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 - 애매하게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돈'립생활 이야기
신민주 지음 / 디귿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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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원하면 이처럼 독하게 원해야 한다는 걸 신민주의 책을 읽고 느꼈다. 그런데 그 독함이 전혀 거북하지 않다. 기본소득을 설명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인생으로 기본소득이 있는 세상을 힘차게 잡아당긴다. 저자를 열심히 응원하기만 해도 그 세상에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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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 지금 바로 기본소득
금민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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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민 소장은 아마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가장 먼저 소개한 사람 중 하나다. 기본소득을 십수년간 연구하는 동시에, 그는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운동에 앞장서왔다. 이 책은 기본소득 이전 시대를 결산하고, 본격 기본소득 시대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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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 (Harry Potter, Book 4): Volume 4 (Hardcover) Harry Potter 미국판- 하드커버
조앤 K. 롤링 지음 / Scholastic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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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3권과 영화를 경험하며 작가의 놀랄만한 상상력에 경이를 표하고 있었던 나는, 용감하게도 가장 긴 분량의 4권을 원서로 도전했다. 1권에서 마법사의 세계에 처음 발을 딛은 해리는 2권과 3권의 모험에서 볼드모트의 위협을 막아내어 호그와트를 구하게 된다. 하지만, 1-3권의 줄거리는 새학기-음모-퀴디치시합-결말의 구조를 반복하고, 결말 부분에서 어둠의 세력이 긴 설명을 들려주다 초자연적인 해리의 힘에 밀려 몰락하곤 한다. 4권을 접하기 전에 나는 이런 구조에 약간은 미리부터 지루해하고 있었다.

2.
4권은 그러나, 복잡한 복선과 예상할 수 없는 결론으로 흥분의 속도를 몰아간다. 작가는 경이로운 상상력에 튼튼한 구조까지 준비하여 뒤로 가면 갈수록 다시 앞의 페이지를 뒤적이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마침내 덮는 순간, 작가가 총 7권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구성해 놓고 작품을 시작했음을 확신하게 된다. 앞의 1-3권은 7권의 이야기의 서두로 새롭게 자리매김되며, 4권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the beginning이다!)해리포터는 1권만 읽으면 다 읽은 거나 다름없는 아이들 소설이 아닌, '대하 마법문학'으로 등장했다.

3.
작가는 이 책 속에 유럽신화를 총망라한다. 온갖 종류의 요정, 마법생물, 저주, 마법의 약, 그리고 마법사들의 개성은 우연히 창조된 게 아니라 광범위한 유럽신화 속에서 작가의 노력에 의해 발굴된 것이며, 또한 현대적으로 재현된 것이다. 트롤, 빌라, 레프라칸, 베리타세룸 등은 이 작품을 소설인 동시에 역사연구서요, 신화연구서로도 만든다. (원서를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4.
풍성한 어휘와 생생한 숙어, 문학적 관용구들이 읽는 재미를 배로 만든다. 영어권 국가들이 초등학생들의 보조 커리큘럼으로 이 책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다. 깊이 없고 빠르기만 한 헐리우드 영화 속의 슬랭과는 다르다. 한줄 한줄이 버릴 게 없다. (그 맛을 살리기엔 번역의 한계가 있다)

5.
해리, 론, 헤르미온느(진짜 발음은? '허마이어니'에 가깝다)가 사춘기(?)를 맞으며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불가리아의 마법사를 만나는게 심술이 나고, 헤르미온느도 론이 좋아하는 프랑스에서 온 마녀에게 인상을 쓴다.그래서 그 둘은 늘 싸운다. 해리는 한살많은 마녀에게 연정을 품는다. 자기도 헷갈리는 감정에 빠진 어린 마법사와 마녀를 밖에서 훔쳐보는 독자들은 야릇한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5권에서 제일 궁금한 것은 아마 이 다음얘기일 지도 모른다.

6.
용감하지만 실수많고, 철없이 다투지만 결국 화해하며, 시키는 공부보다 모험속에서 배우는 게 많고, 가끔 이기적이지만 옳은 일에는 뭉칠 줄 아는 해리와 그 친구들. 이들이 펼치는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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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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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절,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를 방문하여 나치의 폴란드인 학살을 기념하는 추모비 앞에 섰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브란트는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치의 범죄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사죄였다. 브란트의 사죄는 전후 독일의 변화를 의심하던 세계인들에게 상생과 화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한 언론은 이렇게 평했다. '진정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이들을 대신해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는 그가 무릎을 꿇었다.'

황석영은 전쟁의 원혼이 떠도는 한반도에서 '화해와 상생의 새 세기를 시작하기 위하여' 스스로 무릎을 꿇는다. 진정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이들을 대신하여. '저나 삼촌은 가해자가 아니지 않습니까''가해자 아닌 것덜이 어데있어!'요섭은 40년 전 떠나왔던 고향, 황해도 신천으로 찾아간다. 거기서 40년 전의 학살 속에서 살아남은 외삼촌 성만을 만난다. 미군의 진격에 밀려 인민군이 퇴각하던 1950년 가을, 황해도 일대에서 삼만 오천명 이상이 살해당한다. 40년 후 거기엔 '미제학살 기념관'이 세워져 '3백명을 방공호에 몰아넣고 불질러 죽인' 미국의 만행을 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성만은 그 불지옥의 진실을 증언한다. 그리고, 우리끼리 죽고 죽이다 황천에 떠돌게 된 귀신들이 몰려들어 입을 열기 시작한다. 맑스주의와 기독교는 '손님'으로 이 땅에 들어왔으나 우리 삶을 지배했고 민족의 모순된 양면을 각각 대표하게 된다. 맑스주의는 배고픈 소작인의 분노와 결합하였고, 기독교는 봉건지주의 기득권과 결합하였다. 그리하여 맑스주의는 조선의 맑스주의가 되었고, 기독교는 조선의 기독교가 되었다. 따라서, 피로 갈라진 원한은 '손님'의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벌인 일이요,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용서도 화해도 우리의 몫이다. 분단과 적대의 반 백년동안 가해자 아닌 것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작가는 '화해 전 따져보기'를 잊지 않는다. 황해도 진지노귀굿 열두 마당의 얼개 속에서 작가는 원귀들의 입을 빌려 원한의 뿌리를 따져 올라간다. 작가는 결코, 허무한 양비론으로 흐르지 않는다. '찌그러진 독' 같은 조선의 가난쟁이들이 '계급적 닙장'으로 무장하게 되고, 그들이 토지개혁령을 지지하여 기독교 지주들의 땅을 뺏고 후에 그 처참한 복수를 당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시각과 애정은 일관되게 역사의 정방향에 있다.

소설은 '심판마당'에서 절정에 이른다. 화해를 위한 심판마당이요, 심판마당을 거쳐 화해는 이루어진다. 황석영이 시작한 굿판은 더욱 더 처절하게 계속되어야 한다. 오욕의 분단 역사에서 감춰지고 뒤틀린 진실들을 쫘악 펼쳐놓고 남과 북이 차근차근 따져보아야 하며, '진정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이들'을 심판마당에 세워야 한다. 그런 후에야 우리는 요섭이 했듯 홀가분하게 형의 뼈를 고향에 묻을 것이고, 진정한 화해의 뒤풀이를 벌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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