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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이영주 지음 / 꿈꾸는인생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는 즐겨읽지 않지만 시인의 산문집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를 읽으면서 딱 그 느낌이었어요. 시인이 쓴 산문집인가? 이영주 작가님이 원래 시를 쓰는 분인가 싶어서 검색해 봤는데 아니네요.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장이 시 같기도 하고 작가님의 감정이 더 잘 느껴지는 거 같아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암으로 인해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 그런 경험으로 인해 현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이영주 작가님의 일기장을 보는 거 같은 책이에요. 어머니와의 대화, 할머니에 대한 기억,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나의 경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사라지는 것들을 사라지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사라지려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사랑하는 것뿐이다. 사라진다는 사실이, 더 사랑하라고 우리에게 명령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사랑이 전부다.
사라지는 걸 사라지지 않도록 할 수 없어요. 떠나가려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어요. 사라지기 전에, 그 사람이 나를 떠나가기 전에 마음껏 사랑하고 아껴주고 최선을 다하는 게 나를 위해서 필요한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싶어요.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건물과 버스의 계단도 어른을 위해 만들어져있고 건물 현관의 초인종도 어른에게 맞는 높이에 있구나' 깨닫게 됐어요. 어른은 낮은 계단도 오를 수 있는데, 아이들은 높은 계단을 오를 때 아등바등 계단에 올라타야 하잖아요.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서 상상해 보고 불편함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 등을 생각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거대해 보이는 인생이라도 결국 그것을 떠받치는 것은 소소한 생활이다.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물건들, 발 디디면 갈 수 있는 장소들, 당기고 당겨지면 서로 안을 수 있는 몇몇 사람들. 이런 것에 만족한다면 '나 좀 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머지않은 때와 멀지 않은 곳에 진짜 삶이 있다.
소소한 행복, 소소한 일상, 함께하면 웃음이 가득한 사람들과의 시간. 대단한 무언가를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대로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그리고 누군가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물어본다면 웃으면서 대답할래요. 나 요즘 좀 잘 지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