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 - 암경험자의 다사다난 일상 회복 분투기
용석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3년 전에 아무리 검사를 해도 정상수치가 나오고 큰 이상이 없다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팠던 적이 있어요.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검사받고 입원했다가 퇴원하고를 반복하는 힘겨운 시간이었어요. 명확한 진단명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아졌어요.
그 정도의 아픔에도 힘들었는데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를 읽어보면 너무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을 버텨내고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라고 말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솔직하고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며,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의 나처럼 방황할 이들을 위해 책을 쓰기로 했다. 친한 언니가 옆에서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덜 외롭고 덜 무섭고 덜 헤매도록 돕고 싶다. (p.58)
어떤 마음으로 책을 쓰셨는지가 이 문장을 보기 전에도 책을 읽으며 너무나 느껴졌어요.

혹시 지금 잠시 멈춰 있나요? 저처럼 투병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고민할 수도, 끝없는 경쟁과 업무에 지쳐 쉬고 싶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아무 이유 없이 잠깐 서 있을지도요. 이 시간은 삶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거예요. (p.81)
자주 멈춰 있었던 저에게는 이 말이 너무 위로가 됐어요. 멈춰있던 시간이 도망치고 실패한 순간이 아니라고, 나를 돌보며 내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말이 듣고 싶었나 봐요.

잃어보지 않으면 지금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 수 없다. 아파봐야 비로소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건강뿐만 아니라 삶에서 시련을 겪으면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 가진 것이 많은지 알게 된다. (p.219)
어릴 땐 당연히 건강하고 당연하게 그 사람이 내 곁에 있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보고 듣고 말하고 걸어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당연한 게 아니고,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팠던 그 시간은 너무 힘들었지만, 아파봤으니까 소중함을 알게 됐고 또 그 경험을 함께 나누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용기를 주고 위로해 줄 수도 있어요.
아팠던 시간이든, 흔들리던 마음이든, 그건 내가 부족하거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그 시간을 통과해온 우리가 단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요. 잠시 멈춰있다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나를 돌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태어난 김에, 살아낸 김에, 즐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