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을 방학
연소민 지음 / 열림원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살다가, 자신이 엄마의 엄마가 될 거라고 말하는 솔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어요. 왠지 가슴 아픈 이야기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가을방학>이라는 장편 소설을 읽었습니다.
말없이 가족을 떠나버린 아빠, 그로 인해 마음의 병이 생긴 엄마, 그리고 엄마와 함께 남겨진 딸 솔미. 솔미에게 다정했던 아빠는 왜 그렇게 도망치듯이 떠나버린 걸까? 그 이후로 점점 무너져가는 엄마를 보는 딸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만 상처와 충격을 받은 게 아니고 솔미도 함께 상처를 받았는데 그 상황에서 버텨내는 솔미를 보며 안쓰러웠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고 엄마의 엄마가 되어 생계를 책임지고 엄마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애쓰는 솔미, 괜찮다고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지 않다가 "네 말이 맞아. 나 힘든 것 같아. 하루하루 숨 쉬는 일도 벅찬 것 같아."라고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는 엄마. 계속 답답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만 이어졌다면 <가을방학>을 읽는 내내 울적한 마음으로 읽어나갔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 친구 수오, 수국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웃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보며 솔미가 더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수오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솔미는 사랑으로 인해 너무 큰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 엄마를 봐서,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린 첫사랑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첫사랑의 설렘보다 사랑을 경계하고 시작도 못하고 끝이 나버린 사랑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솔미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보여주는 거 같아요.

"이제부터 난 엄마의 엄마가 될 거야. 내가 엄마를 다시 키워내고야 말 거야."
이 문장이 <가을방학>을 읽게 만들었어요.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어머니가 아프신 건가, 그럼에도 이야기의 끝에는 웃는 엄마와 딸의 모습을 그려보며 책을 읽기 시작했었죠.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이 많았던 소설 <가을방학> 서평을 마칠게요.
집은 삶으로 번역될 수 있다. 집이 변하면 삶이 변하고, 삶이 변하면 집이 변한다. 나는 집과 삶이 서로 대체될 수 있는 단어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P153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또 받으며 살아가는 걸까. - P302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우리는 살다 보면 너무 쉽게 자신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착각하곤 해. - P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