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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운다 - 삼천 마리 개들을 구조하며 깨달은 것들
김나미 지음 / 판미동 / 2025년 6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삼천 마리 개들을 구조하며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개에게 배운다>를 읽으며 서울에서 지낼 때 유기견 보호소에 가서 청소를 하거나 같이 산책을 하거나 보호소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지하철역 근처에 있어서 차가 없어도 갈 수 있는 보호소에서 주기적으로 봉사를 했어요. 수업이 없는 날은 평일에도 가고 가끔 주말에도 갔는데 주로 산책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반겨주고 같이 산책을 나가면 저도 낯선 사람일 텐데 여러 명의 사람들을 길에서 마주치면 저에게 의지하던 나루, 오토바이를 무서워해서 오토바이 소리만 들려오면 안아달라고 했던 사랑이.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많았지만 또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그 모습을 보며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개에게 배운다>를 읽었습니다.
혼자서 봉사를 다니다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함께 봉사를 하는 동아리가 가입하고 도심과는 조금 먼 곳에 있는, 산책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보호소에 봉사를 다녔어요. 그때 갔던 보호소가 김나미 작가님이 운영하셨던 '세이브코리언독스'처럼 한적한 마을 한구석에 위치해있었어요. 수업이 없는 날, 다른 약속이 없는 날 가끔 하던 봉사활동이었는데 이렇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시던 분들도 계셨고 갈 때마다 항상 반겨주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며 더 자주 와서 조금이라도 더 긴 시간 동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에게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 몇 시간이었지만 김나미 작가님은 개인 동물보호 활동가로, 동물 보호 단체 세이브코리언독스 운영자로 개를 구조하고 돌보고 함께하고 가족을 찾아주며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 시간 동안 개들에게 배우고 깊은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어요.
개를 구조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화나기도 했어요. 왜 소중한 생명에게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들에게 왜 저러는 걸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개들의 모습을 보며 '차라리 사람을 미워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너에게 준 고통만큼 딱 그만큼이라도...'라는 생각을 하다가 미워하면서 받는 고통도 있으니까 차라리 미워하는 마읍 없이 저렇게 웃어주고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행복한 게 더 좋은 건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가 저렇게 생각했다가 미안함을 느끼다가 고마워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난 일을 후회하고 다가올 일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개는 정말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산다는 말에 동의하고 저도 그런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강이와 함께 살며 강이를 보고 있으면 먹을 땐 먹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산책할 때는 마음껏 그 순간을 즐겨요. 졸릴 땐 털썩 누워서 너무 편하게 잠들고 장난감을 던지고 놀 때는 또 그 순간에 집중해서 놀아요. 저는 밥을 먹으면서도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하고 책을 읽다가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하고 자려고 누워서는 지난날의 선택을 후회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보다는 계속 과거, 미래에 머물고 있는 거 같아요. 머리를 비우고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태도를 배우자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에 정말 공감했어요. 개들은 사람의 감정을 정확히 읽어 내고 마음을 나누어 준다. 슬프거나 기쁠 때, 심지어 아플 때도 알아차린다. 마음이 아파 혼자 엉엉 울고 있었는데 조용히 다가와서 제 허벅지에 얼굴을 털썩 올리고 저를 바라보는데 위로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랬던 적이 있어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위로받고 싶으면서도 나의 아픔을 같이 나누는 게 미안하고 이야기할 기운조차 없었던 날,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해맑게 웃는 사진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같이 미소 짓게 되더라고요. 더 이상 아픔 없이 매 순간 이렇게 환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개들에게 우리도 사랑을 주고, 함께 안전하게 살아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