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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어릴 때는 건강한 부모님, 항상 나와 함께 하는 부모님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감기, 장염, 작은 상처 외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게 당연한 게 아니구나를 깨닫게 되고 언젠가 다가올,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이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려고 해요.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감정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이번에 소개할 책을 쓴 작가님은 이 시간들을 어떻게 버텨내셨을까요? 책을 읽는 동안 딸의 입장에서, 어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라길래 설마 진짜 창문 넘어 요양원을 탈출했을까? 생각했는데 진짜였어요. 가슴 아프고 눈물 나고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라는 제목이 진짜였다니!
"엄마는 지금 죽어도 좋아. 이 순간이 행복해. 다만 죽을 때까지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
수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어머니의 말씀이었어요. 지금 죽어도 될 만큼 이 순간이 행복하지만, 사는 것처럼 살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말. 아프니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요양원, 병원이라는 공간에 갇혀서 하루 종일 버티는 삶이 아니라 소중한 하루하루를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로 채워가는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좀 아쉽긴 했지. 그래도 엄마는 소원 이뤘으니 됐어. 난 너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좋아.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 넌 잘할 거야."
딸을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게 된다면 감사한 마음도 생기고, 힘이 날 거 같아요. 그리고 엄마의 믿음에 힘입어 나도 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경을 헤매면서도 자식 훌쩍이는 소리를 듣고 딸을 걱정해 주는 어머니의 모습이 감동이면서도 마음이 아팠어요. 이 책의 결말을 모르는 상태로 읽어나갈 때, 마음속으로 간절히 '어머니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되뇌며, 제가 그렇게 한다고 이 책의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혼자 계속 기도하며 책을 읽었어요.

나 바라는 거 많이 없어. 그냥 일상을 살고 싶어. 남은 삶은 진짜 사는 것처럼 살다가 가고 싶어.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어. 행복센터에 가서 바리스타 수업, 영어 회화, 라인 댄스... 이런 거 배우고 책 읽고 뜨개질하면서.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간절하고 소중한 일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저도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던 날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 문장을 떠올리며 나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야겠어요.
요양원에 가고 요양원에서 머무는 동안, 요양원에서 탈출하는 그 순간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서 딸의 입장에서 더욱 글을 읽게 됐던 거 같아요. 나에게 이런 아픔이 다가온다면 "나는 내가 죽는다는 생각은 1도 없었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처럼 생각할 수 있었을까. 나의 아픔과 힘든 상황에만 빠져 아무것도 못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