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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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었던 거 같은데 내용이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고, 진짜 안 읽었나 싶은데 또 읽었던 기억은 나는 책 중에 <데미안>이 있습니다.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데미안을 읽는 신디(아이유)를 보고 읽어볼까 하기도 했고 세계문학 전집 다 모으고 싶다! 하면서 한 권씩 구매하기 시작할 때 데미안, 이방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을 사 왔었죠. 읽은 듯 안 읽은 거 같았던 데미안, 드디어 제대로 읽었습니다. 


최근에 번역가 에세이를 읽어서 그런가, 작가뿐만 아니라 번역가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게 돼요.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데미안은 독일 유학파의 최초의 독일어 원문 번역본이라고 해요.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 전혜린 번역가님의 해설(전통주의적 작가 헤세, 데미안에 대하여-H. 헤세의 경우)이 수록되어 있어서 원문을 읽고 직접 번역한 사람이 느끼고 해석한 데미안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읽은 듯 안 읽은 거 같다는 느낌의 이유를 이번에 읽으면서 알게 됐어요. 데미안의 초반부, 두 개의 세계까지만 읽고 덮었었나 봐요. 읽어보니까 딱 거기까지만 읽은 기억이 났어요. 예전에 읽을 땐 데미안에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덮었는데 다시 읽어본 데미안은 몰입해서 끝까지 읽었어요. 좋다고 느꼈던 책이 읽을 때마다 좋을 수 없고, 제 취향이 아니라거나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 시간이 지나서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 거 같아요. 


어떤 목적으로 네가 지금 술을 마시는지는 우리 둘이 다 모르고 있는거야. 그러나 네 속에 있는 것, 너의 생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어. 우리의 내부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이 하는 것보다 더 잘하는 무엇이 하나 들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좋은 일이야.


데미안이 하는 말이 대부분 생각에 잠기게 하고 오래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하는 어떤 행동이나 선택에 대해 내가 정확한 목적을 모르더라도 내 속에 있는 것, 나의 생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내 속에 있는데 나보다 더 잘 알고 내가 하는 것보다 더 잘하는 그 무엇이 뭘까.


우리가 어떤 인간을 증오할 때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서 우리들 내부에 들어 있는 무엇을 찾아내고 증오하는 것입니다. 우리들 내부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습니다.


내가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그 행동(무례한 대화, 과도한 신체 접촉, 규정을 지키지 않는 행동, 자신의 일을 남에게 다 떠넘기는 것 등)이 나한테도 있다는 말이 인정하기 싫었어요. 진짜 그럴까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 봤어요. 죽어도 컨티뉴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도 생각났어요. 너무 싫었던 어떤 사람의 행동이 내가 참고 있던 욕망을 담고 있다는 말. 여전히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또 이런 의미로 하는 말이구나 싶은 것도 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고 물으십시오. 길을 그렇게도 어려운가?라고. 다만 어렵던가요? 아름답기도 하지 않았나요? 보다 아름답고 보다 쉬운 길을 알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매 순간 어렵기만 한 일은 없고 매 순간 즐겁기만 한 일도 없다고 생각해요. 힘들고 버거웠던 그때도 기억에 남는 좋았던 순간들이 있죠.  보다 아름답고 보다 쉬운 길을 찾을 수 없더라도, 그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면서도 잠시 쉬었다 가면 좋겠어요.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부분이 보일 거 같은 책, 데미안.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라서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펼쳐보게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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