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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들 산티아고 순례길 - INFP 아들과 ISTJ 아빠가 함게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양지환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함께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당일로 놀러 가거나 북스테이를 갈 때는 혼자여도 함께여도 좋지만, 그래도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여행 가는 걸 더 좋아해요. 취향이 비슷한 듯 다르고, 성향도 다른 언니와 자주 함께 여행을 다녔어요. 내일로, 첫 해외여행, 1박 2일의 짧은 여행, 당일로 다녀온 경주 여행 등 여러 번의 여행을 다녀왔어요. ISFJ 동생, ENFP 언니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서로 맞춰가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다투기도 했어요. ISTJ 아빠와 INFP 아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궁금해하며 <아빠, 아들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모든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아빠와 떠나기 전에는 적당히 어떤 경로로 걸을지 보고 나머지는 거기 가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여행 이야기. 아빠 입장에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아들이 답답하고 아들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자료를 정리하는 아빠가 이해가 안 되지만, 책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라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니까 여행 동반자로 딱이다!'였어요. 아빠와 아들이 다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질적인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사람이었다면 여행지에서 만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대응이 어렵지 않았을까요? 그렇다고 아무런 정보 없이 여행을 떠났다면 미리 알고 있을 때보다 헤매다가 버리게 되는 시간이 너무 많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다른 성향의 사람과의 여행이 너무 나와 비슷한 사람과의 여행보다는 좋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아들인 양지환 작가님의 글과 아빠의 글이 있는데, 글로만 봐도 진짜 다르다 느껴져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느낀 감정, 풍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아들, 진짜 함께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아빠의 글을 읽으며 누가 썼다고 따로 표시해두지 않았어도 왠지 '이 글은 아버지가 쓰셨구나', '이 부분은 아들의 글이다'를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난 후의 감상이 담겨 있는 부분이에요.

아들 : 길을 걷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산티아고가 끝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산티아고 길을 또 걷고 싶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정해진 것이 없는 길.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빨리 가든, 천천히 가든, 홀로 가든, 같이 가든, 오로지 나만의 여행을 나만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혼자라면 홀로,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함께 이 길을 완주해 보면 어떨까.

아빠 : '산티아고의 길' 여정을 마쳤다는 인증서인 '콤포스텔라'를 받으러 광장 왼쪽인 호텔 앞쪽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 길게 이어진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데 많은 여행자가 핸드폰으로 순례자 사무소에서 비치한 QR코드에 접속해 순례자 여행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이렇게 그때의 감정을 나누는 아들과 인증서를 받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아빠의 글을 보면 진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또렷한 차이가 보여서 더 재밌었어요. 아빠의 글만 모아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기 전에 읽어보면 진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순례길을 걸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들의 글만 모아서 읽으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입니다.
책 읽고 생각해 보니까 엄마랑 둘이서 여행을 갔던 적은 있는데 아빠랑 둘이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더라고요. 아빠랑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