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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공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돌봄 에세이
코가지 사라 지음, 김진아 옮김 / 윌스타일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분명 에세이인데,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읽혔어요. 25년의 회사 생활을 끝내고 프리랜서 편집 작가로 일하는 저자는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요. 프리랜서, 재택근무, 고향으로의 이주를 생각하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올랐어요. 평온하고 소박한 생활이 그려지는데 제목, 표지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92세 아버지, 90세 어머니, 89세 이모 부부에게 시달리는 코가지 사라의 하루하루를 보며 나라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부모님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어릴 때부터 살았던 고향에서의 생활이 편하고 좋지 않을까 싶었지만 부모님, 이모 부부가 코가지 사라에게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닌데 같이 속상하고 화나고 답답해졌어요.
자신의 일도 해야 하는데 이모부와 이모를 위해 하루 종일 고생하면서도 좋은 말은 듣지 못하는 것도 속상했고, 조카의 시간과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싫었어요. 전문가의 말만 받아들이고 딸의 말을 듣지 않고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는 아버지, 매일 뭔가 사 오고 화내고 독설을 퍼붓는 어머니, 모른다고만 하며 계속 남에게 의지하는 이모 부부,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이 책의 저자.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될 텐데 어떻게 늙어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어요.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생각하면서 읽다가,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이라서 저 사람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행동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를 돌보면서 지쳐가고 있다면, 또 다른 이유들로 지쳐가고 있다면 혼자서 다 짊어지고 가슴에 쌓아두지 말고 푸념 대회를 열어봐요! 친구와 대화를 나눠도 좋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좋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이야기를 남겨도 좋을 거 같아요.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 어딘가 털어놓으면서 풀어낸다면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요?

이모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독 화가 났어요. '나 혼자서 할 자신이 없구나'라며 뭐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너무 답답했어요. 미리 전화해달라고 해도 전화번호가 길어서 못 걸겠다고 하며 무작정 집으로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고, 설명해 줘도 자기는 모르니까 다 해달라고 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는 <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저자와 같은 경험은 없지만 모든 상황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줘서 그 상황을 그려보며 더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만약 이게 소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감동적인 장면에서 끝날지도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무엇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라고 이야기하며 끝나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돌봄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코가지 사라에게 덜 고된 일상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