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소설Y
조은오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가제본을 받았을 때는 읽으면서 어떤 작가가 떠오르는지 생각해보라길래 기성 작가님의 책인줄 알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냈고, 그 세계관이 짜임새가 있어서 스노볼과 네가 있는 요일을 쓰신 박소영 작가님이 떠올랐다. 그 분도 첫 장편부터 놀라운 세계를 만들어내셔서 감탄했었는데, #버블 을 쓰신 #조은오작가님 역시 그러하다.

사실 이야기의 배경인 세상의 설정이 정말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 없이 사는 세상. 서로 눈을 감고 보지 않고, 교류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이라면 전쟁도 없고 싸움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작가님이 있다는 게 반가웠다. 그런 세상에서의 문제점은 분명 그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소수로 인한 부조리함일 것이라 생각하며 작가님이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실지 궁금해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사람들끼리 교류 없이 사는 것이 규칙인 '중앙'에 살던 주인공 '07'은 어릴 때부터 그런 중앙의 규칙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였다. 중앙의 아이들은 보호자와도 관계를 형성하지 않아야 하는데 07은 보호자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보호자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데 보호자를 계속 사랑하는 마음이 드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일까? (실제로 방임과 학대를 받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대 때문에 힘들지만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한다.)

평생 자신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고 그 규칙 속에 스스로를 욱여넣었던 07은 126을 만나 중앙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게 된다. 외곽에서 만난 다른 이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이 중앙에서 좋은(?) 대접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관리직인 평가자로 근무했고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살았다는 것이 중앙에서 온 다른 동기들보다 더 나은 위치였다는 것이다. 스스로 사회 부적응자라고 생각하며 얼마나 자신을 갉아먹는 마음을 많이 가졌을까 생각하니 07이 가여웠다.

이야기는 나를 점점 주인공의 상황에 몰입하여 여러 감정을 느끼도록 이끌어가다가 후반부에선 짜릿하게 만들었다.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고, 또 그 성장을 보며 감탄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결말을 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이런 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도 들었다. 학교에서 내가 아무리 말로 가르쳐도 안 되었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이 책 한 번 읽고 느껴보라고 건네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런 애들은 책도 안 읽는다. 허허.. 아무튼. 인류애 상실할 때 읽어보면 인류애 충전될 것 같은 책이다.

📍네가 믿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 상처 받을 거야. (p.140)


📍 눈을 뜨고 얘기를 나눈다고 해서 항상 진심인 건 아니야. (p.142)

📍서로 대화를 나누지 말리는 중앙의 규칙은 서로가 동의할만한 화제로만 대화를 나누라는 외곽의 규칙으로 탈바꿈했다. 밖에서는 눈을 감고 걸으라는 중앙의 규칙은 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타인을 빤히 바라보지 말리는 외곽의 규칙이 되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우리는 여전히 자신만의 버블에 동그랗게 갇힌 채,서로의 공간으로 들어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p.201)
.
.
#창비#버블#소설Y#블라인드서평단

네가 믿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믿지 않았으면 좋겠어. 상처 받을 거야. - P140

눈을 뜨고 얘기를 나눈다고 해서 항상 진심인 건 아니야. - P142

서로 대화를 나누지 말리는 중앙의 규칙은 서로가 동의할만한 화제로만 대화를 나누라는 외곽의 규칙으로 탈바꿈했다. 밖에서는 눈을 감고 걸으라는 중앙의 규칙은 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닌 이상 타인을 빤히 바라보지 말리는 외곽의 규칙이 되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우리는 여전히 자신만의 버블에 동그랗게 갇힌 채,서로의 공간으로 들어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 P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