 하지만, 1-3권의 줄거리는 새학기-음모-퀴디치시합-결말의 구조를 반복하고, 결말 부분에서 어둠의 세력이 긴 설명을 들려주다 초자연적인 해리의 힘에 밀려 몰락하곤 한다. 4권을 접하기 전에 나는 이런 구조에 약간은 미리부터 지루해하고 있었다.

2.
4권은 그러나, 복잡한 복선과 예상할 수 없는 결론으로 흥분의 속도를 몰아간다. 작가는 경이로운 상상력에 튼튼한 구조까지 준비하여 뒤로 가면 갈수록 다시 앞의 페이지를 뒤적이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마침내 덮는 순간, 작가가 총 7권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구성해 놓고 작품을 시작했음을 확신하게 된다. 앞의 1-3권은 7권의 이야기의 서두로 새롭게 자리매김되며, 4권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the beginning이다!)해리포터는 1권만 읽으면 다 읽은 거나 다름없는 아이들 소설이 아닌, '대하 마법문학'으로 등장했다.

3.
작가는 이 책 속에 유럽신화를 총망라한다. 온갖 종류의 요정, 마법생물, 저주, 마법의 약, 그리고 마법사들의 개성은 우연히 창조된 게 아니라 광범위한 유럽신화 속에서 작가의 노력에 의해 발굴된 것이며, 또한 현대적으로 재현된 것이다. 트롤, 빌라, 레프라칸, 베리타세룸 등은 이 작품을 소설인 동시에 역사연구서요, 신화연구서로도 만든다. (원서를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4.
풍성한 어휘와 생생한 숙어, 문학적 관용구들이 읽는 재미를 배로 만든다. 영어권 국가들이 초등학생들의 보조 커리큘럼으로 이 책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깊이 없고 빠르기만 한 헐리우드 영화 속의 슬랭과는 다르다. 한줄 한줄이 버릴 게 없다. (그 맛을 살리기엔 번역의 한계가 있다)

5.
해리, 론, 헤르미온느(진짜 발음은? '허마이어니'에 가깝다)가 사춘기(?)를 맞으며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불가리아의 마법사를 만나는게 심술이 나고, 헤르미온느도 론이 좋아하는 프랑스에서 온 마녀에게 인상을 쓴다.그래서 그 둘은 늘 싸운다. 해리는 한살많은 마녀에게 연정을 품는다. 자기도 헷갈리는 감정에 빠진 어린 마법사와 마녀를 밖에서 훔쳐보는 독자들은 야릇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5권에서 제일 궁금한 것은 아마 이 다음얘기일 지도 모른다.

6.
용감하지만 실수많고, 철없이 다투지만 결국 화해하며, 시키는 공부보다 모험속에서 배우는 게 많고, 가끔 이기적이지만 옳은 일에는 뭉칠 줄 아는 해리와 그 친구들. 이들이 펼치는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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