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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런웨이 편집장 미란다가 떠오르게 하는 멋쟁이 할머니 오시 하나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궁금해하며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니 책 한 권을 빠르게 읽어버렸어요.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의 주인공 오시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가꾸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가 오시 하나에게 질투를 느끼며 심술궂은 말을 해도, 오히려 상대방을 칭찬하고 솔직한 속마음은 숨겨요. 사람들의 외적인 모습에 대해 속으로 이렇다저렇다 판단하고 비판하는 오시 하나의 행동도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방에게 무례한 말들을 쏟아내지 않는 오시 하나의 행동이 동창생의 행동보다 훨씬 멋져 보였어요.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라는 제목을 보면 자기 마음대로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내 멋대로 살면서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오시 하나에게는 다정한 남편이 있어요. 부부가 같이 가게를 운영하다가 아들에게 물려주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남편 이와조는 오시 하나뿐만 아니라 독자인 저에게까지 배신감을 느끼게 했어요. 남편 이와조의 갑작스러운 죽음, 힘들어하는 오시 하나를 보며 저도 같이 슬퍼하고 있었는데 유품에서 발견된 의문의 사진 한 장, 그리고 그 후에 발견된 유언장까지. 이와조가 살아있을 때였다면 물어보고 화내고 원망하기라도 할 수 있는데 남편 이와조는 없어요. 너무 뒤늦게 알게 된 남편의 배신에 오시 하나의 마음이 어떨까, 그 아픔과 상처와 분노 등의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걱정했습니다.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의연하게 살자." 이렇게 말하던 이와조. 우리 아내가 최고라고, 아내 오시 하나가 자신의 자랑이라고 말하던 이와조. 그랬던 남편이라서, 오십오 년이나 함께 걸어온 부부라서 더 큰 배신감을 느꼈을 거 같아요.
겪어보지 못한 일이고 겪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소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를 읽으며 오시 하나의 입장이 되어 너무 몰입해서 읽었어요. 하나의 행동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시 하나의 선택에 속 시원하다고 느끼기도 하며 읽었습니다.

남은 인생에서 뭘 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짧다. 그렇다면 앞으로 십 년을 좋을 대로 사는 게 뭐가 나쁜가. 범죄 말고는 뭘 하든 좋을 나이잖아.
그렇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면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앞으로 십 년 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오시 하나처럼 저 또한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래요.
"중요한 건 내면이 아니라, 외면의 아름다움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오시 하나였지만 책을 읽어보면 오시 하나는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다 가진, 멋진 할머니라고 생각해요. 멋진 할머니 오시 하나의 이야기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서평을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