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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질감 - 슬픔이 증발한 자리, 건조하게 남겨진 사유의 흔적
고유동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무상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낱말의 질감>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 대한 소개 글도 좋았지만 목차를 봤을 때 어떤 내용일까 너무 궁금해지는 단어들이 있어서 빠르게 책을 펼쳤어요. 프링글스, 계란프라이, 낱말, 댓글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궁금했어요. 프링글스, 계란프라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이 책 자체가 낱말의 질감에 대한 책인데 낱말에 대해 쓴 글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댓글은 악플에 관한 이야기일지, 아니면 작가님에게 누군가가 남겼던 댓글에 대한 이야기일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만져보면 책의 질감이 느껴질 거 같은 표지라서 한번 스윽 만져봤어요. 만졌을 때 질감이 느껴지는 재질은 아니었지만 낱말의 질감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리는 책 표지입니다. 사소하고 쓸모없이 보이는 낱말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다시 살아낼 힘을 얻고자 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시면 좋겠다는 말이 적혀 있는데, 책을 읽으며 위로되는 글도 있었고 신기해서 다시 펼쳐본 글도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모진 말을 듣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무기의 범주는 총이나 칼 같은 사물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 내 앞에서 탄환처럼 날아드는 말 또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 몸에 생기는 상처도 아프지만 마음에 생기는 상처도 그 무엇보다 아프죠.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진 말들. 넘어져서 다쳤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고 사라지는데 왜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을까요? 작가님의 말처럼 귀를 막지 않는 한 방어할 수단도 없는데 말이죠. 나부터 다른 사람에게 모진 말을 하지 않아야지, 상처가 되는 말은 하지 않아야지 다짐했습니다.

똑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이유는 '처음 읽을 때 좋았던 문장이 두 번째 읽을 때는 또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 처음 읽을 때 그냥 스쳐 지나갔던 문장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읽었을 때는 확 와닿기도 해서 읽을 때마다 조금씩 새로워서'이기도 하고 '그 책을 읽는 동안 너무 몰입해서 즐겁게 읽어서 한 번 더 그렇게 읽고 싶어서'라는 이유이기도 했어요.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발견하면 듣고 또 듣는 것처럼 좋은 책을 발견하면 읽고 또 읽게 되는 거죠 ㅎㅎ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문장이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기 때문이구나 싶었어요.
책은 그대로이나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책은 변하지 않았는데 나의 생각과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었어요.

그 순간 어깨 위로 '번 아웃'이 내려앉았다. 10년, 20년 일한 것도 아닌데 무슨 번 아웃이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빠르게 번 아웃이 찾아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색채"라는 낱말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데 너무 공감이 됐어요.

일하면서 스트레스받고 무리해서 일하다가 결국은 아프기도 하고, 도저히 못 버티겠다 하며 퇴사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또다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퇴사를 기다리며 어떤 하루를 보낼까 계획을 세울 때는 행복하고 퇴사를 한 후 잠깐 동안 여유와 행복을 느꼈지만 금세 불안해졌어요. 이렇게 있어도 괜찮을 걸까? 불안함을 느끼다가 다시 채용공고를 보게 됐어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안정감, 신뢰에 기초한 관계의 그물, 사회적 위치. 명함 한 장이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증명이 가능한 어떤 평화. 일종의 천국이다' 작가님의 말처럼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도 중요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명함 한 장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증명할 수 있는 게 저에게도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또다시 직장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50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단어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구나 하면서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여러 낱말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 <낱말의 질감>, 반복해서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